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UP, 제조업 DOWN
생산적 서비스 산업 성장해야

충북의 경제가 소비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서비스업 중 소비위주의 산업은 사업체수와 종사자수는 느는 반면 제조업은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층으로 갈수록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에도 나타나듯이 전통 제조업에 종사하는 종사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어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취업하는 인구 대부분이 서비스업 쪽이며 생산을 주로 하는 산업도 1차 산업(농업, 임업, 축산업)에 종사하는 인원이 대폭 줄고 있다. 2차 산업 또한 3차 산업에 한참 밀리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산업구조의 흐름이 3차로 치중되는 것은 이미 정형화된 현상’이다. 그러나 건전한 서비스업종보다는 단란주점이나 유흥업소와 같은 불건전한 서비스업종으로 치중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소비성 업체 늘어
소비 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도내 유통업계를 들 수 있다. 청주는 이미 소비성 업체가 과포화 상태다. 규모는 작지만 백화점 2개, 전문 의류 쇼핑몰만 4개, 생필품이나 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대형 할인점만 4개, 그 외에도 성안길 상권을 합하면 소비 인구에 비해 난립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만 대형 매장이 4개나 들어선다. 모두 최대규모,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며 청주 소비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유통업에 이어 세대를 불문하고 찜질방 열풍이 불어 청주에도 찜질방이 속속 오픈하고 있다. 기존의 사우나 개념을 완전 탈피해 레저 스포츠 시설까지 갖춘 대규모의 찜질방이 들어서면 주변 목욕탕 6개가 도산한다는 것. 이는 신 소비 시장이 구 소비 시장을 무너트리는 또다른 결과를 낳는다.

다음달 문을 열게 될 가경동의 A 찜질방은 지하 2층, 지상 10층의 규모로 3∼8층까지는 주차장으로 이용된다. 층당 900여평으로 투자 비용만 300억원으로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이다. 골프, 헬스, 스쿼시와 같은 대형 레저 시설을 갖추고 고용인원 1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천동의 B 사우나는 층당 285평으로 3∼6층까지 사용하며 2교대로 20여명의 직원이 있다. 투자비용만 70여 억원으로 청주시내 비슷한 규모의 찜질방이 7∼8곳이 더 있다.
서비스 산업의 발달은 자연적인 현상인데 반해 유흥업소나 단란주점 같은 소비만을 지향하는 업소의 증가는 소비 도시화를 부추기고 있다. 해가 거듭할수록 그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동종 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ㄱ단란주점 사장 박 모씨는 “경제난이 심화될수록 유흥비를 줄이는 게 사람 심리인데 유흥업소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 대형 규모에 많은 돈을 투자한 곳이 등장하지만 눈에 띄는 매출을 올리는 곳이 드물다”고 말했다. 박씨는 모두들 어렵다고 지갑 꺼내는 것을 망설이기도 하지만 장사가 아주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귀띔했다.

도내 1995년 총인구(5년 주기)는 139만 6728명, 지난해 150만 558명으로 9년 사이 20만 여명 소폭 늘었다. 이도 도내 출산율이 높아졌다기 보다는 대학생이 많은 청주의 인구 실정으로 보아 그 또래의 타 지역 학생들의 유입 때문이다.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말할 것도 없고 2차 산업인 제조업 종사자수는 97년 이후 계속 줄다가 2000년 소폭 증가한 후 계속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그에 반해 서비스업체 수와 종사자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젊은 층이 제조업을 기피해 제조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현상까지 낳아 제조업의 성장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것.

도내 J제조업체의 경우 평균 연령이 40세를 넘는다. 20대는 아르바이트생이 전부고, 정직원 중 50세를 넘은 직원도 20% 가량 된다. J업체 관계자는 “20대는 가뭄에 콩 날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다. 30대도 초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또 입사를 한다고 해도 근속 근무를 하지 못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C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무 특성상 20대를 주로 원하고 40대 이상은 입사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30대 중반 이후는 반기지 않지만 인원이 부족해 채용하기도  한다. 주로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데 1년 이상을 장기 근무자로 취급할 정도로 젊은층이 오래 머물지 못한다.

생산 주체보다 소비 주체가 많아
충북의 경제가 생산보다 소비가 더 활발한 것은 집중적으로 육성된 산업이 없고 직장수 보다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충북대 경제학과 조수종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지역에 비해 대학생이 많고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대학생으로 인해 소비가 생산을 앞지른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특히 청주는 도청 소재지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대학생들이 모여들다 보니 소비층이 더욱 두터운 것이다.” 또 이렇다할 산업이 없어 소규모 숙박업이나 음식점의 수가 늘어 서비스업도 ‘나눠 먹기식’이 된 것이다. IT, BT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도는 현재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일명 ‘보릿고개론’을 내세우는 그는 “2010년이 돼야 IT, BT 산업이 자리를 잡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게 된다. 그 때까지 이렇다할 일자리는 마련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 보릿고개 같은 시기”라고 밝혔다.

충북개발 연구원 노근호 박사는 제조업체수가 소폭 느는 만큼 종사 인원이 늘지 않고 오히려 주는 현상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고용 창출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전통 제조업이 첨단 산업에 밀려 도산되고 이는 실업으로 이어져 오늘날 ‘고용 없는 성장’이 이뤄지는 것이다.” 노 박사는 사람이 모이면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나 소비 지향적 서비스 산업은 지양되고 교육, 법률, 경영지원, 마케팅과 같은 생산적 서비스 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이 증대되고 그에 따라 서비스 산업이 확대되고 더 나아가 정보 산업까지 발전하는 ‘파생적 산업’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문제를 양산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청년층의 수가 줄고 고령화되는 인구구조 때문이다. 이 같은 인구 구조는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노인 복지나 실버 산업을 육성시키는 데 주력하는 것도 하나의 극복 방법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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