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에만 1만 명…누락되거나 중복 지원해도 몰라
천편일률적인 카드 지원뿐…균형 잡힌 식사 기대도 못해

한 끼에 3000원이다. 그것도 카드로만 긁을 수 있다. A양(기초생활수급자·15)은 이틀에 한번 꼴로 가맹점으로 등록된 식당을 찾아가 동생들과 밥을 먹는다. 아니면 편의점에서 2500원짜리 도시락을 사먹는다. 한번에 1만원까지 긁을 수 있지만 카드를 내밀면 식당주인들은 반기지 않는다. 카드가 꼭 기초생활수급자의 꼬리표 같다.

충청북도는 전국 최초로 2011년부터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더라도 방학과 주말, 공휴일에는 한 끼 3000원에 의지해야 한다. 방학과 공휴일에는 3끼, 주말에는 점심 한 끼가 지원된다. 하지만 요즘, 자장면도 칼국수도 5000원인데 3000원은 너무 박하다.

최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도내 자치단체의 방학 중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지원 실태조사를 벌였다. 2010년 2011년 2012년 자료를 행정정보공개 청구로 받아온 결과 충북지역 결식아동은 2012년 2월 기준 약 2만 3000명에 달하며, 이들은 대개 카드로 지원을 받고 있었다. 단, 보은군만 유일하게 377명 결식아동에 대해 전부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지급방식은 바우처(포인트)로 가맹점 식당 이용, 전자카드(꿈자람 카드), 식품권, 농산물 상품권 등 인데 행정편의주의적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상품권의 경우 현금화 해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우려도 있다.

▲ 충북도는 무상급식 전면실시로 적어도 학기 중에는 밥을 굶지 않게 됐지만 방학기간과 주말, 공휴일에 2만 3000여명의 결식아동들은 배가 여전히 고프다. 한 끼 단가가 3000원이어서 편의점 도시락을 애용하기 일쑤다.

이에 대해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정책국장은 “결식아동에게 양질의 균형 있는 식사가 제공돼야 하지만 예산문제를 이유로 한 끼 지원금액도 적을 뿐만 아니라 밥을 제대로 먹었는지 체크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카드만 쥐어준 채 알아서 하라는 방식은 너무 폭력적이다”고 말했다.

청주시 카드 가맹점 230곳

청주시의 경우 결식 아동수는 2012년 1만 96명으로 도내 전체 아동수의 44%를 차지한다. 청주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래시장상품권으로 지급했다. 재래시장 상품권은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조리를 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고, 상품권을 받아주는 일반 식당 가맹점은 45군데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전자카드로 전환하고, 가맹점 수도 230여 곳으로 늘렸다.

청주시 관계자는 “도시락 배달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여름에 식중독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직접 만나서 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결식아동만 도시락 지원을 받고, 나머지 가족들은 밥을 먹는 것도 문제가 있다. 보은군의 경우 수가 적어서 도시락 배달이 가능하지만 청주시는 1만명이 넘어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또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급식비 단가다. 최소한 4000원 이상으로 지원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경기도의회는 3500원이던 결식아동 급식지원비를 1000원 올렸다. 도세가 비슷한 강원도(2011년 12월 기준)는 기초단체 중에 춘천, 원주, 강릉, 횡성, 속초가 3500원이며 화천군은 4000원이다. 충북도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단가를 올리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내 자치단체 결식아동 급식지원비는 2012년은 도비 15억 6000만원이고 지방비는 46억 6000만원으로 총액은 62억 2051만원이다. 방학 중 아동 급식지원 사업은 2005년 지방으로 이양됐다. 지난 2009년과 2010년에는 한시적으로 국비를 지원했지만 지난 2011년부터 관련예산을 전액 삭감됐다. 4대강 사업의 전용으로 이 예산은 지방재정에 짐을 떠넘겼다.

현재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도비 25%, 시군비 75% 매칭펀드 방식으로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자체 차원에서는 예산부담이 적잖다. 이선영 국장은 “정부는 결식아동 급식 지원예산을 편성하고, 정치권은 공약으로 약속해야 한다. 빈곤과 복지 관련된 예산은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요조사 이뤄진 적 없어

그렇다면 결식아동에 대한 수요조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교육청과 동사무소를 통해 대상자 명단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동사무소를 통해 받을 예정이다”고 답했다. 실제 명단이 누락되거나 중복지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밝힐 수 없는 구조다. 수요자에 대한 만족도 조사도 실시된 적이 없다.

이선영 국장은 “아침을 굶고 학교에서의 급식이 온전한 한 끼, 저녁은 라면으로 대충 때우는 아동은 영양면에서 크게 불균형하여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자체마다 전수조사를 통해 세대별 급식유형, 동별 분포도 등 다양한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며 “도시락 배달이 이상적이지만 일시에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실태조사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몇 개 동만이라도 배달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재찬 사회적경제센터 지원국장은 “우선 대상자들에게 시니어클럽, 우렁각시, 행복도시락 등 사회적기업을 통해 도시락을 배달한다면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지역의 인적자원이 연계돼 급식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

하재찬 국장은 “지역기업이 결식아동들에게 후원을 할 수 있고, 사회적 기업은 도시락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또 지역의 복지단체나 동사무소에서 자원봉사 인력을 공급해주면 선순환경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들의 연계는 결식아동 급식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기업 행복도시락의 곽호근 대표는 “현재 사창동, 율량동, 운천동, 봉명1,2동은 행복도시락 자체 나눔 사업을 통해 도시락 110개를 결식아동에게 방학동안 지원하고 있다. 동사무소에 급식을 갖다 놓으면 자원봉사자들이 배달을 해준다. 지원 자원을 활용하지 않고, 또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채 급식 지원을 논하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요즘에는 밥을 굶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복지단체나 지자체 차원에서 쌀은 공급하기 때문이다. 도시락 배달보다 반찬 배달 등 방법을 모색 중이다. 급식과 관련한 논의가 이번기회에 지역의 이슈가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