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중심 보도 약속 어기고 있는 언론

 

모니터 기간: 2004.3.29 ~2004. 4.3


총선이 가까워 옴에 따라 총선관련 보도의 양은 전반적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정책중심의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비방문건 전달사건과 충주다목적체육관 특혜의혹이 불거지면서 이와 관련한 기사들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졌으나 주로 후보들의 정치적 공방만이 이어져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었다.


비방,폭로, 의혹 쟁점화…정치적 혐오감 부추겨


충청일보 3월29일 3면에 <흑색선전 사주의혹…정가파문>, 중부매일 3월29일 1면 <‘비방문건 전달’ 파장 일파만파>, 한빛일보 1면 머릿기사 <“야후보 비방해달라” 사주 파문> 이라는 기사에서 열린우리당 홍재형후보측이 민주노동당에 한나라당 윤의권 후보 비방문건을 전달한 사실이 폭로돼 파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튿날엔 중부매일 1면 머릿기사< 후보비방문건 지역정가 ‘술렁’>, 충청일보는 1면 3단 기사 <청주상당 흑색선전 사주 파동 이번엔 대가성 후원금 납부설>에서 각 당의 입장을 보도했다.

 

한빛일보는 3월31일자 3면에 < 한나라서…민노당서…선관위서… 충북 후보 고소․고발 잇따라> 라는 기사에서 이번 선거 관련해서 후보 고발이 잇따라 총선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고 했으며, 중부매일도 31일자 1면 머릿기사 <고소․고발 난무 혼탁 양상>이라는 기사에서 비방문건 파문이어 충주 다목적 체육관 특혜의혹도 쟁점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역신문들은 비방문건 폭로사건을 크게 다루면서 이번 선거의 쟁점으로 몰고 갔다. 각 당의 정치적 공방만을 전달하기에 급급했던 신문들이 사설을 통해 선거판을 비판하고 나섰다.

 

중부매일은 3월30일자 사설 <정치개혁의지에 걸맞는 총선>에서 선거위반 건수가 16대보다 3배가 넘는다며, 유권자의 철저한 감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흑백논리나 정치공방에 치중하는 선거운동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충청일보도 4월2일자 사설 <가장 깨끗한 총선을 꿈꾸며>에서 “상호비방 등 구태가 여전한 총선정국이다. 상대 깎아내리기 위한 저급한 폭로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방문건 전달과 충주 다목적 체육관 특혜의혹은 단순보도로 처리할 사항은 분명 아니다. 이 사건들의 본질은 무엇이며, 각 당이 이런 사건을 선거운동에 전략적으로 이용하는지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은 외면된 채 비방, 폭로, 의혹 등 선거의 부정적인 모습만 강조한 결과가 되어 오히려 유권자의 정치적 혐오감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빛일보의 여론조사 신뢰도 논란


한빛일보는 3월30일자 1면 머릿기사 <우리당, 충북5곳서 선두>에서 충청대 사회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으며, 8면과 9면에 걸쳐 각 선거구별로 결과를 보도했다. 한빛일보는 충북도내 남녀 2992명을 대상으로 시군 인구분포 비율에 따라 설문지 배포 대면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면조사를 실시한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보도에서는 구체적으로 각 선거구별로 몇 명을 표본으로 했는지를 밝히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또한 지역의 방송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 관심을 끌었다.

 

한빛일보는 3월31일자 1면 머릿기사 <여야, 충북접전지 당력 집중>에서 각 당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최대 승부처로 판단하고 한판승부를 벼르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3월31일 제천 단양, 4월1일 청원, 4월2일 보은․옥천․영동의 판세분석 기사에서도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일보 -17대 총선 현안쟁점 후보 설문 기사화


충청일보는 17대 총선 ‘현안쟁젼 이라는 꼭지를 신설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한 126명의 후보들에게 질문을 발송해 그 답변을 기사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항목을 보면 과태료와 포상금제를 비롯 선거비용조달방법 예상지출 규모, 경제활성화와 청년실업, 대학학생 선발권과 고교평준화, 신용불량자 구제대책, 농어가부채탕감과 농어촌 활성화 대책, 등원시 선택할 상임위와 우선 추진할 입법, 지역의 현안과 대책, 지방자치단체장 등과의 차별성 문제 등이다.  이번 기획이 유권자들의 후보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넘쳐나는 공약, 검증은 어떻게?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총선현장 관련 보도 양은 점차 늘어났다. 초반에 8-9개의 꼭지로 전하던 후보 동정이 배로 늘어나면서,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과 발언이 넘쳐났다. <내수읍 소재 고교 설립 공약>, <X게임 경기장 유치>, <대전-청주 고속도 건설>, <세비전액 기부>, <특허료로 학생무료 급식> 등 후보들이 이런 공약을 발표했다는 간략한 보도들이 연일 이어졌다. 그리고 4월1일에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10대 공약발표도 기사화되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공약이 검증되지 않은 채 그대로 기사화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충청일보 4월2일자 21면의 취재수첩 <선거가 뭐기에?>에서는 “그럴듯한 공약이나 말 잔치에 몰두하는 후보는 없는지 살펴보고 실현가능성 갖고 철저한 준비와 진실을 갖고 접근하는 후보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언론이 바로 이런 후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이미지 정치 언론이 부추겨


4월1일자 각 신문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관련 기사가 실렸다. 충청일보는 3면에  <거여견제 지지호소>라는 기사에서 박근혜대표의 육거리시장 방문 현장 사진을 3단으로 크게 실었다. 한빛일보는 8면에 3단기사로 이어서 <박근혜 충청권 본격 공략>, <“선거치를 엄두가 안난다”>라는 기사에서 “어머니고향 오면 푸근, 서민 희망 갖고 살게 할 터”라는 제목을 뽑고, 박근혜 대표의 현장방문 사진을 함께 실어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기사를 실었다.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이 탄핵표결 과정에서 있었던 불미스런 일들에 대해 사과한다는 의미에서 삭발식을 가졌는데 이를 두고 언론은 ‘눈물의 삭발식’, ‘민심파악 못한 대가 혹독’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사진과 함께 실어 다분히 감정에 호소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선거용어 사용 신중해야


2004충북총선보도감시단에서는 지금까지 여러차례 선거관련 기사에 쓰이는 용어에 대해 지적하였다. 그러나 “표심” “표밭갈이” “관전포인트” “추격전” “ 사활을 건” “지원사격” “수성” “고지탈환” 등 선거를 게임이나 전쟁에 비유하는 용어와 유권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시키고 있는 용어는 여전히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선거보도의 관행으로 굳어진 이런 무책임한 언어사용이 유권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풍토의 반영이라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후의 선거보도에 있어서는 유권자를 배려한 용어사용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2004년 4월6일


2004 충북총선보도감시단


2004충북총선보도감시단(공동단장: 박정규, 오범영)은 충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충북언론노조협의회가 공동으로 구성해 지난 3월3일 발족했습니다. 2004충북총선보도감시단은 충북지역의 신문과 방송을 대상으로 17대 총선관련 보도 감시활동을 펼쳐 공정하고 올바른 선거보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끌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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