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속에서도 32년간 한센인촌 등 소외된 이웃에 봉사

▲ 음성군이 제정한 ‘최귀동 인류애 봉사대상’ 제1회수상자로 선정된 이젬마 씨.
음성군이 올해 제정한 최귀동 인류애 봉사대상 제1회 수상자로 이젬마(55. 인천시 부평구)씨가 선정됐다. 음성군은 서면심사와 현지실사를 거쳐 32년간 노숙인, 한센인, 불우노인 등 소외계층에게 무한한 사랑을 전해주고 있는 이씨를 수상자로 선정, 12일 발표했다.

미혼인 이씨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 9명을 입양하여 친자식 이상의 정성을 들여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킨 것을 비롯해 그동안 보육원, 미혼모의 집, 노숙인의 집, 노인요양원, 교도소, 한센인촌 등에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실천해 왔다.

특히, 암 투병으로 인해 자신의 몸조차 가누기 어려운 여건임에도 암환자를 위한 환우회를 운영하는 것을 비롯하여 암 환우 돕기 바자회 및 자선음악회, 암환자 카운슬링, 암 환우를 위한 댓글 달기 및 위로 글 보내기 등 봉사의 손길을 이어가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미혼의 몸으로 9명 입양

봉사와 사랑 실천을 위해 결혼을 하지 않은 이씨는 뉴질랜드에서 자폐 아이들을 위한 여름학교 봉사와 국제소아암협회, 구세군, 밀알선교단, 월드비전 기아체험 24시 봉사를 실천하여 국경을 넘나드는 진정한 봉사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씨의 영향을 받아 자녀들도 대학생이 되면 1년간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약속하고 첫째 딸은 꽃동네에서, 둘째딸은 아프리카 수단에서 봉사를 실천했고 운전면허가 있는 딸 3명은 장기기증을 서약하는 등 자녀들이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의 길에 동반자가 되고 있다.

이씨는 “입양 약속이 무산되어 절망에 빠진 아이들을 그냥 놔둘 수 없어 입양을 시작했는데 그들이 당당하게 성장하여 소외계층의 아픔을 보듬는 봉사의 길을 함께 걸어가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소외계층에 무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이씨는 그동안 국경과 계층을 넘는 봉사활동 공적을 인정받아 뉴질랜드 대사관 공로상, 수단어린이 장학회 이태석 신부 공로상 등을 수상했으며 5월 24일 제13회 음성품바축제 열림식에서 제1회 최귀동 인류애 봉사대상 상패와 함께 시상금 500만 원을 받게 된다.

거지천사 최귀동 생애 기려

한편 음성군은 꽃동네 설립의 산파인 故 최귀동 씨의 생애를 기리기위해 ‘최귀동 인류애 봉사대상’을 제정했다. 최 씨는 생전에 ‘거지천사’로 불렸다. 음성군 무극면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최 씨는 일제강점기에 징용으로 끌려갔다가 심한 고문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일으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집안마저 풍비박산돼 깡통을 차고 거리로 나서야 했다.

하지만 최 씨는 자신보다도 더욱 병든 몸으로 얻어먹을 힘조차 없어 굶어 죽어가는 거지들을 위해 구걸해 온 음식을 나눠주고, 병간호는 물론 죽은 사람을 손수 묻어주며 함께 살아갔다.

1976년 8월 무극천주교회 신부로 부임한 오웅진 신부가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사랑을 실천하는 최 씨에게 감동해 걸인의 뒷바라지를 약속했고, 용담산 기슭에 판잣집을 짓고 오갈 데 없는 걸인들을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꽃동네다.

최 씨의 미담이 알려지면서 1986년에는 카톨릭대상 사랑부문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최 씨는 당시 상금으로 받은 120만원을 꽃동네에 전달하며 “환자들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집’을 지어달라고 부탁한 것이 12억원이 투입된 지금의 노인요양원이 건립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 씨는 세상을 떠나던 1월 4일, 마지막으로 자신의 안구를 기증하는 것으로 봉사의 삶을 마감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보내준 조의금으로 기념비를, 꽃동네 회원의 조의금으로 동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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