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녀부터 70세 노인까지 인생을 연주하는 미원색소폰동호회
매월 한 차례 이상 사회복지시설·요양병원등 찾아 정기 연주봉사

마땅한 문화시설 하나 없는 농촌지역에서 그저 색소폰이 좋아 뭉친 이들이 있다. 바로 미원색소폰동회원들이다. 18세 소녀에서부터 7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색소폰이 좋아 모인 이들이 남다른 이유는 매월 정기적인 합주 봉사는 물론 지역행사 초청공연까지 분주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 김철수 회원, 변상규 지도강사, 김기평 회원, 함명근 총무 등이 '찔레꽃 당신' '동행'을 연주한뒤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7일 오후 6시 청원군 미원면 미원낭성농협 하나로마트 옆 한 건물 3층을 찾았다. 문 밖까지 들려오는 ‘찔레꽃 당신’과 ‘동행’이란 흘러간 노래의 반주에 색소폰 연주가 더해져 구성지다 못해 감미롭기까지 했다. 남들은 주말 TV드라마 연속극에 빠져 있을 시각에 모두가 하나 되어 색소폰을 부는 사연을 들어봤다.

이들은 매월 한 차례 정기적으로 지역의 사회복지시설과 요양병원을 찾아 연주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달에도 오는 28일 오후 보은군 창리에 있는 성암요양병원 합주봉사를 앞두고 있어 연습이 한창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청원군 미원면 은용리에 있는 그린 실버홈, 가덕면 인차리에 있는 한 알코올병원에서 합주봉사를 가진 바 있다.

농촌 중년들 의기투합해 만들어

또 격주로 관내에 있는 어른신 돌봄 요양원에서도 연주봉사를 하고 있다. 미원색소폰동호회는 지난 2010년 11월에 창립됐다. 동네에서 색소폰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으나 마땅한 연습실은 없고 청주는 너무 멀어서 시작됐다고 한다. 색소폰을 좋아하는 중년들이 의기투합해 무조건 연습실을 만들고 지도강사 한명을 두고 회원들이 서로 색소폰을 가르쳐 주며 오늘에 이르렀다.

농촌지역임에도 직업군도 다양해 농민부터 퇴직 공무원, 축산업, 금융인, 회사원, 학생, 주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원색소폰동호회 발기인으로 참여했다는 김철수(미원낭성농협 전무)씨는 “색소폰을 사랑하는 사람들 20여명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며 “청주동호회도 함께 참여해 활동하고 했었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 연습실을 만들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아직도 청주지역 회원은 물론 남이, 가덕에서도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호회 함명근(56·미원낭성농협) 총무는 “농촌지역이다 보니 문화적으로 혜택이 적다”며 “동호회를 통해 문화 활동도 즐기고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도 하다 보니 기쁨과 보람이 두 배다. 연주봉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동호회원들이 박수도 치고 춤도 추면서 함께 놀아 드리니 눈물까지 흘리며 고맙다는 말을 연신해 가슴 찡했던 일이다”고 전했다.

지도강사 변상규(56)씨는 “서울에서 매력을 느껴 생업으로 배웠다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며 “TV 한 인기드라마에 소개된 이후 중년들의 로망이 되면서 전국적인 붐이 인 것이 바로 색소폰 연주다.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도 색소폰을 즐겨 부를 정도로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선호하는 악기란 생각이 든다. 솔직히 배우는 것은 쉽지 않지만 피아노를 치던 17세 여고생이 쉽게 배운 것처럼 음악적인 감각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배울 수도 있다. 선곡은 공연 장소에 따라 아이돌 가수들이 부르는 신곡부터 어른들이 좋아하는 추억의 노래까지 다양하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뱃살 빠지고 건강에도 도움”

미원색소폰동호회 최고령자로 공직생활 정년 후 뒤늦게 색소폰을 배웠다는 김기평(68·전 청원군청 공무원)씨. 그는 “정년 후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보내다. 우연히 미원색소폰동호회가 설립된 지 3개월 후에야 소식을 들었다”며 “색소폰을 배운지 1년 만에 몸무게가 4.5㎏이 줄었다. 나왔던 배가 들어가면서 공직생활 동안 입었던 옷들이 줄줄 내려가 고무줄을 덧대거나 옷핀으로 집어야 입을 수 있다. 나름 건강과 활력을 찾은 것 같다”고 예찬했다.

미원색소폰동호회 김석욱(57·축산업) 회장은 “농촌이다 보니 음악에 대해 소외되고 그랬는데 동호회 활동을 통해 미원 쌀안 축제 무대에 서 보고 지역주민들의 환호도 받고 하니 감명 깊었다”며 “올해에는 더욱 연습을 해서 봉사활동도 많이 다니고 청원생명축제에 나가 큰 상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