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청리뷰>가 정우택 후보 관련한 기사를 집중 보도 한 이후, 편집국에는 “정 후보에 대한 용기 있는 보도에 감사드린다. 신문사에 후원금을 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한 통의 격려 전화가 왔다.

반면 경기도 의왕에 살고 있는 한 정기구독자는 “기사가 너무 편파적이다. 구독 중지를 해 달라”며 신문 구독 해지 요청을 하기도 했다. 과연 <충청리뷰>가 보도한 정 후보 관련 기사들은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번 독자위원 모임은 독자위원 가운데 전·현직 언론관련 종사자들을 모시고 <충청리뷰>의 보도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모두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효성 독자위원은 “언론의 보도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는 공익적 차원에서 그만큼의 상당한 사유가 존재해야한다. 공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 단순한 흥미위주의 보도라면 언론은 법적책임을 면하기 힘들 수도 있다”면서도 “공익적 차원에서 그만한 보도 가치가 있다면 공인의 명예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 글을 보고 계실 독자들에게 정 후보 관련 기사가 공익적 차원에서 보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지 묻고 싶다. 

이효성(48) 청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

언론의 공정성 혹은 공정보도 문제는 항상 중요하다. 특히 선거캠페인기간 동안 그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언론의 공정하지 못한 보도로 인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이는 어떠한 법적 배상으로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등 정치문제와 관련해 어떤 의혹이나 쟁점이 부각됐을 경우 언론이 기계적 혹은 형식적 공정성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언론의 기본적 사명은 권력과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통한 견제다. 이 점을 인식한다면 부각된 의혹이나 쟁점에 대해서 심도 있게 파헤치는 것이 올바른 진리추구의 입장이라고 생각된다.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매체에 비해 신문 등 인쇄·출판물은 특히 공적 이슈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고 심도 있게 비판적으로 보도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를 포함한 공인에 대한 보도는 정황에 대한 상당성만으로도 충분한 보도 사유가 된다. 법정의 판결 등 모든 확인절차를 거쳐 사건이 종료된 다음에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사명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 

특히 ‘실질적인 악의’가 없다면 언론의 보도가 설혹 오보라 할지라도 공인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이 대전제라고 할 수 있다.

이재근(47) 한국인삼공사 정관장 중앙동점 대표

이번 정우택 후보 관련 기사를 보며 <충청리뷰>가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정 후보 보도와 관련해서 신문이 앞으로 어떻게 입장을 견지해 내느냐에 따라 <충청리뷰>에 대한 신뢰감을 갖는 애독자가 더 많아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번에 언론으로서 책무를 제대로 보여준다면 다른 신문사보다 더욱 많은 제보들도 많이 올 것이다. 4.11 총선이 끝난 후에도 계속 후속 보도를 통해 정 후보에 대한 의문에 대해 독자들에게 알려줬으면 한다. 다른 지역 언론이 정 후보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 것은 <충청리뷰>의 싸움(?)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모습은 언론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일종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또한 언론의 할 일에 대해 방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언론의 자유 혹은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제1의 기본권 혹은 우월적 기본권으로 간주된다. 그만큼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행복추구를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더욱 고양시키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정은 표현의 자유를 우월적 기본권으로 보지 않고 개인의 프라이버시침해 및 명예훼손과 공익을 비교형량 해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은선(46) CJB 청주방송 PD

닉슨의 재선운동을 기획하는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되어 체포된 사건이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단초였다. 그런데 이 사건이 세기의 특종이 되어 세세토록 세계 언론역사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캐내기 어려운 진실을 캐냈고, 그래서 미국 역사상 초유의 임기 도중 대통령 사임을 초래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스캔들을 보도해 세상에 알린 매체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온 <워싱턴포스트>였다. 자신들이 지지해온 공화당 정권에 치명타가 될 것이 뻔한데도 불구하고 이 신문은 기자정신을 발휘해 취재해온 내용을 지면에 실었다.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중대범죄였기에 언론으로서 당연히 보도한 것이었고, 그것이 결국 미국의 민주주의 자체를 지켜낸다는 신념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에서 주목할 것은, <뉴욕타임스>의 대응이다.

<뉴욕타임스>는 속칭 '물 먹고'도 경쟁 매체인 <워싱턴포스트>의 특종을 그대로 받아서 보도했고, 곧바로 독자적 취재망을 가동해 사건을 파헤쳤다. 이것이 언론이다. 그러기에 최근 더욱 <충청리뷰>의 행보가 눈물겹다.

이수희(38)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 성추문, 정치자금 수수 등은 상당히 구체성을 띠고 있었다. 제보자는 다른 의도가 있었다 할지라도,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는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취재하려 들지 않았다.

보도를 하긴 했지만 당사자의 해명이나 정당들의 공방, 사건 관계자들의 기자회견을 중계 보도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충청리뷰>가 제기된 의혹들을 확인하고, 취재해 보도해 언론 본연의 역할을 했다. 정우택 후보의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잘 한 일이다. 

이번 사안을 보면서 지역 언론이 지역의 핵심 현안에 대한 취재력이 과연 있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했다. 언론이라면 마땅히 취재하고 보도해야 할 사안에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심층 취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주요 이슈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런 태도가 반복될수록 지역주민들은 지역 언론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게 되며, 이로 인한 피해는 지역 언론만이 아니라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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