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꿈을 키워가는 청주 용암어린이도서관 생각의 숲
사연듣고 보내온 책으로 꾸며져… 다양한 문화강좌·무료 간식제공 화제

▲ 지난 달 30일 오후 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꿈을 키워가는 작은도서관으로 유명한 청주 용암어린이도서관 생각의 숲을 찾은 아이들이 책 읽기에 열중하고 있다.
문화적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택가에 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꿈을 키워가는 작은 도서관이 있어 화제다. 지난 달 29일 오후 5시 청주 용암어린이도서관 생각의 숲에서는 책을 읽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용암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다는 최민희(9)양은 '그리스 로마 신화이야기'란 책에 흠뻑 빠져 있었다. 최 양은 "신기하고 재미있어 매일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 피아노 학원이 끝나는 오후 5시면 어김없이 이 곳 작은 도서관을 찾는다.

아버지는 경기도 여주에서 도공 일을 배우고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는 보험회사에 다니느라 늦게 끝나다 보니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동네 도서관을 찾고 있다. '알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는 백과사전이나 국어사전이 있어 즐겨 찾는다'는 용암초 6학년 장예준(13)군은 그동안 읽었던 책들 중에서 '나쁜 어린이들'이란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책을 통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청주시 '용암어린이도서관 생각의 숲'은 1년 6개월여 전 한 유명 라디오 음악방송에 사연이 소개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답지한 도서들로 채워져 태생한 도서관이다. 이 같은 사연을 보낸 사람은 지역에서 민들레 영토란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엘림(37) 원장이다. 그는 평소 저소득 가정 아이들에게 교육관련 책을 후원해 오면서 저소득 가정 아이들의 대모로도 유명하다. 그는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일들을 책에서나마 이루고 꿈을 키워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은 도서관을 꾸리게 됐다"고 말했다.

숨은 후원자, 조도형 목사

▲ 교회 공간을 제공해 용암어린이도서관 생각의 숲 설립을 가능케 한 조도형(48) 큰사랑교회 목사.
또 용암어린이도서관 생각의 숲이 설립될 수 있도록 기여한 이는 바로 대한예수회 장로교 큰사랑교회 조도형(48) 목사다. 조 목사가 교회 2층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면서 저소득 가정 아이들의 꿈을 키워가는 작은 도서관 설립이 가능했다. 도서관장을 겸임하고 있는 조 목사는 "현재 작은 도서관 생각의 숲에는 3500여권 안팎의 어린이도서와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 구비되어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 도서는 바로 위인전과 동화책, 어린이 백과사전과 각종 사전들이 마련돼 있다.

그는 "라디오 음악방송에 사연이 소개되면서 지금도 전국 독지가들이 보내온 책이 도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조 목사는 3년 전 이 원장을 신도로 만나면서 주택가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도 실시해 왔다. 최근에는 작은 도서관을 찾는 저소득 가정 아이들을 위한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조 목사는 "작은 도서관이 이웃사랑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 살아가는 디딤돌 역할을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학생들은 나 홀로 컴퓨터만 하다 보니 정서가 많이 매마른 것 같다"며 "도서관의 다양한 문화 강좌를 통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한다. 앞으로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 하는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책, 음악과 공연이 있는 작은 도서관으로 키워가고 있는 '용암어린이도서관 생각의 숲'은 다양한 재능기부자들의 도움으로 두 드림(Do Dream)이란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채화, 예쁜 손 글씨(POP), 폼아트, 냅킨 아트, 윈도우 페인팅, 타일아트, 우드마커스&우드버닝, 홈패션&퀼트, 종이접기, 패션 핸드 페인팅, 아로마 테라피, 스탬프 아트 등을 비교적 저렴하게 수강할 수 있다. 또 모두가 함께 해가 뜬 하늘을 보고 싶다는 '늘해랑' 청소년 기자단을 뽑아 운영하고 있다. 오는 4월28일부터 5월2일까지 5일 동안은 인근 어린이공원 놀이터에서 압화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시화전을 준비 중에 있기도 하다.

저소득가정 아이 대모로 불리는 여인
민들레 영토 이엘림 원장… 50여명 교육후원

▲ 이엘림 민들레영토 공부방 원장
민들레 영토란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엘림(37·사진) 원장이 저소득 가정 아이들을 위한 대모로 불리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경영기획 일을 하는 남편과 그녀의 공부방에서 나오는 얼마 안되는 수입을 쪼개어 매월 200∼300만원 상당의 교육후원을 하면서 그녀의 도움을 받은 학생들이 벌써 50∼60명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 사회성 부족으로 행동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한 소녀를 7년 동안 자식처럼 키워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수양딸이나 다름없는 K씨(23)는 현재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중에 있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아버지의 고향인 진천에서 잠시 살면서 청주 일신여중을 다니기도 했으나 서울에서 모든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믿음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10년 전 청소년 사역을 위해 이사를 결심한 곳이 바로 청주였다. 이후 민들레 영토란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저소득 가정 아이들에게 책과 교육관련 자료를 후원하고 있다. 이 원장은 "어릴적부터 만들기나 서예, 악기 다루는데 소질이 있었다"며 "공부만 하느라 문화적 결핍현상을 빚는 아이들이 신기해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작은 도서관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얼마만큼 문화적 결핍현상을 빚고 있냐면 우리 아이들 중 어떤 아이는 무심천이 바다인 줄 알았다"며 "대천해수욕장을 구경하고 나서야 바다와 강을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힐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며 "청주시가 작은도서관 지원조례를 마련하고 연간 300만원 안팎의 도서구입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운영비에 턱없이 부족하다. 겨울철 아이들을 위해 온돌 난방이라도 깔아보려 예산지원을 알아 보았으나 끝내 예산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원장은 "현재 몸이 무거운 관계로 국토대장정 등은 못하고 있다"며 "몸을 추스리고 올해도 꼭 다녀올 예정이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꾸게 하는 비전트립(Vision trip)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한마디로 서울대 진학이 꿈인 친구가 있으면 무작정 자신이 가고 싶은 서울대를 찾아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해오는 여행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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