산업예비인력 편중...수급 불균형 혼란 초래
특성화고 전반투자로 다양한 인재 육성해야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충북 진천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에서 열린 제2회 마이스터고 합동 개교식에 참석한 후 교내 온실을 방문해 화훼 실습중인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농공고 교사 마이스터고 집중투자 우려>산업수요에 맞는 맞춤인력을 양성한다는 마이스터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충북도내 농.공고 교사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기술 명장 육성 프로젝트는 교육의 다양성을 무시한 처사란 것이다. 자칫 산업예비인력의 편중으로 산업계 전반의 인력 수급 불균형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앞으로 2∼3년 반짝 특수를 누린 후 기업의 고용환경이 변화되면 학생들이 갈 곳 없는 신세로 전락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실례로 한 때 한국핵심 산업인력을 양성하던 기계공고는 중공업 생산 공장의 해외이전으로 대대적인 전과를 단행해야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마이스터고 몇 개를 지원할 예산이면 특성화고 수십개를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에는 현재 충북반도체고를 비롯해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전 진천생명과학고), 충북에너지고(전 미원공업고) 등 모두 3개의 마이스터고가 있다.

지난해 3월 진천생명과학고는 전국 최초로 바이오 부문 마이스터고로 지정됐다. 교명도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로 새롭게 바꾸면서 충북 전략산업인 바이오분야 기술명장 육성을 위한 충북도청, 진천군청, CJ제일제당 등 19개 산업체와 협약을 체결했다. 산학협력교육을 강화해 식·의약품 분야의 공정기술 엔지니어를 육성한다는 계획에서다.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는 오송 보건의료 첨복단지와 오창, 진천, 음성지역의 바이오 관련 연구기관, 산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산업수요에 맞는 맞춤인력을 양성한 뒤 100% 취업을 시킨다는 계획이다.

"3년 투자, 재정마련 어려움도"

▲ 학벌보다 실력이 우선이란 슬로건 아래 지난달 5일 열린 진천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합동 개교식에서 학생들과 이명박 대통령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실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이란 도정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충북의 4대 전략 산업은 반도체,  차세대전지, 태양광(솔라), 생명(바이오)산업에 있다. 당연히 충북, 더 나아가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 전략산업이 될 맞춤형 인재육성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벌써부터 예산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11총선이 끝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자 지역 국회의원과 충북도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서란 분석이다.

당초 3년 동안 131억원 정도를 투입해 명문 직업학교를 육성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정부 특별교부금 25억원을 제하고 나면 충북도와 진천군의 투자가 각 5억원 상당에 그치고 있다. 오는 2013년 5월 충북에너지고로 새롭게 태어나는 청원군 미원공업고등학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충북의 전략산업인 차세대전지분야의 마이스터(기술명장) 육성을 위해 충북에너지고는 이미 충북도교육청, 충북도청, 청원군청, LG화학, 한화 L&C, 오송솔라 등 20여개 업체와 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3년 동안 예산을 지원받아 기숙사 신축, 실습실 리모델링, 기자재 구입을 해야 한다. 또 당장 내년 5월부터 솔라시스템제어과(2학급), 에너지시스템설비과(2학급) 등 80여명의 신입생 교육과정 운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교육과학기술부 특별교부금 25억원에 청원군 6억원, 충북도 5억원의 투자계획이 확정된 상황으로 확보된 예산이 겨우 36억원에 그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청원군은 앞으로 20억원 상당의 투자약속을 하고 있지만 도는 당초 30억원에서 5억원만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산학협약 고용안정 이바지"
이처럼 기술명장 육성을 위한 마이스터고 정책이 시작부터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역인재 육성은 물론 대한민국 인재 육성을 한다는 목표로 도내에서 정원의 50∼60%를 선발하고 나머지 40∼50%는 전국 공모를 한다는 방침이다. 충북도교육청 산업정보평생과 임용희 장학사는 "특성화고는 중소기업청등에서 별도로 지원을 하고 있다"며 "특성화고 지원예산을 빼어 마이스터고를 지원한다면 문제이지만 기술명장육성을 위해 차별화해서 지원하고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전했다.

사실 도교육청은 산업수요에 맞는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지원을 위해 청주농고를 비롯한 17개교 18개팀에 400만원씩을 지원해 취업역량강화 수업을 진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임 장학사는 "지난 2008년 금왕공업고등학교에서 충북반도체고로 다시 태어난 마이스터고의 경우 현재 100명 정원 중 80명이 청주 하이닉스 등에 취업이 결정된 상태다"며 "정원이 80명에 불과한 충북에너지고도 120명까지 취업이 가능할 정도로 자리가 확보된 상황이다. 이는 산학협약이 낳은 결과로 산업전반의 고용변화가 단 시일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충북공고는 생산자동화, 금형과, 청주공업고는 신재생에너지와 청주공항 MRO 등 항공분야 특성화고로 육성하는 것처럼 마이스터고 이외의 특성화고도 나름 차별화된 인재육성과 취업전략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내 한 특성화고 교사는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마이스터고는 빠른 산업체 고용변화에 예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며 "수백억원의 예산을 특정학교에 투자하기보다 특성화고 전반에 투입해 다양한 산업체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한 교사는 "성과주의 직업교육이 낳은 부작용이다"며 "산학협약이 고용안정을 가져 올 것 같아도 기업체가 경영난에 봉착하면 계약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 마이스터고 집중육성은 차후 특성화고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일반고로 전환되는 실업계고가 많아질 것이다. 대학구조조정과 맞물려 결국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져 버리는 결과를 낳아 교육계 전반에 혼란만 부추길 것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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