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경찰청 간부 '음주보도' 기자단과 오찬모임 밝혀져..

타 신문ㆍ방송, '언론사주 아들 폭력사건' 기사로 맞대응

지난 13일 지역 신문·방송을 일제히 장식한 짤막한 단신보도 한 줄이 화제거리가 됐다. ‘언론사 사주 아들 술마시다 시비 폭행, 경찰 구속영장 신청할 듯’이란 제목의 기사는 ‘언론사 사주아들’이라는 단서가 붙지 않았다면 누구도 눈길을 주지않았을 내용이었다.

보도내용은 지난 11월 28일 새벽 1시께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청주대 인근 모 술집에서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던 J씨(24)가 옆자리 손님들과 시비가 붙어 상대방에게 전치 4주,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 전부였다.

‘언론사 사주’는 동양일보 조철호대표였고 J씨는 그의 아들이었다. J씨가 흉기를 든 것도 아니었고 취중에 벌어진 단순폭행 사건이었다. 단순폭행 사건을 그것도 같은 언론사 대표의 아들이 연루된 사건을 굳이 보도한 배경은 무엇일까. 문제의 보도배경을 둘러싸고 시중의 궁금증이 증폭됐지만 이후 어느 신문·방송도 후속보도를 하지않고 있다.

지면 뒤에 숨은 ‘비수’

J씨의 단순폭력 보도가 있기 하루 전인 12일 동양일보는 사회면 톱기사로 충북경찰청 간부들의 대낮음주 사건을 보도했다. "술독에 빠진 경찰, 대낮부터 ‘위하여’빈축", "고위간부 폭탄주도 모라자 2차까지"
라는 원색적인(?) 제목을 뽑아 독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기사내용을 들여다보면 지난 11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김정찬 충북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한 총경급 이상 실과장 10여명이 청주시 상당구 M한정식에서 점심식사 모임을 가졌는데. 미리 준비해간 양주로 폭탄주를 돌리는 등 오후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술판을 벌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식사비는 모두 55만원 가량으로 공무원들의 평소 식사관행을 크게 벗어난 것임은 물론 평소 예산부족을 호소하는 경찰의 현실과 배치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기사내용대로라면 충북경찰청 간부들은 ‘제 정신’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문제의 기사는 오찬모임의 성격과 배경을 교묘하게 왜곡시킨 것이었다.

 이날 점심식사는 지난달 17일 부임한 신임 김정찬 도경찰청장이 출입기자단과 신고식 겸 송년회로 마련한 자리였다. 물론 술자리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관행은 아니지만 동양일보는 10여명의 출입기자가 함께 식사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빠뜨린채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사실상 ‘술자리 관행’으로 인정돼온 기관장과 기자단의 상견례, 송년회 모임을 왜 동양일보만 유일하게 그것도 사회면 톱기사로 부각시켜 보도한 것인가.

기자단 참석 함구, 사실보도 외면

불행하게도 동양일보는 지난 11월 도경찰청 출입기자단으로부터 1개월간 출입정지 조치를 받은 상황이었다. 경찰청 출입기자단은 동양일보 기자에게 '엠바고"(출입처와 협의해 특정 시점까지 언론보도를 미루는 약속) 파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1개월간 기자실 출입정지를 결정했고 이에따른 앙금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신임 경찰청장과의 오찬모임 일정이 잡힌 것이다.

엠바고에 걸렸던 기사는 청주지검이 국민주택기금을 유용한 건설업자들에 대한 일제 수사 건이었다. 수사초기에 보도될 경우 상당수 관련자들이 도주할 우려가 높았기 때문에 취해진 것이었다. 하지만 기자단의 엠바고 약속을 깨고 동양일보 기자가 단독보도 하면서 다른 기자들과 갈등을 빚게 된 것.

출입정지 조치로 한랭전선이 형성됐던 동양일보와 경찰청 출입기자단은 경찰청장 오찬모임을 계기로 외부에 파열음을 낸 것이다. 동양일보는 기자단과의 상견례 자리라는 사실을 감춘해 도경찰청 간부들만 ‘치도곤’을 친 기사를 게재한 것이다.

동양일보 보도가 터지자 도경찰청 간부들은 출입기자단에게 하소연 할 수밖에. 익명을 요구한 도경찰청 Q간부는 “한마디로 밥사주고 뺨맞는 격인데,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청장님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출입기자단과 상견례, 송년회는 관행적으로 술자리를 겸해 이뤄졌다.

이번 모임에는 경비절감을 위해 아예 양주 몇 병을 준비해서 가지고 갔던 것이다. 간부들과 출입기자들을 합치면 20명이 넘는데 잔을 돌리다보면 만취될 수도 없는 자리였다. 물론 근무시간에 음주를 한 것은 잘못이지만 결과적으로 기자단의 갈등 때문에 만만한 경찰만 동네북이 된 것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는 이’로 맞선다

동양일보 보도에 대한 기자단의 입장은 단호했다. 출입기자들은 대책회의를 열고 문제의 기사가 ‘경찰간부 음주를 문제삼았지만 사실상 출입정지 처분에 대한 계획적인 대응’이라고 결론내렸다. 경찰청 출입기자 W씨는 “기사를 보니 어이가 없고 출입처에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과거에는 아무 일 없이 동양일보 기자들도 술자리 회식에 참석했었는데, 이번에 문제를 삼는 것은 의도가 분명한 것 아니겠는가. 수사기관의 엠바고는 기자단에서 존중해 주는 것이 전국적인 관례다.

하지만 엠바고 파기에 대한 출입정지 조치 때문에 동양일보 기자를 경찰청장 상견례 참석까지 막자는 얘기는 없었다. 도경찰청 공보실에서 미리 연락을 취했지만 해당 기자가 불참했고 이후 감정적 기사가 실린 것이다. 이에대해 대응기사를 내놓자는 것이 출입기자단 전체의 뜻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출입기자단의 대응기사로 나타난 것이 이튿날 ‘언론사주 아들 폭력사건’ 보도였던 것이다. 지역 신문·방송의 대응기사가 나가자 동양일보 편집국 간부가 해당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정식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모일간지는 동양일보의 맞대응에 대비해 동양일보 사옥의 법원 경매에 관한 정보수집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곧두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동양일보의 맞대응 기사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한차례씩 공방을 주고받은 선에서 사태는 진정될 듯 하다.

확전없이 해프닝 끝날듯

동양일보 편집국 모간부는 “젊은 나이에 술집에서 술도 한잔 먹고 사소한 싸움도 벌어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단순한 폭행사건을 ‘언론사 사주 아들’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 기사이다.
언론이 사전합의하에 감정적이고 의도적인 기사를 만들어내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도경찰청 음주보도는 근무시간 중인 대낮에 폭탄주를 마시는등 도에 지나쳐 공직기강 해이 차원에서 다룬 것이다.

우리 신문사 기자가 참석했더라도 똑같은 기사를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J씨 폭력사건은 지역언론 보도 직후인 지난 14일 피해자들과 합의에 이르러 불구속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에 대해 지역 언론계 A씨는 “원초적인 발단은 엠바고를 어긴 기자를 내부 징계하면서 비롯된 것인데…, 출입정지 1개월이라는 엄한 조치를 임의단체인 기자단에서 결정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 기회에 출입처 편의위주의 무원칙한 엠바고 관행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과연 공익을 위해 엠바고가 적정한 것인지 기자단의 충분한 사전검토가 전제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