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교관 김방일씨 인터뷰

훈련대원들은 상부 무관심으로 사실상 방치됐다
"내가 악마를 키워낸 장본인이란 말인가"

김씨는 지난 99년 12월 본보 취재진을 만나 실미도 특수부대의 진상에 대해 익명으로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소설 실미도에 이어 실미도 영화제작이 추진되면서 실미도의 진실이 자칫 상업적 소재로 윤색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언론보도 직후인 지난 2000년 김씨가 주도적으로 나서 실미도 기간요원 군출신자 17명이 ’실미전우회’를 결성했다.

실미도에서 스러져간 기간요원과 공작원의 추모의식과 명예회복을 위해 매년 2차례씩 모임을 갖고 있다. 전우회장을 맡은 김씨는 할리우드 자금지원을 받은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에 대해 신경을 곧두세우고 있다. 각색여부 에 따라 법적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각오을 내비쳤다.
김씨는 실미도의 진실을 재조명을 위해 이제 기꺼이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 소설 실미도를 기초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 영화제작이 추진된다는데.
"백동호씨가 쓴 소설 실미도는 실미도를 악마의 섬으로 묘사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악마를 키워낸 장본인이란 말인가. 684부대원들은 김일성주석궁을 폭파하겠다는 일념으로 언제든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각오가 돼있던 사람들이다. 대원들간의 전우애는 물론 기간요원과의 인간관계도 좋아 희망과 의욕이 넘치는 섬이었다. 그런데 상부의 무관심과 지원부족으로 작전이 장기화되면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 소설 실미도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말인가.
"소설속에는 684부대원 가운데 생존자 증언을 듣고 쓴 것처럼 적었는데, 사실과 다르다. 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4명의 시신까지 확인했다. 공작대원 가운데 생존자는 있을 수 없다. 아마도 제대한 기간요원이나 인근 무이도 등에서 들은 얘기를 종합해 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훈련과정에 대해서는 선정적으로 확대과장된 측면이 많았다"

- 이번 영화제작에 협조요청을 받지 않았는가
"이번이 아니고 재작년에 영화사에서 흥행수입 몇% 조건을 내걸고 함께 영화제작을 하자고 제안했었다. 영화포스터까지 만들었는데, 실미도 전우애를 파는 일 같아서 포기했다. 강우석 감독의 시나리오 내용을 살펴보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삭제를 요구할 것이다. 거부한다면 법적대응까지 각오하고 있다"

- 향후 실미전우회의 활동계획은 무엇인가
"우선 실미도에 위령탑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실미도는 민간매각돼 해수욕장으로 개발됐다.
섬 소유권자가 자기 돈으로 위령탑을 건립해주겠다고 제안했는데, 역시 상업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거절했다. 당시 실미도에서 숨진 기간병 21명에 대한 국가유공자 혜택부여도 뒤따라야 한다. 넓게는 북파공작원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힘써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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