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중앙동 프리마켓 성공할까…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 15팀 참여, 가죽·한지 공예품 주를 이뤄

중앙동 차 없는 거리에 대형 소나무가 심겨졌고, 원래 있던 조형물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분수대가 만들어졌고 청소년 광장이 조성됐다. 모두 중앙동 상권활성화가 목표였다. 중앙동 지역화폐 ‘약속’이 유통되고, 도심신탁센터가 생겨 빈 건물에 새주인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중앙동에 프리마켓 행사가 열렸다. 15개의 좌판이 거리에 놓였다. 수공예품이어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조건이다. 다음 카페를 통해 판매자들을 모집했고, 1만원의 참가비만 내면 누구나 물건을 팔 수 있다. 이러한 프리마켓은 이미 지난해 몇 차례 행사를 통해 실험을 마쳤다.

▲ 손으로 만든 물건들엔 이야기가 있다. 중앙동에 놓인 15개 탁자에는 액세서리,가죽, 한지 공예품이 판매됐다.

매주 토요일마다 행사 열려

올해 들어 첫 프리마켓. 꽃샘추위 탓인지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오는 11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열 계획이다. 유독 페이스페인팅에 학생들이 몰렸다. 디자인벅스 애니벅스 학원에서 나온 신희철(24)씨는 연신 손과 얼굴에 ‘앵그리버드’를 그리기에 바빴다. 인기가 많다고 하자 “무료니까요”라는 무뚝뚝한 답이 들려온다. “날씨 추운 것 빼고는 다 좋아요.”

▲ 페이스페인팅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성안길에서 가게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중앙동에 자리를 폈다. 도청 서문 앞에서 리본샵 ‘리즈’에서 나온 김영희(35)씨는 “주최 측의 제의를 받고 참여하게 됐다. 공방도 알릴 겸 핸드메이드 리본을 가져왔어요. 지난번 행사에도 참여해 꽤 많은 작품을 팔았죠”라고 귀띔했다. 굿모닝 내추럴 아로마 샵을 운영하고 있는 정서윤(32)씨는 핸드크림, 손세정제 만들기 체험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지난해 7월 가게를 중앙공원 근처에 냈다. 정씨는 “앞으로 체험행사도 늘어나고, 작가들도 많이 참여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멀리 보은에서 이곳까지 온 사람도 있다. 수저세트, 뒤집개, 팽이 등을 팔고 있는 이는 한눈에 봐도 장사가 시원치 않아보였다. “차비도 안 나와요.” 중년의 남자는 “이게 진짜 물푸레나무에 천연 옻칠로 만든 건데 사람들이 수입품 같이 느껴지나봐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3년 전 황토구슬장수베개 회사를 차린 후 전국의 축제를 돌며 홍보를 하고 있다. 황토구슬장수베개는 땀이 많이 나는 사람들이나 혈압이 높은 사람들에게 좋다고 그는 거듭 말했다. 2000원짜리 나무 팽이가 빙그르 돌았다.

멀리서 기계음과 함께 익숙한 대중가요가 흘러나온다. 프리마켓 사이로 작은 무대가 마련됐다. 오늘 가수로 나선 이는 중앙동에서 KMI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권희주씨다. 실용음악학원 원장답게 그의 목소리가 거리를 메운다.

전시, 공연, 판매가 어우러져

▲ 작은 무대에서 거리공연도 이어졌다.
수공예품이라고 하지만 종류가 빤하다. 액세서리와 천연비누, 포크아트, 가죽공예, 한지공예 정도다. 5년 전부터 중앙동에서 옷가게 ‘빈앤스티치’를 운영하고 있는 서윤찬(34)씨는 “중앙동을 활성화 시키려고 한다는데 체감되는 건 없어요. 조경도 맘에 안 들고, 그동안 이 거리와 아무 상관도 없는 조형물들도 이해가 안 갔어요”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동네에는 먹을거리가 없어요. 패밀리레스토랑, 피자집 등 젊은 세대가 머무를 수 있는 가게가 필요해요”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칭 홍대 마니아. 청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생활하다 서른 즈음에 고향에 다시 와 평소하고 싶었던 옷가게를 냈다. “가게 세가 성안길과 비교해봤을 때 대략 5배 정도 차이가 나요. 가게를 알아봤을 때 때마침 중앙동에 횡단보도가 놓여 기대감이 있었죠. 성안길은 지금 포화상태아닌가요. 시에서도 새로운 공간을 개발할 것이라고 봤어요.” 하지만 볼거리가 있어야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겨울, 비오는 날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요. 횡단보도만 건너면 중앙동인데 사람들이 오지 않죠.”

서씨는 “홍대 프리마켓을 보면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는 사람들과 물건들이 있어요. 뇌가 말랑말랑한 애들이 모여서 만든 작품들이니까요. 중앙동은 아무래도 작품에서 연령대가 읽히네요”라고 평했다.

시민 주민아(20·가경동)씨는 “중앙동에서 프리마켓이 열린다는 것만으로 반가워요. 청주예대 학생들이나 청소년들이 행사에 참여하면 어떨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홍대와 비교하지 마세요. 우리는 갓 태어났어요”
황다혜 중앙동 프리마켓 기획자

▲ 황다혜 기획자
“청주가 공예도시라고 하는 데 일회적인 행사가 끝난 뒤에는 남는 게 없어요.”

황다혜 중앙동 프리마켓 기획자(50․사진)는 지난해부터 프리마켓을 구상했다. 청주에 홍대 앞 거리처럼 프리마켓이 펼쳐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인들과 의견을 나눴다. “우리 딸도 청주에서는 갈 데가 없다고 해요.”

황씨는 20년 동안 포크아트를 해온 공예작가다. 공예조합에서도 일했고, 문화예술포럼 문화산업분과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

“중앙동은 청소년 광장과 같은 하드웨어가 있지만 사람들이 와야 하는 이유는 없어요. 구석구석 굉장히 많은 이야기와 작품들이 숨어있는 공간이라고 봅니다.” 현재 다음 카페를 통해 프리마켓 참여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90여명이다.

국토해양부 도시재생사업단과 중앙동상가번영회가 중앙동 프리마켓 행사를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적인 지원보다는 음향장비와 거리 좌판 50개 정도를 지원한 게 전부다. 그러니까 기획자들은 자원봉사하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홍대는 벌써 11년 역사를 갖고 있어요. 청주는 지금 태어난 아이와도 같아요.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올 한해 지속적으로 프리마켓이 열린다면 흥이 날 거라고 봐요. 앞으로 3개월이 고비에요.”

그의 대답은 솔직했다. “홍대가 일상생활의 창작을 외치잖아요. 맞는 얘기에요. 공예는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야 해요. 청주가 생활공예도시가 되기 위해 오늘 프리마켓이 펼쳐진 겁니다.”


같은 공간 ‘플리마켓’도 열리다
한국형 벼룩시장, 구제 옷과 창작소품 판매
크리에이티브 플로우, 매달 행사 개최 예정

중앙동에는 플리마켓(Flea Market)현수막이 걸렸다. 프리마켓이 아니고 플리마켓? ‘플리’는 벼룩을 뜻하는 말로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벼룩시장을 일컫는다. 중앙동에 플리마켓을 연 이들은 20대 젊은 기획자들이다.

▲ 일본식 다이닝 카페 '스루야'에서 플리마켓이 31일 열렸다.

▲ 옷이 단돈 '천원'이다. 천원샵 인기가 제일 좋았다.

‘크리에이티브 플로우’팀은 “청주의 심심한 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싶어서”판을 벌였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안덕벌에 있는 지인의 가게에서 플리마켓을 열었고, 이번에는 중앙동에 터를 잡았다. 크리에이티브 플로우의 장자성(26)씨는 “재미가 있으니까 일을 벌이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반응들이 너무 좋고, 이 일을 기획하면서 리더십도 키울 수 있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셀러들은 사연 있는 물건을 내놓는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것 자체가 재활용인 셈.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구제 옷만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구두 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고, 기타를 파는 사람도 있다. 또 ‘천원샵’을 통해 모든 옷을 ‘1000원’에 만날 수 있는 메리트도 있다. 물론 수공예품 팔찌와 목걸이도 판매됐다.

▲ 구두를 케어하는 비용은 5000원이다.
플리마켓은 중앙동에 위치한 일본식 다이닝 카페 ‘스루야’에서 지난달 31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열렸다. 카페 스루야는 천정이 뚫려 있어 하늘을 볼 수 있는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공간이다. 장씨는 “셀러들과는 페이스북 ‘청주플리마켓’을 통해 소통하고 있어요. 어디에서 지원받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포스터나 팸플릿 등은 자비를 털어 만들고 있죠”라고 말했다.

이날 플리마켓은 시내의 젊은 사람들을 죄다 모아놓은 것처럼 북적였다. 서종원(25)씨는 “구두를 잘만 케어하면 평생을 신을 수도 있는데 잘 모르는 것 같아

▲ 손맛나는 액세서리들.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그는 앞치마를 두르고 구두용품을 일일이 보여주며 구두에도 클렌징, 토너, 슈크림, 색조화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자식들에게 구두를 물려주죠.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으니까요. 전 구두가 정말 좋아서 관심을 갖게 됐고, 이런 지식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벌써 3번째 행사에 참여한 이슬기(30)씨는 “점점 갈수록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신이 나요. 많이 파는 것보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죠”라고 웃어보였다. 플리마켓은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 열린다. 장소는 미정. 페이스북 ‘청주플리마켓’에서 정보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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