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이희영·글=권혁상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의 박사 학위 논문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20년전인 1992년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학위 논문 ‘한국과 대만의 X-비효율성 측정’의 37%(553줄)가 타 논문을 무단 도용했다는 것.

또한 24.9%(372줄)는 각주에 출처를 언급했으나 “인용 범위를 벗어나 논문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민주통합당 홍재형 후보측이 폭로했다. 홍 후보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논문의 절반을 남의 글로 채운 ‘짜깁기’ 오명을 벗기 힘들다.

하지만 정 후보측은 “미국 학계가 인정한 논문을 홍 후보가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위해 여러 명의 교수를 동원해 먼지 털듯이 뒤졌다”며 ‘흑색선전’으로 일축했다. 지역 언론도 폭로 기자회견에 대한 단발성 보도로 끝내면서 흐지부지 잊혀져 가고 있다.

논문표절은 일반 절도범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단지 물적재산이 아닌 지적재산을 훔쳐 사용한 것인데, 한때 교육부총리·장관 후보가 청문회에서 논문표절 의혹에 휘말려 낙마하기도 했다. 하물며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둔 후보가 이렇다할 과학적 반증없이 ‘흑색선전’이란 한마디로 버티고 가는 모습이 경이롭다.

본인 말대로 미국 학계가 인정한 논문이라면 모교인 하와이대 교수의 입이라도 빌려서 가타부타 해명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논문표절이 ‘부러진 화살’이 돼버리고 ‘흑색선전’의 방패가 상수(上手)가 되버린 현실이 난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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