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면허소지 5년 이상인 자'로 자격 제한
봉사활동 엽사들 "안전 입증됐는데 배제" 반발

▲ 지난 13일 오전 청주시 소회의실에서는 청주시유해조수포획구조단 안전교육이 실시됐다. 시는 지난해 보다 4명이 많은 16명으로 유해조수포획단을 꾸렸다.

<유해조수포획단 자격강화 논란>
청주시가 최근 유해야생동물포획구조단을 새롭게 구성·운영하면서 자격기준을 강화해 논란을 빚고 있다. 시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총기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총기 및 수렵면허소지 5년 이상인자로 제한을 두고 청주시유해야생동물포획구조단(이하 유해조수포획단)을 공개 모집했다. 문제는 기존에 1년 이상 봉사활동을 해 오면서 안전이 이미 입증된 엽사들의 활동까지 제한을 두는 꼴이 돼 반발을 사고 있다.

총기를 소지한 지 5년에서 7∼8개월이 빠진다는 엽사 K씨는 "총기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유경험자에게 맡기려는 것은 공감 한다"며 "다만 무슨 지원을 받으려 한 것도 아니고 수년 동안 공항과 청주시 일원에서 농작물과 인명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열심히 활동을 해 왔는데 자격이 안 된다니 말이 되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시가 신청서를 받으면서 '경력미달로 안 된다'며 활동하던 사람을 배제해 항의방문까지 했다”고 전했다.

K씨는 "지난해까지 엽사들은 수렵과 취미활동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개인이 24만원 상당의 보험료까지 지불해 왔다"며 "올해부터는 시가 이를 대납한다는데 예산문제인지 아니면 봉사자도 가려서 받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1년 동안 활동하면서 안전사고 한 번 없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탁상행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탁상공론 지침 현실성 떨어져"
그는 "운전면허증을 취득해도 운전을 하지 않고 장롱 안에만 보관하는 면허자들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수렵면허 취득 이후 5년 동안 한 번도 활동하지 않은 사람도 유경험자라고 할 수 있는지, 그것이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지 논리가 비약하다. 그렇다고 경력증명서를 떼어 유해조수포획단을 운영할 것도 아니잖은가. 이는 청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부 지침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K씨는 "한 여름 피해가 발생하면 40∼50회 정도 현장에 나갈 정도로 열심히 활동해 왔는데 자격이 안 된다니 이해가 안 된다"며 "유해조수포획단이 아니어도 활동은 할 수 있으니까 이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다만 법정단체의 참여를 배제하고 일반 사회단체에게 기회를 준다고 제대로 활동해 온 사람을 배제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좁은 수렵장 안에서 수  많은 수렵인이 활동하면 안전사고가 증가할 수 있지만 계획된 유해조수를 포획하는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K씨는 이번 일로 연간 10여만 원의 회비를 내고 활동하던 협회에 탈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가 소속돼 활동하던 (사)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청주시지회 이종해 총무는 "나름 회원들의 이익이나 안전사고예방, 협회 단합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협회 일이 유해조수 구조 및 포획에만 목적을 두고 있지 않은데 도내 유일한 법정등록단체로 활동해 오면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듯하자 탈퇴의사를 밝힌 것 같다"고 말했다.

"유일한 법정단체 무시하나"
이 총무는 "도내 법정등록 단체는 우리가 유일한데 시가 다른 사회단체에 참여 기회를 주기 위해 우리 협회원들의 참여 인원을 제한하는 것 같다"며 "시는 우리협회원들이 자영업자에 직장인들로 모두가 생업이 있어 정작 필요한 경우에 출동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한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이들이 안전의식과 책임감이 더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청주시는 지난해 12명으로 운영해 오던 유해조수포획단을 올해는 15명으로 늘렸다. 청주청원의 행정구역 통합에 대비해 농경지 피해 증가를 우려한 심사란 얘기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다양한 협회와 개인의 참여를 이끌어내 정작 필요한 경우 현장출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란 설명이다. 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자격제한에 대해 총기소지 기한을 공기총 소지 기한까지 따져서 활동범위를 넓혔다.

그래서 당초 15명으로 꾸리려던 유해조수포획단을 모두 16명으로 구성·운영하기로 하고 지난 13일 청주시 소회의실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청주시 환경과 유근호 주무관은 "환경부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어 결정한 것이다"며 "관련협회가 전국적으로 50여개, 도내에만 3∼4개가 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참여기회와 현장출동의 용이성을 위한 것도 있었다"고 밝혔다.

농작물 피해 해마다 증가…40%만 보상
춘궁기 멧돼지떼 위험…농작물 사람까지 피해 대비해야


청주시가 유해조수포획단을 확대 운영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환경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강화될수록 야생동물(조수)의 개체 수 증가와 더불어 농작물 피해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실 급속한 도시화를 겪고 있는 청주시는 청원군과의 경계지역에 자리한 농작물들의 적잖은 피해를 입고 있다.

산림이나 농작물 면적에 비해 도시면적이 더 커지면서 도내 다른 시·군이 3년 주기로 운영하는 수렵장 허가도 내어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등산객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해조수로부터 유일하게 농작물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은 청주시유해조수포획구조단을 꾸려 운영하는 길 밖에 없다.

실제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도내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194만 8420㎡로 집계된 피해금액만 14억13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신고 된 피해면적으로 실제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 보상을 받은 면적은 114만2530㎡로 전체대비 41%에 해당하는 5억 7700만원에 그쳤다.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청주시지회 이종해 총무는 "유해조수는 영역싸움에 밀리거나 먹을거리가 없는 춘궁기나 겨울철에 많이 출몰한다"며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도심에 출몰한 멧돼지 떼의 역습처럼 인명피해까지 우려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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