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옵니다. 17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선거일이 몇 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전국 243개 지역에서 치러질 이번 총선거는 비례대표 56인을 합쳐 총299인의 국회의원을 뽑게 됩니다. 전국의 총유권자는 3567만명. 우리 충북의 선거구는 8개, 유권자는 109만247명(남 53만6995명·여 55만3252명)입니다.

1948년 5월 10일 초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은 지 56년, 그로부터 대한민국 국회는 온갖 질곡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열 일곱 번 째 선거를 맞게 된 것입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의회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선거는 한판의 ‘축제’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은 선거를 통해서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고 대표로 뽑힌 이들은 의정 단상에 나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합니다. 선거야말로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그러나 이번 17대 총선은 축제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상 초유의 국가비상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능력있고 깨끗한 지역일꾼을 뽑는 것이 아니라 ‘탄핵심판’이냐, ‘거여 견제’냐로 그 본래의 의미가 변질됐기 때문입니다.

탄핵을 둘러싸고 지금 하나여야 할 국론은 두 갈래로 갈려 있습니다.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이 둘로,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이 둘로, 젊은 세대와 노장세대가 둘로 갈려있습니다. 신문 방송들도 둘로 갈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도 서로 갈려 다른 주장을 쏟아냅니다. 오늘의 상황은 좌우로 갈려 혼란과 갈등을 빚던 해방공간과 비슷합니다.

탄핵이 어쨌건 이제 우리는 선택을 해야합니다. 누구를 찍을 것인가, 왜 그 사람을 찍어야 하는가, 인물을 보고 찍을 것인가, 정당을 보고 찍을 것인가, 옥석을 가려야 할 시간입니다. 언제나 마찬가지로 내 한 표가 나라의 장래를 결정짓습니다.

이번에도 우리는 허무주의와 냉소주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뽑아 봤자 그놈이 그놈’이라거나 ‘다 도둑놈인데 투표는 뭐 하러 해’하는 그릇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그런 냉소와 무관심이 정치를 이처럼 왜곡시켜 놓은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합니다.

선거란 완벽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닙니다. 그때마다 출마한 후보 중에서 가장 나은 인물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비록 변변치 못한 인물이라 하더라도 타 후보가 더욱 변변치 않으면 뽑을 수밖에 없는 것이 선거입니다.

최선(最善)의 인물을 선택하되 그렇지 못할 경우 차선(次善)을 선택해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차악(次惡)을 선택하기도 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중요한 것은 변변치 못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뽑았으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밀어주면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사사건건 헐뜯고 발목을 잡는다면 변변한 사람이 나올 수도 없으려니와 변변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제 능력을 꽃 피우지 못합니다. 우리 국민의 아쉬운 점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다행인 것은 이번에는 과거와는 선거 풍토가 많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막걸리도, 돈 봉투도 볼 수 없고 관권개입도 보지 못 합니다. 자유당시절의 고무신선거, 공화당시절의 공무원선거, 리어카선거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변화입니다.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 선거혁명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경제규모 세계12위의 나라답게 선거도 선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됩니다. 그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현명한 선택에는 나라가 평안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나라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낡은 고정관념으로 후보를 선택 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후보를 선택 할 것인가, 국민 각자가 냉정한 이성으로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국회의원의 수준이 바로 국민의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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