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이희영·글=이재표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은 고뇌한다. 전쟁의 영웅은 백성들에 의해 떠받들려 왕의 정적이 될 수 있고, 그래서 위협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은 1598년 노량해전에서 전사함으로써 불멸의 이름을 남긴다. 반공의 전장이었던 한국전쟁에서도 미국의 영웅이 있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단숨에 뒤집은 맥아더다. 그러나 중국의 참전으로 전황이 급변한다. 미국은 휴전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맥아더는 이미 트루먼이 견제하는 대상이었다. 1951년 4월19일 UN군 사령관에서 물러나는 맥아더는 미 의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라고.

지난 1월11일 당시 이태호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내가 연임을 위해 추대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오해에 속이 많이 상했다”며 “회장과 직무대행 등 13년(회장직), 20개월(직무대행)간 상의 회장을 해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장수 회장이고 청주상의 역사상 최장수 회장이기 때문에 이번 임기를 끝으로 깨끗이 물러나겠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지난 2월28일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두고 열린 임시총회에서 이 회장은 명예회장에 등극했다. “그동안의 노하우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조언할 수 있는 명예회장의 자리를 만들어 주셨는데, 앞으로 여생도 충북의 경제발전을 위해 바치겠다”는 비장한 취임사와 함께. 항간에는 ‘오흥배 신임 회장과 내무와 외무를 분담하기로 했다’는 말도 들린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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