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치킨 사주고 선물 공세' 소문… 어른 뺨치는 선거판
'청소년 리더십 함양' 순기능, '금권선거 조기교육' 부작용

▲ 어른 선거를 답습하는 어린이 학생회장 선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청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가 과열되면서 등굣길 친구들에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알리려 학교담장위에까지 올라 유세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어른 선거를 흉내내는 어린이 회장 선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올해는 특히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해라 새학기를 맞아 펼쳐지는 학생간부 선거에 관심이 쏠렸다. 학급반장이나 어린이 회장은 어릴적부터 민주시민 의식을 키우고 청소년 리더십을 함양 시킬 수 있는 순기능이 분명하다. 하지만 결과를 중시하는 세태에 휩쓸려 지키지 못할 공약이 난무하고 금권선거를 조기 교육받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16일 오전 8시 청주의 한 초등학교 앞. 이날은 이 학교 어린이회장 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비교적 차분하게 치러지는 듯 한 이 학교 학생회장 선거는 6명의 후보자가 경합을 벌이면서 적잖은 과열양상을 빚었다. 이른 아침부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알리느라 분주했다. 정견발표와 투개표로 치러진 이날 선거에서 평소 학생들의 신망이 두텁던 한 학생이 당선됐다. 그런데 유세기간 동안 후보자들이 왜 출마를 했는지, 공약은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답변은 하지 못했다.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부모가 시켜서''나중에 상급학교에 진학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대학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등의 막연한 대답이었다. 더욱이 이 학교는 학생회장 선거의 투표권을 4, 5, 6학년에게만 부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유권자를 제한한 것이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상급생들이 1, 2학년 동생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라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초등학교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어릴적부터 민주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대표를 뽑기까지 선거절차를 가르치겠다는 본래 취지와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인근의 일부 학교에선 선거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피자를 사줬다''학용품을 선물했다''영화 관람을 시켜줬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렸다는 것이다. 실제 학교인근의 유명 피자집과 햄버거 집 등 패스트푸드점을 돌아본 결과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 배달 주문이 늘거나 단체로 이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었다. 또 지난 한주 충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회장 당선자 부모가 전교 각 학급에 축구공을 돌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보통 학년말 치러진 학생회장 선거가 때 아닌 신학기에 빚어진 데는 '공약이행이냐 금권선거냐' 하는 논란에서 비롯됐다.

100만원 상당 축구공 선물이 공약?
공직선거법이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기부행위로 볼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기성세대의 '돈 선거'를 답습한 비교육적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이 학교의 학생회장 선거는 지난해 12월 실시됐다. 부회장으로 당선된 학생은 당시 공약으로 축구공을 선물하기로 약속했다는 것. 당선이후 부회장 당선자의 부모는 27개 학급에 축구공 1개씩, 모두 27개를 나눠줬다. 이는 100만원 상당에 이른다. 학교 측은 공약이행을 귀감사례로 홍보까지 했고 이를 지켜 본 일부 학생의 학부모들이 '청소년 시기부터 금권선거를 가르치는 행위다'고 꼬집고 나서면서 논란이 됐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구민에게 물품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기부행위로 규정해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교가 모범사례로 홍보까지 하고 나선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생회장 선거 후보자가 약속을 이행했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축구공 기증은 학교발전기금으로 처리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내 아이가 학생 간부가 됐는데 솔직히 기분이 좋으면 자장면도 사고 답례도 할 수 있는 것이지 너무 확대 해석하는 면이 있다"고 경계했다.

사실 도내 모든 학교가 학생 간부 선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학년 말 치러진 청주의 한 중학교 학생회장 선거에서는 한 후보가 협소한 학교 운동장 사정을 고려해 일부 학년 아이들이 즐기지 못하는 축구경기를 할 수 있도록 '교내 월드컵을 개최하겠다'고 해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또 손수 제작한 공약이행 피켓을 쉬는 시간 등을 이용해 각 학년 교실을 찾아다니며 선거유세를 하고 분명한 출마 이유를 밝힌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청주의 한 중학교 학생회장 당선자는 "부모가 부추겨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나온 학생들은 문제가 되겠지만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출마한 학생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한 유권자 리더십 가르칩니다"
충북선관위 김우정 주임 청소년 리더십 연수 소개

▲ 김우정 충북선관위 주임
맹목적으로 어른선거를 흉내 내는 학생회장 선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충청북도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충북 선관위)가 3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청소년 리더 연수과정'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충북선관위는 해마다 신청자를 받아 초·중학생 임원을 대상으로 '청소년 리더십''유권자의 권리와 의무''바람직한 학급회의 진행방법''선거와 정치참여하기''토론의 매너와 기술' 등의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도 3∼5월과 9∼11월 상·하반기로 나눠 모두 50여 차례에 걸쳐 도내 1990여명의 학생이 충북 선관위 청소년 리더 연수과정을 거쳐 갔다. 충북 선관위 김우정(35·사진) 주임은 "민주시민양성 과정으로 제한된 인력에 1주일 교육 후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며 "교과목은 학교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강사진은 앞서 말한 것처럼 민주시민정치교육 전문가과정을 수료한 내부 강사진이나 외부강사과정을 수료한 강사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주임은 "어릴적부터 민주 시민의 권리를 배우고 올바른 리더 과정을 연수해 선진 선거문화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며 "최근 전자투표기 도입으로 인한 대여활동도 하고 있는데 이는 차후 스마트 세대 유권자들의 사회 적응도를 높여 줄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집계가 가능한 프로그램이지만 부정을 막기 위해 몇 개의 USB로 취합한 투표현황을 집계해 발표하는 시스템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총선과 대선 일정으로 바빠 오는 4월부터 신청자를 받아 관련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다"며 "인력과 지원예산이 한정적인 것은 아쉬운 점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