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용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4월 11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19세 이상의 대한민국국민으로서 금치산자와 일부의 범법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성스러운 국민축제일인 것이다.

그러나 투표장에 가지 않는 사람이 많아 유감이다. 국회의원선거 투표율은 전두환정권 시절에 치러진 12대 국회의원선거 때의 투표율 84.6%를 정점으로 가파르게 내려가기 시작하여 17대 때 60.6%를 기록한 것이 2008년에 치러진 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유권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6.1%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유효투표수에 50%를 득표한 국회의원이 실질적으로는 지역구민의 1/4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택을 받는 것이다.

평소 정치와 정치인을 욕하던 사람들이 투표일만 되면 “투표할 필요 있어?”, “모두 똑같은 놈들인데 뭐” 라는 자기합리화로 ‘기권’을 선택한다. 투표는 나를 대신하여 나의 의사를 전달해줄 후보자나 정당을 선택하는 행위다. 제발 기권하지 말자.

기권이 유권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공천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계파싸움으로부터 청와대개입설, 차떼기논란, 투신과 자살소동 등은 공급자인 정치권과 정치인이 고객인 국민들에게 외면을 강요하는 모습이다.

그 뿐인가? 살아가기 어렵다는 국민들은 외면한 채 위헌논란까지 야기시키며 당리당략에 치우친 국회의원 정수 300명 증원, 국민 8명 이상이 찬성하는 일반의약품 슈퍼판매를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약사들 편에서 불허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 속에서 다수의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제일 외면하는 것은 민생이요, 합의를 제일 쉽게 이루는 것은 세비인상과 보좌관 증원 등 그들의 이익에 관계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인가, 그들만의 이익집단 인가를 의심하게 하면서 선거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킨다. 민주국가에서 투표권이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의무이지만, 정치인들이 만든 불신의 덫이 기권율을 높이는 촉매로 작용한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하고서 욕해야 한다. “정치를 경멸하는 사람은 경멸할 정도의 정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갈등조정의 마지막 수단인 정치의 수준을 높이자.

살아가면서 선택하는 것이 참으로 많다. 배우자, 직업과 직장, 진학, 주택, 차, 옷, 악세사리, 여행할 때 이동수단이나 도로 등. 그런데 항상 최선만을 선택하지는 못할 것이다. 현실적인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선택하는 대표들도 그럴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상의 후보를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기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서도 수시로 후회한다. 덜 후회하는 선택을 하려면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5년 전에 있었던 747공약의 허구를 깨닫고 후회하고 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살아온 이력과 인물됨이다.

군인 출신 대통령은 항상 탱크의 유혹 속에 있었으며, 토건 출신 대통령은 중장비만 배불리고 있다. 사람은 그 본질을 버릴 수가 없다. 배고픔을 모르던 사람이 서민을 위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그냥 동냥 정도를 주고픈 마음뿐일 것이다. 공약이 현실을 호도할지라도 후보의 삶의 토대와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할 것이다.

4월 11일. 꼭 투표장에 가야 한다. 최상이 아니면 차악의 후보라도 선택하러 투표장으로 가자. 정치의 수준을 높여서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고 싶은 욕심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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