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망해도 생활은 '호화판' 철퇴맞아
지역 골프대회 출전, 자녀 해외유학, 재산은닉 추적

지난 99년 봄 본사 취재부로 한 장의 괴문서가 전달됐다. 지역의 정보기관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서는 부도기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사례별로 적은 블랙리스트' 였다. 결론적으로 부도업체 사장들이 호화ㆍ사치성 생활을 계속해 지역 사회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확인취재를 벌인결과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나 기획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최근 청주지검에서 사기혐의로 구속시킨 4명의 부도 주택건설업체 대표들도 이러한 의혹의 대상자였다. 특히 사전도피한 S건설 U대표는 지난 9월BMW배 아마추어골프대회 충북예선전에서 우승하는등 왕성한 골프욕을 과시해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했다. 작년에는 지역일간지에서 주최하는 골프대회에도 참가, 메달리스트상을 수여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검찰은 U씨의 신변확보를 위해 충남지역전국체전에 참가한 충북골프선수단에 연락해 U씨의선수참가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는 것.

지역 골프대회 우승 '눈총’

99년 입수한 부도기업주 '블랙리스트' 내용에 따르면 지난 98년 40억원의 부도를 낸 B사 대표는 타인명의로 또다른 회사를 운영하면서 수시로 골프장에 출입하고 자녀를 해외에 유학시킨 뒤 월 수백만원씩을 송금하는등 호화섕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8년 수백억원대의 부도를 내고 현재 회사정상화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C사 대표도 미국에 유학중인 자녀를 부인이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골프장 출입에 대한 내용이 많아 97년300억대 부도를 낸 D사 대표와 98년 500억대 부도를내고 잠적하기도 했던 E사 대표는 수시로 골프장에 나타나 내기 골프까지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98년 300억원대의 부도를 낸 F사 I대표는 부도 이후 은신하면서 청원군 북일면 형동리에 호화주택을 짓고 싱크대 값만 2000만원이 넘는 사치생활을 하고 있다는 채권자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

일부 부도업체 대표들의 이러한 호화사치 생활이 가능한 배경에는 바로 정부의 허술한 국민주택기금 정책이 자리잡고 있었다. IMF전후에 수십억원대의 국민주택기금을 대출받아 공사착공조차 하지 않은채 고의부도를 내는 것이다. 부도과정에서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 당좌수표는 철저히 막아놓고 어음부분만 부도를 내 숱한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방식이다.

98년 고의성 부도잇따라

또한 부도직전 재산을 타오명의로 빼돌려 놓고 일시 잠적했다가 채권단이 지칠 즈음· 나타나 악착같은(?) 채권자만 일부 변제해 불을 꺼나가는 수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부도기업주 가운데 상당수는경매로 넘어간 자신의 집을 친인척 명의로 낙찰받아 그대로 눌러사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지적이다.

98년100억대의 부도를 내고 잠적했었던 Q씨는 경매로 넘어간 청주 운천동 5층 상가건물을 자신의 아들과 전세입주자들이 공동으로 낙찰받아 자금출처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98년 부도처리된 동양일보도경매에 부쳐진 율랑동 사옥을 같은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전직 직원이 대표를 받은(주)동양출판인쇄에서 경낙을 받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대해 하청 피해를 당한 모씨는 “물론 부도가 나면 당장 알거지가 돼야 마땅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세상을 사는 상식과 기본이 있어야 되는데, 하청업자는 집날리고 가정파탄되는 마당에 부도기업주는 잠시 피했다가 제 집으로 돌아와 골프나 치고 지낸다면 이건 크게 잘못된 것 아닌가? 더구나 채권자들이 두눈 부릅뜨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대표 선출직에 출마해 TV에 저녁마다 나오는 모습을 보면 참담한 심정이 든다’’고 말했다.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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