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kg 한 마리에서 12~15kg 생산, 최고 선호 부위
육질개선은 잡종 LY 암퇘지에 듀록 수퇘지 3원교잡

도축장 삼오영농조합법인을 가다
연중기획-청주삼겹살(2)

사진=육성준 기자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수년 전 청주에는 ‘108@’라는 이름의 삼겹살구이 체인점이 있었다. 삼겹살과 108이라는 숫자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는 골뱅이 무침도 함께 판다는 얘기일까? 108하면 108번뇌만 떠오르던 시절이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해 주인장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삼겹살집 상호에 108이 들어가는 겁니까?” “108kg짜리 돼지가 제일 맛이 있습니다. 저희는 108kg 나가는 돼지만 취급하기 때문에….” 그러나 @에 대해서는 끝내 묻지 못했다.

삼겹살? 사실 겹쳐진 것을 셀 때에는 한 겹, 두 겹이라는 서수사(序數詞)를 쓰기 때문에 ‘세겹살’이라고 쓰는 게 맞을 것 같지만 이미 삼겹살로 보편화됐기 때문에 세겹살은 머릿속에서 지운다. 이른바 ‘미박삼겹살’도 ‘오겹살’이라고 부르지 ‘다섯겹살’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으니 말이다. ‘미박(未剝)’이란 도축장에서 쓰는 전문용어다. 삼겹살 부위를 베어낼 때 껍질과 껍질에 붙은 비계를 벗겨내지 않아 3겹이 아닌 5겹이 된다는 의미다. 언제부턴가 선술집에서는 다시 미박이 대세다.

식재료로서 삼겹살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정육점이 아닌 도축장을 찾았다.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에 있는 ‘성오영농조합법인’에 도움을 청했다. 삼겹살이 돼지의 몸 어느 부위에 붙어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도축은 대개 오전에 이루어진다. 건물의 남면(南面)에는 화물차에 실려 온 돼지들이 네발로 걸어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한순간이다. 2분체(二分體)로 갈라진 돼지의 몸은 갈고리에 꿰어 레일에 매달린 채 작업장으로 들어온다. 그곳에서 부위별로 해체된 정육은 포장과정을 거쳐 북면(北面)을 나선다.

껍질 벗기지 않으면 오겹살

“품종개량이 돼서 요즘은 120~130kg 사이에 도축이 됩니다. 삼겹살은 대개 10% 정도가 나오고요. 미박으로 가공을 하면 12%쯤 됩니다.” 성오영농조합법인 내 동아식품(주) 김관용 신선육사업본부장의 말이다. 돼지 한 마리를 도축했을 때 12~15kg정도의 삼겹살이 나온다는 얘기다. 도대체 삼겹살은 돼지의 몸 어디에 붙어있는 부위일까?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해체작업장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 부직포로 만든 위생복, 위생모, 입마개 등을 착용하고 작업조장을 따라나선다.

삼겹살은 한마디로 말해 ‘돼지의 등갈비에 붙은 뱃살’이다. 돼지에는 한쪽에 15개의 갈비뼈가 있는데 1~4번까지의 갈비뼈는 넓적하고 이 부위에 붙은 고기가 흔히 먹는 갈빗살이다. 5~15번까지는 흔히 폭립(돼지갈비·ribs of pork 또는 pork ribs)이라고 부르는 등갈비다. 이 등갈비를 기준으로 위에 붙은 부위는 등심, 복부근육에 해당되는 부위가 바로 삼겹살이다.

보다 전문적으로 삼겹살 부위에 대해서 알아보자. 도축장에서는 삼겹살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제4늑골 또는 제5늑골에서 뒷다리까지의 복부근육으로서 횡격막과 복부지방을 제거하고 배최장근 3cm폭을 절단한 아랫부분의 부위로서 지방두께를 5mm이하로 제거해 직사각형으로 정형한 것이며 대분할 구분의 특성상 갈매기살도 같은 부위로 분류한다.’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 등 이른바 특수부위도 있지만 이들 부위는 돼지 한 마리를 잡아야 한 주먹만큼씩만 나온다. 예를 들어 항정살은 돼지머리와 어깨 사이에 있는 애매한 부위 즉 뒷덜미 부분이다. 돼지 한 마리에 0.4%이니 500g이 채 되지 않는다. 김관용 본부장은 “그나마 정육에 붙어있는 항정살은 더욱 양이 적다. 돼지머리는 가공이전에 부산물로 팔려나가는데 머리고기에 붙은 항정살도 훨씬 저렴한 값에 함께 섞여 유통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특수부위를 제외하고는 삼겹살 가격이 단연 비싸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삼겹살 부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구워먹는 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수육용으로도 삼겹살이 각광을 받고 김치찌개에도 삼겹살을 넣는다.

잡채나 자장면 등에 들어가는 후지(後肢)와 삼겹살의 가격차는 최소한 3배 이상이다. 등심이나 갈비도 삼겹살의 절반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순수한 삼겹살에 주변부위가 붙어있는 짝퉁삼겹살, 국산으로 위장한 수입삼겹살, 냉장 생(生)삼겹살로 둔갑한 해동삼겹살이 유통되는 이유다.


“흑돼지라고 다 토종 아니다”

레일에 매달려 들어오는 정육은 부산물(머리와 내장)이 제거된 채 대칭으로 잘린 2분체다. 앞다리와 뒷다리를 기준으로 부위를 구분하기 위해 몸체의 일부를 잘라 한 마리를 사실상 6등분한 것이다. 앞다리 부분의 잘린 단면은 고기의 등급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간사한 인간의 입맛을 위해 돼지는 지방이 줄어드는 쪽으로 품종개량이 됐다. 그러나 살코기가 너무 많아지면 고기 맛이 퍽퍽하기 때문에 덩치는 더 커졌다.

사료나 물, 운동 등을 통해 육질이나 맛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교배를 통해 오래 시간에 걸쳐 품종개량이 이뤄진다. 김 본부장은 “똥돼지(토종)는 70kg 정도 기르는데 180일이 걸린다. 이에 반해 개량종은 170일만에 120kg까지 살이 찐다. 당연히 개량종이 대세일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주로 ‘3원(三原)’교잡을 통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고 빨리 크는 돼지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3원교잡은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먼저 몸체가 긴 랜드레이스와 짧고 덩치가 큰 요크셔를 교배하면 ‘LY’라는 잡종이 생기는데 이 LY 암퇘지와 또 다른 품종의 수퇘지를 교배하는 것이다. 수퇘지로는 빨간 돼지라고 부르는 ‘듀록’이나 까만색에 어깨에 흰 띠가 있는 햄프셔가 이용된다. 완두콩만 멘델의 법칙에 적용을 받는 게 아니었다.

김 본부장은 돼지의 교배도 F2에서는 9:3:3:1의 비율로 다른 돼지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한 마리는 검정돼지가 나온다. 털의 색깔 때문에 토종으로 둔갑해 팔리지만 사육기간이나 육질 모두 다른 교배종과 같다”는 것.

김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품종이 육질과 맛을 결정하지만 사료와 물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무(無)항생제 돼지는 확실히 냄새가 적다.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덜한데 이는 축사에서부터 다르다. 항생제를 쓰면 장의 미생물이 죽기 때문에 변(便)이 발효되지 않고 썩어 냄새가 훨씬 고약하다. 과거 사료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친환경농장에 다녀오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농장에 들른 뒤에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야 버스를 탔다”고 말했다.

성오영농조합법인은 전국의 286개 농가에서 출하하는 돼지를 도축하기 위해 설립됐다. 하루 500마리 정도의 돼지를 도축하는데 이 가운데 250~300마리가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은 무항생제 축산물이다. 진천지역의 친환경 돼지는 ‘산골짜기 맑은돼지’라는 상표로 시장에 나간다. 김 본부장은 “전국의 축산농가에서 돼지가 들어와 전국으로 출하된다. 특히 서울 쪽에 친환경급식용으로 공급되는 물량이 많다”고 알려줬다.

너도나도 삼겹살만 찾다보니
이런저런 짝퉁고기 등장한다

■ 생삼겹 뺨치는 해동삼겹살
냉장에서 문 여닫지 않아도
50일 동안만 최고상태 유지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에 냉동삼겹살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삼겹이라고 부르는 냉장삼겹살이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 냉장삼겹살은 삼겹살을 포장한 뒤 0도에서 보관한 것으로, 맛이 유지되는 기한은 45~50일 정도다.

따라서 삼겹살을 냉동하는 것은 보관 및 유통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서다. 김관용 동아식품(주) 신선육사업본부장은 “문을 여닫지 않고 밀폐·보관할 때 그 정도 유통기간이 나오는 것이다. 가정집 냉장고에서는 2,3주만 지나도 핏물이 나오고 맛이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고기를 가공하자마자 급랭시켰다가 냉장실에서 48시간 정도 해동하면 냉장 이상의 맛이 나오고 색깔도 더 좋다. 다만 이 경우에는 ‘해동제품’임을 명기해야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삼겹살부위는 자르기 나름
2,3번 갈비부터 떼어내거나
등심 일부 붙여서 자르기도

2009년 전북 전주의 한 대형매장에서 앞다리와 갈빗살 일부를 삼겹살에 붙여 팔다가 적발이 됐다. 이는 삼겹살 부위를 떼어내면서 4,5번이 아닌 2,3번 갈비부터 살을 분리해 삼겹살의 양을 늘린 것이다.

해당업체에서는 “삼겹살의 경계에 대한 국가표준이 없어서 도축업자들의 감각에 맡기게 되고 이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밝혔으나 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이뤄진 칼질에 대한 변명치고는 빈약한 것이었다.

김 본부장은 “삼겹살과 등심의 경계를 이루는 등갈비를 빼내고 등심 일부를 삼겹살에 붙여 자르기도 한다. 삼겹살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물량이 달리고 가격도 높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삼겹살의 도매가는 1kg에 1만원 정도인데 갈비는 5500원, 등심은 5000원 정도”라고 밝혔다.

■ 비계, 살코기 붙여 삼겹살?
만든 삼겹살 이제 사라졌지만
만든 갈비 파는 식당 ‘수두룩’

옛날얘기지만 삼겹살을 익히면 살코기와 비계로 점점이 분리되고 물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내린 결론은 가공하고 남은 자투리 살코기와 비계를 물과 함께 얼려서 만든 ‘가짜삼겹살’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20년 전 얘기니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때 대학가 슈퍼에서 파는 냉동육이 그랬다. 김 본부장은 “지금 그런 고기는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접한 부위를 교묘하게 잘라 삼겹살의 영역을 넓히는 게 전부다. 그러나 식당에서 파는 가짜갈비는 수두룩하다”고 밝혔다.

누누이 거론했지만 앞다리 쪽에 있는 1~4번 갈비에 붙은 고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갈빗살이다. 당연히 뼈에 둘둘 감을 만큼 살이 풍부하지는 않다. 따라서 규격화돼있고 지나치게 살이 푸짐하면 살을 붙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 전문가도 속는 수입삼겹살
나라마다 작업한 모양 달라도
잘라놓으면 모양도 맛도 같아

한국인이 삼겹살을 선호하다보니 전 세계의 삼겹살이 한국으로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에는 구제역 등으로 돼지 사육두수가 줄고 국내산 돼지고기 값이 폭등하면서 대형마트의 수입돼지고기 유통량이 1% 미만에서 10%까지 늘었다.

수입 삼겹살은 미국산, 캐나다산, 칠레산 등 대세지만 독일을 필두로 스페인, 벨기에, 덴마크 등 유럽의 삼겹살 등도 들어온다. 가격은 국산 도매가가 1kg에 1만원인데 반해 6000원 이하도 가능하다. 문제는 전문가들도 맛으로는 국산과 수입을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입업자 Q씨는 “나라마다 작업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당초 판(板)상태에서는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잘라놓으면 모양도 똑같다. 맛만 놓고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모른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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