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사회문화부 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는 한자성어입니다. 지난 한 주 고졸 취업자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기자의 마음이었습니다.

정부가 고졸 취업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혜택을 제공하면서 2월 중순 현재 충북 도내 특성화고 졸업자 평균 취업률이 43.6%로 전국 평균 42.4%보다 1.2%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이 도내 특성화고 평균 취업률은 4년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취업률이 부풀려져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얼마 전에는 충북에 정부 감사까지 다녀 갔다고 합니다.

사실 도내 평균 취업률이 높은 것은 일반고 대학 입시지도교사의 노동 강도와 맞먹는다는 취업지도교사의 노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기아차 고졸취업자 사망사고 이후에는 취업현장의 노동 강도와 근무여건까지 조사하러 다니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고 합니다.

또 지난해 충북공고에 들어선 충북도교육청 취업지원센터의 노력도 한몫 하고 있었습니다.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장학사가 세일즈맨이 되어 특성화고 졸업자를 한명이라도 더 취업시키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고졸 취업을 위한 노력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었습니다. 대졸 취업자의 임금 인플레이가 너무 심각해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정부가 고졸취업이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는 것입니다.

사실 특성화고는 본래 취업이 목적인 곳입니다. 보다 전문화된 직업교육을 통해 산업현장의 기능 인력을 양산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특성화고 전국 평균 취업률을 웃돌고 있는 충북조차도 나머지 56.4%가 대학 진학이나 군 입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아직도 대학을 졸업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뿌리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승진에서나 보수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산업현장을 지켜야 할 기능 인력들이 대학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취업지원센터를 두고 고졸취업자를 적극 늘리려 애써온 충북조차도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90년도에는 취업률이 86.8%였다는 현실을 놓고 볼 때에 자랑할 만한 실적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이는 당시 졸업생 8751명 중 7598명이 대학진학이 아닌 취업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가정형편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특성화 고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학생들조차도 최종적으론 대학진학이란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20년 만에 뽑았다는 농협 신입행원이나 선망의 직업인 공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유망 중소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조차도 군복무 문제가 해결되면 대학진학이란 꿈을 이루려 하고 있었습니다. 사회경력을 먼저 쌓는다는 자부심 이면에는 ‘성공을 위해선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듯 했습니다.

청년 실업률을 생각한다면 이들에겐 분명 봄은 왔습니다. 하지만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진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언제쯤 완연한 봄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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