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 아쉬운데 방송출연 불가…‘선거비용보전’ 속 타는 마음
선관위 기준보다 높은 자체 기준 내세워 후보자 토론회에서 제외

4‧11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향함에 따라 각 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부동층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후보자들의 노력이 눈물겹게 펼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얼굴을 알려야만 사는 후보들의 바람과는 달리 얼굴 알릴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후보들이 있다. 그들은 청주시 흥덕갑에 출마한 이응호 진보신당 후보와 흥덕을에서 출마한 김우택 무소속 후보다.

이들은 한 번에 많은 유권자들에게 얼굴과 정책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인 방송사 TV토론회에서 배제되는 등 차별 아닌 차별을 받고 있다. 무소속 후보가 3명이나 있는 보은겳좍탛영동의 경우 후보들이 토론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 이응호 진보신당 후보
이응호 후보의 경우 지난 29일 진행될 예정이던 청주KBS 주최 ‘제19대 국회의원선거 KBS초청 후보자토론회’에서 배제됐다. 흥덕갑 선거구에 출마한 4명의 후보 중 이날 토론에 나오지 못한 후보는 이 후보 한명 뿐이었다. 반면 CJB와 청주MBC TV토론회에는 활동보조인과 함께 출연, 토론에 참여했다.

이 후보가 토론회에 배제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응호 후보 선거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청주KBS 측이 자체 기준을 내세우며 이 후보가 토론회에 참가할 수 없음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청주KBS 측이 ‘국회의원 의석수 5인 이상 정당 후보자’,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10% 이상 득표 정당 후보자’, ‘여론조사결과 지지율 10% 이상 정당 후보자’라는 기준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초청 후보자 토론회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 의석수 5인 이상 정당 후보자’,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3% 이상 득표 정당 후보자’, ‘여론조사결과 지지율 5%이상 정당 후보자’의 기준이 적용되지만 청주KBS가 ‘자체 토론회’임을 내세워 이보다 별도의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김우택 후보 역시 청주KBS 주최 TV토론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예상 외로 8%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김준환 새누리당 후보와 노영민 민주당 후보에 가려 초대받지 못했다. 김 후보는 각 방송사 토론회 중 처음 열린 CJB 주최 TV토론회에는 참가했지만 HCN충북방송 토론회에는 참석하지 못한 바 있다.

▲ 김우택 무소속 후보
김 후보는 “CJB토론 당시에도 노영민 후보와 김준환 후보가 의도적으로 나를 배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세 후보가 모두 출연하는 한 라디오방송 출연계획이 잡혀있었지만 한 후보가 돌연 참여하지 못하겠다고 밝히자 다른 후보 역시 참석하지 않겠다고 해 프로그램 자체가 취소되는 등 이름 알리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15% 이상 득표해야 비용 보전

아직 이 후보나 김 후보의 경우 발표된 여론조사의 지지율로 봤을 때 자신의 존재감을 유권자들에게 드러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TV토론회마저 막는다면 지지율을 올릴 기회도 박탈당한다는 것이 김 후보측의 설명이다.
또한 선거에 출마한 이상 적지 않은 돈을 써야 하는데 지지율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선거비용을 보전 받지 못하는 문제도 생긴다.

후보자가 선거비용을 보전 받으려면 당선되거나 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할 경우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 받을 수 있다. 10~15%를 득표하면 선거비용의 50%를 보전받고 이에도 미달하면 한푼도 보전 받을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 8%를 지지율을 보인 김 후보의 경우 1~2%의 지지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김 후보는 “8%가 나타난 여론조사의 결과는 CJB 토론 전에 이뤄진 것”이라며 이후 지지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 후보는 “첫 방송토론 이후 지지율의 변동을 지켜보고 있다. 2~3배 정도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뇌병변 중증장애인 청주흥덕갑 이응호

청주시 흥덕구 갑에 출마한 이응호 진보신당 후보는 중증장애인이다. 그동안 경증장애를 가진 이들의 출마는 종종 있었지만 이 후보와 같이 중증장애인의 출마는 매우 드문 경우다. 또한 출마한 대부분의 장애인들의 경우 비례대표 출마에 그친 것에 비해 이 후보는 지역구 출마자기에 더욱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후보는 또한 도내 유일한 진보신당 후보이기도 하다.

청주KBS와 청주MBC가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1.6%와 1.7%로 나타났다. 원외정당의 한계와 아직 남아있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미루어 봐도 낮은 지지율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선본 관계자는 “후보의 인지도가 아무래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떨어지며 예비후보 등록도 늦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선본 관계자가 말하는 최종 목표 득표율은 5~6%지만 이 후보 본인은 10~12%의 득표율을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의 목표대로라면 선거비용의 50%를 보전 받을 수 있다.

이 후보는 비록 몸이 불편하지만 길에서 지역주민과의 만남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주민들의 반응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장애인이 왜 나왔느냐.”, “무엇을 할 줄 아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는 게 이 후보의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사회적 편견을 깨는 것 또한 이 후보의 선거목표다.

다른 후보와 달리 이후보가 내세우는 공약들은 모두 이후보가 그동안 활동한 것에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 선본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06년부터 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설립하는 등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등을 위해 싸워왔다는 것. 이후보는 청주시내 저상버스의 확대 등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이후보가 내세우는 공약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이란 어떠한 자산심사와 노동요구 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이를 통해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고 교육과 의료, 주거, 복지 등 보편적 복지를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과 함께 부분기본소득과 청년기본소득을 공약하면서 그에 대한 재원으로는 장내 파생상품에 대한 0.15% 증권거래세, 증권 등의 순차익에 대한 30% 자본이득세 중 일부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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