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발전연구원, 삶의 질 관련 연구는 찾기 힘들어
마을 만들기 등 공동체가 이슈지만 민선5기엔 없어

도시는 이제 ‘건물’보다 ‘사람’에 주목한다. 개발과 성장의 논리보다 삶의 질 향상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는 여전히 ‘성장주의적’ 담론만을 얘기하고 있다. 충북도는 태양과 생명의 도시가 슬로건이다. 청주시는 ‘공간의 질, 삶의 질 향상’을 외치며 녹색수도를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그 실체가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다.

충남도는 ‘사람중심’을 외치고, 수원은 ‘휴먼시티’를 외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나서며 뉴타운 개발 중단, 청계천 생태복원 등 전임 시장들의 사업들을 뒤엎고 있다.

서울시,1340억원 투입

박원순 서울시장은 핵심공약이었던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본격화한다. 서울시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오는 6월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한다.

서울시는 시정개발연구원 용역으로 오는 8월까지 시 전역을 대상으로 지역별, 지역 내 인·물적 자원현황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해 마을공동체 사업 발굴을 위한 기본 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주거, 복지, 문화, 경제공동체 5개 시책 68개 사업에 올 한해 1340억원이 투입된다.

이러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주민주도 방식의 주민자치 공동체 형성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관이 아닌 민이 상호 대등한 위치에서 접근하고 해결해나가게 된다. 마을의 범위도 행정구역 단위로 규정짓는 게 아니라 주민 간 얼굴을 알고 소통할 수 있는 범위로 정해 ‘동’보다는 훨씬 작은 단위로 정한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에서는 민간부분과 시 자치구 간 네트워크 역할을 수행해 주민주도형 사업을 발굴하고, 교육 및 컨설팅 우수사례를 공유하게 된다.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외부 전문가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20명 이내의 ‘서울시 마을공동체 위원회’를 구성해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자문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다.

▲ 민선 5기의 발전 이데올로기는 충북발전연구원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1년에 100여개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지만 성장과 개발 위주가 대부분이다. 연구원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도정기획마저도 올해는 연구 성격이 아닌 정책대안을 내는 것으로 바꿨다. 삶의 질 관련 연구는 이곳에서 찾기 힘들다.

지자체마다 마을만들기 붐

수원은 마을 르네상스 지원센터를 이미 지난해 만들었다. 수원의제 21에서 위탁하고 있다. 수원은 행정조직 내 부시장 직속기구로 마을만들기 추진단이 존재한다. 수원시 마을만들기 기본계획도 수립했다. 안산에도 마을만들기센터가 있다. 부산은 부산발전연구원에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설치를 위해 용역중이며 충남발전연구원에서는 이미 관련 용역을 마쳤다.

김동호 (사)주민참여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마을만들기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경험치가 중요하다. 지원센터를 설립해 사업예산을 만들고 공모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단 모든 관주도 사업에 주민이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지만 청주시와 충북도는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구 없이 정책 대안은 어찌 만들까”
충북발전연구원 1년에 100여개 과제수행
성장 담론이 대부분…내부 평가에 그쳐

민선 5기의 발전 이데올로기는 충북발전연구원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충북발전연구원은 올해로 22년의 역사를 맞이한 충북의 유일한 싱크탱크다. 이들은 1년에 도정기획과제, 정책과제, 수탁과제 등 보통 100여개의 과제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과제현황은 도정기획과제(9건), 정책과제(71건), 수탁과제(43건)이다. 정책과제는 충북도에서 발주하고, 수탁과제의 경우 음성군, 증평군 등 도내 지자체다. 수탁과제와 정책과제가 발주처의 요구대로 작성된다면 도정기획과제는 충북발전연구원의 방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지난해에는 9개의 도정기획과제를 수행했다.(도표)


하지만 ‘충북 사회문화 활성화 전략’ 한 과제를 제외하고는 연구용역 자체가 개발과 성장논리에 맞춰져 있다. 또한 올해는 1년의 기간을 두고 했던 학술적인 성격과 정책 제안이 섞여있던 도정기획과제를 대폭 개편해 정책과제 생산에만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올해는 3개월마다 정책을 만들어낸다. 과거 도정기획과제가 2500만원이 연구비용이었다면 이제는 350만원으로 줄었다. 올 4월까지 18개 용역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충북발전연구원 관계자는 “중앙부처에 나오는 실과 정책에 맞춰 충북도에서 정책을 생산할 수 있도록 용역을 발 빠르게 진행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에는 기본과제를 수행했지만 2011년에는 도정기획과제로 과제명과 성격이 바뀌었고, 올해는 연구 성격을 배제한 오로지 ‘정책 생산’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2010년 기본과제였을 때만 해도 외부 심사위원회에서 연구결과를 놓고 출판의 가부를 결정했지만 2011년에는 연구원 내 위원들끼리 내부 심사를 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원광희 기획실장은 “예전에는 학술적인 영역이 있었기 때문에 외부 심사위원이 참여했지만 지금은 정책 대안위주로 바꿨기 때문에 필요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충북발전연구원 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한 연구위원은 “조직이 폐쇄적으로 흐르고 있다. 외부 평가를 받지 않고, 또 전공자가 아닌 사실상 비전공자인 내부 연구위원들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또 연구 없이 정책대안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구위원은 “세계적인 흐름이나 전국적인 흐름을 쫓아가지 못할뿐더러 아직도 개발과 성장을 외치고 있는 것은 곧 민선 5기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민선 5기에 들어서 삶의 질, 공간의 질 관련 연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여전히 보고서 앞장에서는 건물 사진이 치솟고 있다. 서울시와 몇몇 광역시의 변화들을 남의 나라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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