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전과없고 직업상 변제할 능력 있다' 기각이유 밝혀

'법적 형평성 위배, 국민 법감정 무시'반박여론, 영장 재청구 관심

사전담합을 통해 건강보험공단에 3억여원의 보험급여비를 허위로 청구한 의사·약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돼 영장심사의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지법은 지난 22일 환자의 진료·처방횟수를 부풀리는 수법등으로 보험급여비 부당청구해 편취한 청주 S의원 의사 신모씨(경찰수사 2억900만원)와 J약국 약사 신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전담판사는 기각사유에 대해 “동일 전과가 없고 부당허위청구 내용을 시인하는데다 약사 신씨는 부당청구액을 이미 변제했고 의사 신씨는 직업에 비춰 변제 가능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S의원의 비리의혹에 대해 단독보도해 온 충청일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후유증 예상’이라는 제목으로 법원의 기각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3개월여 동안 집중수사를 펼친 ‘경찰의 수사의지를 무력화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보험급여비 790만원을 부당청구해 편취한 청원군 오창면 모약국 약사는 구속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두가지 사건을 모두 담당했던 충북지방경찰청 수사진은 부당청구 금액이나 의사·약사의 사전담합이라는 죄질로 보아 당연히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판단했던 것.

또한 지난해 5월에는 3200만원을 부당청구한 부산지역 내과의사도 구속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서울지법은 진료비 8620만원을 허위부당 청구한 내과의사에 대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징역 1년, 벌금 500만원의 실형을 선고했다. 의료보험 재정파탄으로 국민여론이 들끊는 상황에서 전문직업인인 의사와 약사가 계획적으로 보험급여비를 빼돌린 것에 대해 법원의 준엄한 판단이 내린 것으로 해석됐다.

S의원과 J약국의 사전담합과 의료비 허위청구에 대한 제보는 전직 직원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해 10월 충청일보는 사회면 기사를 통해 ‘S의원이 간호사들의 급여를 실제보다 부풀려 신고하는 수법으로 탈세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수사기관에 의료비 부당청구 비리의혹이 구체적으로 제보되면서 3개월간의 장기수사가 시작됐던 것. 경찰은 건강보험공단, 검사평가원등과 공조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2000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4개월동안 S의원은 9787차례에 걸친 진료비 허위청구로 2억900만원을, J약국은 3371회에 걸쳐 7292만원을 각각 편취한 것으로 밝혀냈다.

S의원의 경우 의약분업 전에는 환자 진료횟수를 늘리는 수법으로 허위청구하다가 2000년 8월 의약분업 실시로 단독범행이 어려워지자 인근 J약국과 짜고 환자 진료횟수와 투약내용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횟수에 따라 진료·조제비가 별도 가산되는 점을 악용해 1회 진료로 7일간 투약처방한 환자를 3회 방문해 2∼3일씩 투약한 것으로 부풀린 것이다. 이밖에 환자에 대한 혈액·뇨검사도 하지 않고 허위자료를 국민건강공단에 제출하는 수법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의원 의사는 지난해 9월 약국에 환자를 알선해 준 대가로 J약국으로부터 120만원을 받는등 3차례에 걸쳐 320만원을 착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중에 ‘설’로만 떠돌던 병원·약국의 유착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대해 경찰관계자는 “의료비 부당청구액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서류자료를 근거로 국민건강공단의 조회를 거쳐 확인된 것이다.

의사·약사간의 오고간 320만원은 내부직원의 구체적인 제보에 따라 당사자들을 추궁한 결과 자백을 받아낸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주민들이 자신의 진료내역을 정확히 확인하고 의심이 들면 언제든지 제보하는 신고정신을 일깨워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물의를 빚은 S의원과 J약국은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정상적인 진료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11월 국민건강보험법위반으로 구속된 오창 모약국 약사도 출소후 옥산으로 약국을 옮겨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 현행 의료법상 보험급여 부당청구의 경우 면허취소 사유가 되지않아 편취한 금액만 변제하면 몇개월간의 면허정지 기간을 거쳐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병의원의 보험급여 관련 자료 보존실태가 엉망이라는 점이다. S의원의 경우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진료자료를 수거했지만 2000년 2월이전의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는 것.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규칙상 환자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의 경우 5년간 보존토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처벌규정이 벌금 300만원에 불과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눈치챘을 경우 미리 파기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청주지검은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에 따라 경찰 수사진에 보강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내부에서는 영장 재신청의 당위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의 내부방침이 어떨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