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지원센터, 4대강, 충북문화재단, 청주청원통합 되짚기
단체장 독선, 빈약한 논의, 정보 공유 부재는 갈등만 증폭시켜

민선과 자치의 충돌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 4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이 있고, 있는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지역사회의 의제와 이슈도 마찬가지다. 지역사회 합의는 꽤 어려운 문제다. 아무리 공들여 합의를 해도 단체장과 정부의 개입으로 물거품으로 끝나거나, 채 설익지 않는 논의는 이해관계의 갈등만을 부추긴다. 학교급식지원센터, 4대강, 충북문화재단, 청주청원통합을 놓고 지역사회의 합의 능력을 점검해본다.

1. 행정은 토론을 두려워 해
학교급식지원센터-이해당사자간 끝장토론 부재

▲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를 두고 단체들 간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청주시와 농민단체, 농협은 설치를 ‘찬성’하고 납품업자는 ‘반대’한다. 사진은 학교급식 납품업자들이 지난해 말 청주시청 앞에서 연 반대시위 모습이다.
전국최초로 충북도는 초·중학교 무상급식이 실시됐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민선 5기 단체장들이 모두 민주통합당 출신이 당선되면서 정치적으로 이슈화됐던 무상급식은 갑작스럽게 충북에 안착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급식은 꽤 복잡한 이해당사자들이 등장한다. 교육청과 청주시, 농민과 학교급식납품업자, 영양사, 학생, 학부모, 일선학교 등이 원하는 답을 돌출해야 한다.

시민단체와 생협단체들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통해 로컬푸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산자인 농민을 보호하고 아이들에게 바른 먹을거리와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장 2011년 3월부터 무상급식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논의는 생략되고 우선 아이들에게 기존 방식대로 급식이 시작됐다. 당장 밥을 먹어야 하는 게 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소위 지역사회에 ‘병든 소 파문’이 일면서 기존의 납품업자에게 물건을 받아 학교급식을 하는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물건에 대한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질서를 깨는 방법밖에 없었다.

청주시는 지난해 10월, 학교급식심의의원회를 열어 새롭게 물류를 담당할 곳으로 오창농협의 APC(청원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오창농협의 APC를 활용할 경우 새롭게 짓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청주시장의 공약이었던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운영위원회를 통해 납품하는 물건에 대한 기준과 원칙, 그리고 식생활 교육을 해나가겠다고 계획했다.

하지만 중도매인과 학교급식납품업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오창농협이 독과점 형태로 물류를 담당하면 기존의 학교급식납품업자들을 설자리를 잃는다는 생존권 주장이었다. 현재 상황은 5월부터 오창농협이 청주청원에서 나는 지역농산물에 한해서만 학교급식에 납품하겠다는 계획이다.

2011년 학교급식식품비 예산현황을 보면 식품비는 216억원 가운데 지역농산물은 36억원으로 16.7%를 차지한다. 최근 식생활교육충북네트워크 주최로 학교급식지원센터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청주시 관계자는 “조만간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운영방침을 정하고 논란들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다. 첫째 오창농협 측은 농협은 비영리법인이자 계약재배를 통한 직거래 방식을 통해 농민을 보호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공공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둘째, 현재는 청주청원 지역농산물에 한해 오창농협이 물류를 맡게 되지만 이 후 축산 가공품 및 그 외 식품비에 대한 파이를 놓고 갈등이 유효하다. 셋째 학교급식지원센터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고 있고, 학교급식 관련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다는 점도 논의를 겉돌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급식을 통해 지역의 농민들이 정말로 친환경유기농업으로 전환한다거나, 확실한 공급처인 학교를 통해 소득이 증대한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정책이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렇게 돌출된 문제들을 풀 곳은 어디인가. 청주시는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를 놓고 시민단체, 농업인, 교육기관, 농협 등과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6차례 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교급식납품업자는 논의에 빠졌고, 또 몇 차례 간담회로는 복잡한 매듭을 풀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청주시는 대원칙을 정하고, 사안별로 끝장토론을 벌어야 한다.

2. 둑 높이만 낮추는 충청도식 조정안
4대강 개발사업-단체장의 독선

▲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당론은 4대강 반대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 이시종 지사는 당론을 따르지 않았을 뿐더러 4대강을 놓고 불거진 환경단체와의 갈등을 조정하는 데도 미온적이었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4대강 개발저지는 민주당의 당론이었다. 이러한 유권자의 표심을 얻고 당선된 이시종 지사는 정작 4대강 사업을 놓고는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4대강 개발반대에 표를 던졌던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꼴이 됐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사업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300여개의 관련사업 중 54개의 사업을 검증하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가운데 미호종개 서식지인 백곡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과 작천보 개량사업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업으로 잡았다.

하지만 충북도는 쟁점화 된 2개 사업에 대해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가 조정안을 내놓았다. 원안이 백곡저수지는 2m, 작천보는 130cm를 높이는 것이었지만 충북도는 백곡저수지는 1.5m, 작천보는 1m로 각각 50cm, 30cm를 낮추는 안을 내놓았다. 이시종 지사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정안마저 관철시키지 못하고 결국 정부의 원안대로 결정이 나버렸다.

보은 쌍암저수지 둑 높이기 철회, 제천 용두천 사업 무산은 도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민들의 반발과 정부의 계획변경 등 다른 변수에 의해 결정이 났다. 결국 충북도는 4대강 사업 관련해 단 한건도 판단, 조정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염우 청주충북환경련 사무처장은 “총선유권자시민연대가 내놓은 10개 정책의제 가운데 친환경 무상급식, 4대강 반대, 세종시 원안 추진은 3대 공동행동이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다르다는 바로미터는 4대강 반대였지만 이 지사는 당선된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최근 대청호 유람선 운항을 충북도가 시행하려는 것은 4대강 사업의 아류라고 지적했다. “물이 있는 곳에 배를 띄우고, 배가 머무르는 곳의 친수공간을 개발한다는 것은 4대강 사업의 논리다.”

결국 이시종 지사는 당은 민주당이었지만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 지역사회의 4대강 반대 논의와 집회 등 모든 노력들은 단체장의 결정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3. 지나친 신중함, 오히려 혼란만 가중
충북문화재단-갈팡질팡 단체장 행보

▲ 이시종 지사의 ‘성격’을 보여주는 인사가 바로 충북문화재단 대표직이다. 강태재 대표를 선임했으나 논란이 일자 감싸 안지 못했다.
단체장들은 정치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임기도 보장된다. 인사권도 있다. 하지만 인사권을 행사할 때 지나치게 눈치보기를 하다가 그릇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충북문화재단 인사를 놓고 이시종 지사가 벌인 갈팡질팡 행보는 그러한 예다. 충북문화재단의 수장으로 강태재 대표를 선임했지만 이력서 허위학력 기재 논란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면서 이 지사는 처음에는 강태재 대표를 감싸 안다가 다시 내치는 행보를 보여준다.

그 이후에도 예총과 민예총 사이의 의견수렴을 중재하는 듯 보였지만 시간끌기를 하며 각각 후보로 거론된 나기정 전 시장과 도종환 시인 둘 다를 바보로 만들어버린다. 이 과정에서 충북도는 두 인물에 대한 공식적인 공론화도 하지 않아 소문만 나돌게 했다. 나기정 전 시장이 먼저 충북문화재단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되자, 도종환 시인도 대표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충북문화재단 대표로 자천타천 거론됐던 모든 인물들이 상처를 입는 꼴이 됐고, 충북도는 예총-민예총의 예술가 조직을 갈등구도를 몰아가면서 책임을 떠 넘기려했다. 이시종 지사의 지나친 신중함은 오히려 지역사회의 갈등만 부추겼다. 충북도는 문화재단 출범을 앞두고 예술단체에게 지역사회 합의를 위해 토론회를 열라고 예산까지 준 바 있다.

지역문화예술계는 문화재단 출범에 대한 기대를 담고 충북전역을 돌아가며 토론회를 벌였지만 이러한 양질의 논의는 문화재단 대표직을 놓고 지역사회가 진보-보수의 갈등으로 몰아가면서 잠겼다.

4. 최종결정은 단체장이 하니 주민은 따르라
청주청원통합-형식적인 거버넌스

▲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이 통합을 결정하면 모든 게 끝이 날까. 주민들에게 설득하고, 주민들이 주체가 돼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빈약하다.
청주청원통합을 놓고 지난 2월 청주청원시민협의회가 구성돼 청원청주군민협의회가 제안한 39개 항목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까지 의견이 정리돼 청원청주군민협의회에 전달되지 못했다. 오는 6월 주민투표 또는 의회의결을 통해 청주청원통합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난다.

청주청원통합논의는 시민사회진영에서 이미 10여 년 동안 끌고 온 이슈였고, 이미 3차례 통합논의에서 주민투표가 번번이 발목을 잡아 무산됐다. 이전까지는 청주시와 청원군 단체장들이 찬-반 대립구도였지만 민선 5기 단체장들이 모두 민주당 출신이 당선되면서 통합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청원군과 청주시의 입장차와 갈등을 조정해야 할 39개 항목에 대한 논의는 불과 통합결정을 4달 앞둔 시점에서 이뤄져 단체장들이 통합을 놓고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통합의 주체인 주민들에게 통합에 대한 객관적 사실과 정보전달을 하지 못했고, 민간협의기구가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너무 늦게 준 것이다.

결국 청주시와 청원군의 민간기구가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형식화되고 단체장들의 정치적인 합의로 청주청원통합이 결정 나는 수순이다. 충분히 교류하고 논의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청원군민들 사이에서는 “통합이 안 된다”“세금이 오를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10여 년 간 공들여온 통합의 기대효과와 논리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민간기구들이 자율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가 통로를 만들고, 합의과정을 조율해야 한다. 단체장 중심의 거버넌스가 아니라 대중과 협력하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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