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사과문 게재 거부합니다

이재표 편집국장

최영미 시인의 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일부를 인용한다.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19대 총선이 끝났다. 그러나 충청리뷰는 마지막까지 남아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주인 대신)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할 판이다. 충청리뷰는 이번 총선에서 정우택(청주 상당) 후보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취재와 보도에 집중했다. 선거를 25일 앞둔 3월16일 홍콩에 IP를 둔 익명의 블로거가 정 후보에 대한 충격적인 4가지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정 후보도 누누이 밝혔지만 ‘익명’이라는 게 문제였다. 내용은 핵폭탄이지만 게시자가 숨어있기에 상황은 ‘정우택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로 귀결됐다. 이때부터 상대 후보인 홍재형은 논란에서 가려졌다. 진실을 밝혀야했다. 정 후보를 불리하게 하기 위해 접근한 것이 아니었다. 취재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다.

모든 의혹에 연관이 있는 충북청년경제포럼의 다음 카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취재가 시작됐다. 포럼 회원 중에 민주당 성향도 있었기에 아이디를 받아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거나 문건을 넘겨받을 수도 있었지만 이같은 취재방식을 배제했다. 그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취재과정에서 정 후보가 구제역으로 이동제한이던 시기에 제주도로 골프여행을 간 것을 비롯해 각종 제보가 잇따랐지만 곁눈질 하지 않았다. 취재를 시작한 목적이 충청리뷰의 의도와 상관없이 밑도 끝도 없이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실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 후보가 ‘신빙성이 없는’이라고 단정했단 포럼의 예·결산서를 확보했다. 이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의 지출기록으로 통장의 입출금 내역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민한 선거 시기라는 점에서 충청리뷰의 보도는 위험한 것이었다. 인터넷선거기사심의위원회로부터 반론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고,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는 충청리뷰의 재심청구에도 불구하고 사과문 게재 결정을 내렸다. 앞서 인터넷심의위는 “소명자료에 비춰볼 때 충청리뷰가 정정보도를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선거기사심의위는 “기사제목과 본문에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여러 차례 보도함으로써 해당 후보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매우 크다”고 했다.

재심과정에서 심의위원장은 “진실과 관련해서는 궁금하다. 그러나 우리 위원회는 진실 여부를 가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보도의 공정성만을 따진다”고 얘기했다. 보도의 공정성은 물론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때로는 진실을 가리기 위한 모험을 감당해야할 수도 있다. 충청리뷰가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침묵한 다수의 언론은 더 편파적이었다.

충청리뷰는 선거기사심의위가 결정한 ‘사과문’을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 인해 공직선거법 제256조 2항에 위배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양심의 자유를 저버릴 수 없다.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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