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총회에 조직적 개입 의혹… '직권남용' 수사의뢰
충북교총 "학부모 속이고 인권조례 제정하려 했나" 반박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자율적 판단에 벗어난 행위… 헌법이 보장한 기회균등원리 위배,국가공무원법도 어긋나"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 "학부모들에게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판단에 맡기려 했을 뿐이다"

▲ 26일 오후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는 충북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학생인권조례 반대청원 서명부를 받은 도내 초·중등학교장을 직권남용죄(형법 제123조)로 청주청남경찰서에 고발조치할 예정임을 밝혔다.

충북도내 일선학교 교원들이 나서 충북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청원 서명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는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하는 근거를 바탕으로 26일 오후 기자회견에 이어 청주청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들은 앞서 20일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과 관련한 반대서명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중단을 촉구하며 충북도교육청에 감사를 촉구했으나 감사계획이 없다는 불성실한 답변을 해와 고발 조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에서 '신뢰성이 부족하기에 감사 계획이 없으며 검·경에 고발조치가 이뤄지면 그 때 가서 계획을 세우겠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해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학교장과 교감, 교무부장 등이 직위를 이용한 재량권 남용행위(형법 제123조 직권남용)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 발 더 나아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회균등의 원리에도 어긋나며 국가공무원법에도 위배된다고 꼬집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법률 심리를 거쳐 사건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해 배당절차를 밟는다는 입장이다.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가 사전 제보를 통해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불법적 반대청원 서명 사례'는 이렇다. 먼저 지난 15일께 청주 J초는 학부모 총회에서 교무부장을 비롯한 학교관계자가 유인물을 나눠주고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 서명부에 서명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또 청주 B초는 다음 날인 16일께 학부모총회에서 교무부장이 학생인권조례제정 반대청원 서명서에 서명을 부탁했고 교감이 서명부를 나눠줬다는 것이다. 청주 N중학교도 학부모 총회에서 교무부장이 학생인권조례 반대청원 서명부를 나눠주고 사인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괴산에선 반대서명 협조공문 입수
심지어 괴산에서는 지난 14일 충북의 한 교원단체가 36개 초·중등학교장과 괴산증평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보낸 반대청원 서명 협조 공문을 입수하기도 했다며 관련 공문을 보여주기도 했다.'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 저지를 위한 충북도민 반대청원 동참운동 전개에 대한 협조요청'이란 제하의 공문에는 "지난달 27일 학교규칙을 재개정하는 경우 지도·감독기관의 인가를 받는 절차를 폐지하는 초중등교육법(8조1항)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단위 학교 자율로 학교의 특수성을 반영해 자유롭게 학칙을 제정 운영할 수 있게 되어 학생인권조례는 무력화 되었습니다"라고 전제하고 있다.

이어 "그러나 전교조충북지부 등 일부단체가 학생 집회를 허용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과 대립하며 진보 교육감의 길들이기에 불과하다며 흔들림 없이 추진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충북도민 반대청원 서명운동을 계획대로 진행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 저지를 위한 충북도민 반대 청원 취지문'에는 문제조항을 지적하며 주민청원을 받아 충북도의회에 제출하려는 충북학생인권조례안이 상위법 위반이자 모순이며 학생생활 지도의 어려움으로 학교교육이 황폐화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학교들은 일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청주 J초등학교 관계자는 "학부모회 자체적으로 한 일로 학부모회에서 서명을 받았지 학교에서 개입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청주 B초등학교 O교장은 "학부모 총회에서 한 학부모가 교무보조에게 물어봐 교무부장이 설명한 바 있다"며 "교감도 반대청원 서명부를 나눠 준 것이 아니라 한 학부모가 이리 줘 보라고 말해 건네 준 것뿐이었다. 이는 K중 학부모 회장이자 청주시 학부모연합회장인 H씨의 부탁에서 비롯됐고 교내 학부모회에서 서명을 받았다. 뒤늦게 논란이 돼 교감이 경위 파악에 나섰고 과련 서명부를 현재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들, "자율적 판단에 맡겼다"
청주 N중학교 Y교감은 "아버지회가 주축이 되어서 찬성하는 사람은 자율적으로 서명을 했고 서명부를 받아 갔다"며 "교직원 서명여부는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판단에 따랐기 때문에 반대청원 서명에 개입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진천 S초 L교장은 "지난 21일쯤 학부모 총회를 했다. 한 교원단체에서 반대청원 서명 의견이 나와서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서명을 받아 가라고 얘기 했다"며 "교직원들에게 받은 것은 모르겠고 학부모들로부터 받아 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충북교총 관계자는 "학부모들에게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판단을 맡겼을 뿐이다. 오히려 알리지 않는 것이 직무해태 아닌가"라며 "대부분의 학부모를 속이고 학생인권 조례를 제정하려 한 것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허건행 집행위원장은 "일선학교 교무부장과 교감 등 교원단체가 나섰다는 것은 이미 학부모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기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며 "헌법이 보장한 기회균등의 원리나 학부모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이 같은 행위는 직위를 이용한 재량권 남용이자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충북교총), 충북학부모연합회, 학교운영위원충북도연합회, 대한교조충북지부, 충북교육사랑시민사회총연합회 등은 최근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가 추진하는 주민발의를 위한 청원 서명운동에 반대해 반대청원 서명서를 받아왔다. 이번 논란은 이들 단체들이 도내 단위학교 교원들까지 반대청원 서명에 동원했나 하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사실여부는 앞으로 경찰 수사 결과로 드러나게 됐다. 하지만 수사 개시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범죄 성립요건이 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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