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여성 생존권·참정권 외친 날 기념, 올해 의제도 생산..시민속으로 다가가는 것 과제

여성들이 기억해야 할 날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인가? 아니다. 3월 8일 ‘3·8 세계여성의 날’
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화이트데이는 알아도 세계여성의 날은 모른다. 화이트데이는 남자가 좋
아하는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것도 사탕을 주면서. 이 날을 위해 크고
작은 마트와 제과점, 커피숍 등에서는 사탕과 각종 선물을 마련해놓고 영업전에 돌입한다. 이 때문에
화이트데이는 참다운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기 보다는 발렌타인데이와 함께 기업들의 상술에 휘둘리는
날이 돼버렸다.

반면 세계여성의 날은 상당히 의미가 깊은데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1908년 1만5000여 명의 여
성 노동자들은 미국 루트거스 광장에서 근무시간 단축, 임금인상, 투표권 등을 요구하며 뉴욕시로 진
출해 시위를 벌였다. 그 때까지 여성들에게는 투표권조차 없었다. 세계여성의 날이 생긴 것은 3년 뒤
인 1911년 3월 19일. 독일 노동운동 지도자 클라라 체트킨은 매년 같은 날 모든 나라에서 여성의 권
리신장을 주장하는 여성의 날 행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것이 3월 8일로 바뀐 것은 지난 1913년.

우리나라는 1920년대부터 3·8 기념행사를 했으나 일제의 탄압에 의해 중단됐고 해방후 부활되지만
다시 맥이 끊겼다가 1985년에서야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했다고 한국여성대회조직위는 밝혔다.
올해 한국여성대회는 지난 10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다. 재능교육 교사노동조합이 올해의 여성상
을 수상했다. 참석자들은 이 날 성평등사회·평화로운 세상·99%의 행복을 약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
다. 충북지역에서는 지난 8일 청주 가톨릭청소년센터에서 있었다. 60여명의 참석자들은 조를 짜서 의
제를 생산하고 여성의 정치참여·보육 가사문제 국가책임 강화·여성노동자 일자리정책·여성인권보
장·장애여성 모성권 보장 등을 약속하라고 주장했다. 이 날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의제를 받는 게 아
니라 자신들이 참여해 직접 필요한 의제를 생산하는 것이 새로웠다는 평이다.

권은숙 충북여성장애인연대 사무국장은 “유권자네트워크를 통해 이 의제들을 4·11총선 후보들에게
전달해서 여성들이 요구한 것을 약속한다는 서약식을 추후 갖기로 했다. 이제 말로만 하는 데서 벗어
나 이 의제들이 꼭 실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정치참여는 전국 꼴찌수준이고
보육·교육문제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게 충북지역 여성들의 현주소다. 그리고 여성노동자들은 일
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성희롱·성추행도 만연해 있다. 장애여성들의 모성권도 보장돼 있지 않다. 이 날 생산된 5개의 의제들 중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게 없다고 여성들은 입을 모았다. 때문에 총선을 통해 여성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후보들에게 알리고 이를 실천하도록 압박한다는 것이다.

한편 3·8 세계여성의 날이 발렌타인데이에 치여 여성단체 관계자들만 아는 날이 된 것에 대해 대책
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있다. 하숙자 충북여세연 대표는 “언론들이 진보적인 여성단체 활동
을 보도하지 않아 시민들이 모르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MB정부들어 더 심하다”고 말했다. 반면 권
은숙 국장은 “그동안 시민들에게 시민의식과 사회의식에 호소했는데 먹고 사는 문제가 더 급하다보
니 참석률이 저조하다. 일반 여성들과 함께 하는 행사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풀뿌리에 대한 고민을
더 진지하게 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 충북여성연대는 지난 8일 청주 가톨릭청소년센터에서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행사를 열었다. 이 날 참석자들은 의제를 생산하고, 향후 총선후보들에게 약속을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여성인권 디딤돌상과 걸림돌상
디딤돌상-성추행 피해자·청주지법 형사합의 12부
걸림돌상-성추행 가해자·구명활동자·충북도 소청위

디딤돌상과 걸림돌상을 아는가. 여성인권에 기여한 사람에게는 디딤돌상을, 거꾸로 추락시킨 사람에
게는 걸림돌상을 준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해마다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때 이런
상을 수여한다. 올해 충북여성연대도 충북지역에서 디딤돌상과 걸림돌상을 수여했다.

충북여성연대는 지난 8일 청주시 고위공직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일동과 청주지법 형사합의12부 (부장판사 이진규)에게 여성인권 디딤돌상을 주었다. 청주시내 모 방송국 여성직원들은 지난해 7월 회식자리에서 청주시 고위공무원 K씨에게 매우 불쾌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K씨는 이 날 여러 명의 여성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여성연대는 공직사회 만연한 성추행 사실을 밝혀내고 성차별 문화를 성평등 문화로 바꿀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아 상을 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청주지법 형사합의 12부는 지난해 지적장애 미성년 성폭력사건을 다루면서 검찰 구형을 뛰어
넘는 실형선고를 해 이 상을 받았다. 이들은 미성년자 성폭력사건에 대해 검찰이 징역10년을 내렸으
나 이를 넘어 12년을 선고했다. 또 지적장애인 성폭력사건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하고 5년간 신상정
보 공개를 명령했으며 일명 ‘노예할아버지’로 불린 지적장애인 이 모씨를 학대한 가해자에게는 징
역1년, 집유 2년, 사회봉사 360시간을 선고했다. 그래서 여성장애인 성폭력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장
애 상태와 주변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세심하게 판결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듣기에도 기분나쁜 걸림돌상도 있다. 지난해 여성인권 측면에서 가장 사회적으로 지탄받
은 사람들을 뽑은 것이다. 충북여성연대는 역시 청주시 고위공무원 성추행사건을 뽑았다. 수상자는
가해자 본인과 가해자를 위해 구명활동을 한 공무원, 충북도 소청심사위원회이다. 가해자 본인은 평
소에도 부하 여직원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막말을 하거나 불쾌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또 청주시 일부 공무원들은 K씨가 해임되자 다시 공직사회로 복귀해야 한다는 여론을 전파하고, 이를
위해 탄원서에 서명한 행동이 문제가 됐다. 충북도 소청심사위원회는 K씨가 해임된 뒤 소청심사를 제
기하자 처음에는 여성계 반발을 우려, 보류시켰다가 결국 받아들여 K씨를 공직에 복귀시켜 이 상을
받았다. K씨는 지난해 8월 해임됐으나 지난해 12월 5급 사무관에서 6급으로 강등돼 직장으로 복귀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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