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사회부장

17대 총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2004년 4월 15일, 이날의 승부를 위해 우리 정치는 지난 1년간 큰 요동을 쳤다. 집권여당이 둘로 갈라지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난생 처음’의 사건이 거듭됐다. 당초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속에 도내 여론조사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선거전 후반에 접어들면서 야당 현역의원들이 포진한 지역구에서는 예측불허의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총선시민연대가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한 야당의원들을 낙선대상자로 선정발표했지만 여론 파급력은 약해 보인다. 정동영 대표의 ‘60대 발언’과 ‘거여 견제론’이 맞물려 유권자들이 냉각기에 접어든 셈이다. 하지만 막판 혼전은 과열을 낳고 당연히 후보자간 네거티브(부정적) 선거전략이 동원된다. 상대방의 약점이라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폭로하고, 여기에 ‘말부풀리기’ 공약(空約)이 더해진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각당이 제시한 공약사항을 이행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을 보면 한나라당 25조원, 열린우리당 11조원, 민주노동당 43조193억원으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아예 소요예산을 밝히지도 않았다. 한나라당이 공약한 국민 1인당 1연금제와 현재 3만원인 사병월급을 20만원까지 인상하기 위해선 각각 7조원과 8천500억원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부유세 같은 세목을 마련하지 않으면 재원을 조달할 방법이 없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령인구를 위한 일자리까지 제공한다니, 아직도 구조조정의 불안감에 떨고있는 많은 샐러리맨들에게는 가소로운 말의 성찬일 뿐이다.

도내에서도 ‘아니면 말고’식의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대청호에서 군산까지 운하를 설치하겠다는 놀라운 공약을 내놓지만 실현방안은 공상소설 수준이다. 에펠탑에 버금가는 직지탑을 무심천 부근에 건설해 청주의 경기를 살리겠다는 공약까지 등장한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둘러싸인 청남대를 관광특구로 만들겠다는 ‘무대포’ 청사진도 나왔다.

선거막판 부동표를 움직이기 위해 폭로와 흑색선전이 동원된다. 자신이 걸어온 길, 하고 싶은 일을 알리기 보다는 상대후보의 허물을 벗겨내는 데 혈안이다. 내 표가 아닐 바에는 경쟁후보에게 표가 가는 것을 막겠다는 저열한 승부전략이다. 선거초반 상식과 룰을 지키려는 신중한 태도는 사라지고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이판사판의 욕망이 꿈틀댄다. 실제로 역대 선거에서 부동표를 움직이는 ‘도깨비 방망이’는 지역감정과 흑색선전의 바람이었다.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6번을 실패한 국회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더 이상 ‘도깨비 방망이’ 놀음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후보자들의 일사일언에 휩쓸리지 말고, 정치적 이슈와 이벤트에만 몰입하지 말고, 후보자의 진면목을 읽어내야 한다. 방송 토론회를 통해 비교평가하고 후보자의 개인 사이트나 선관위 인터넷 등을 통해 후보자 정보를 직접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니면 집에 배달된 후보자 개인홍보물이라도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이 정도의 노력도 없다면 정치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

선거막판에 접어들면서 바람몰이와 한건주의의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는 장본인이 누구인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바로 알고 찍어야 정치가 바뀐다. 더 이상 정치 탓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다면 남은 1주일 동안 후보자 공부부터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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