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공적자금, 빼내기만 하면 내 맘대로
부도위기 몰리면 임대아파트 추진 기금 신청

국민주택기금을 대출받아 유용한 주택건설 사업자 4명이 검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지난 16일 있었다. 사건을 수사중인 청주지검은 이들 4명이외에 다른 주택 사업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면서 지역 주택 업게에는 대상이 누구냐는 궁금증을 더해가며 때아닌 수사 한풍에 떨고 있다.
이에 본보는 국민주택기금 수사 발단과 과정, 문제점등을 집중 취재했다 <편집자주>

수원지검이 첫 신호탄

국민주택기금 유용에 따른 문제는 오래전인 IMF를 전후해서 부터 불거져 있었다. 주택업계 주변에서는 누구나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럭 저럭 넘어가겠지’ 라는 안일한 태도 또는 공적자금에 대한 도덕적해이감이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치 못하게 했을 뿐이다.

주택기금 유용에 대한 첫 수사는 수원지검에서 지난 8월초 시작됐다. 수원지검은 지난 8월7일 국민주택기금의 허술한 대출 절차를 악용, 1인당 10억-45억원씩 모두 286억원을 챙긴 건설업자 11명을 무더기 구속한 것이다. 이때 검찰은 이들에게 대출 심사를 해주고 1천만원을 받은 전 주택은행 충청지역본부장 강창규씨등 은행관계자 2명도구속했다.

수원지검의 수사는 청주지검 차장을 지낸 이훈규 2차장이 수사지휘부. 대검에 있을 당시 정치적인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 잘알려진 이훈규차장은 청주지검에서의 신용식씨 구속기소, 대전지검에서는 공주시장과 목천경찰서장의 구속기소로 주목을 받은데 이어 수원지검으로 옮겨서는 주택기금 유용사건을 전국적 이슈로 만들어 또 한차례 주목을 받은 셈이다.

이차장검사는 이 사건이 전국적인 사안임을 알고 대검에 보고함으로써 전국 지검에 수사 지시로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것 청주지검의 수사도 이렇게 시작됐지만 세간에는 부도난 주택업체를 둘러싸고 이와 유사한 소문 및 진정이 끊이지 않았었다. 소문 또는 진정의 내용은 “공공 임대 아파트를 짓겠다" 국민주택기금을 대출 맏은 후 고의 부도를 내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것’’이며 “이들이 부도후에도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들이었다.

수사결과 사실로 드러나

이런 소문들은 수사 결과 상당 부분사실로 드러났다. 부도난 S주택 대표장모씨는 지난 97년 충남 아산시 배방면 회룡리 산 26의 2 일대에 496세대의 공공 임대아파트 신축을 위한 건물착공신고서를 제출한후 국민주택기금66억9000만원의 대출 승인을 맏아 선급금 명목으로 33억원을 지급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때 S건설은 회사의 재정상태가 악화되어 해당 사업장의 건설자금으로 사용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주택기금을 대출 받았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공공임대아파트 건설을 내세워 저리(低利)의 국민주택기금을 타내 경영난을 타개해 보려는 의도나 개인적 잇속을 챙긴 뒤 고의부도를 내는 수법으로 국민주택기금이 악용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머지 3개 회사도 임대 아파트 사업승인을 받은 뒤 선급금 명목으로 국민주택기금을 대출 벋아 이를 채무변제, 주식투자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혐의를 받고 있다.

주택 건설 사업자들은, 누구나 가장 쉽게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임대아파트 및 근로자복지 주택의 사업승인을 받은 뒤 국민주택기금을 선급금으로 받는 수순을 찾는게 일반적이다. 그만큼 국민주택기금은 대출 절차가 허술하리 만치 쉽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아파트나 근로자 복지주택의경우 공사 착공신고서만 제출하면 형식적 절차만 거쳐 대출 승인 금액의 40%를 선급금으로 대출 벋을수 있는것이다. 국민주택기금을 위탁 관리하는 주택은행은 사업장 현장 확인과 시공사 및 하도급 업체에 대한 실사 없이자금 사용계획서만 내면 선급금을 지급했던 것이다.

실제 지난 98년 부도난 A주택건설업체는 당시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몰리자 자금난 해소책으로 대단위 공공임대아파트를 추진하다 사업 승인을 받지 못해 결국 부도를 냈다. 주택건설 대표 김모씨는 “주택건설사들이 부도 위기에 몰리면 앞 뒤 안가리고 공공 임대아파트 사업을 계획한다. 사업 승인이나 국민주택기금을 받으면 자금 숨통을 틀수 있고 극단적으로는 고의 부도후 이를 챙기는 수법으로 악용되기도 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농지 한가운데 일단 의심’

다른 업자는 “저런 곳에 과연 분양이 이루어질까 의심되는 농지 한가운데나 외진 곳에 임대 아파트가 추진된다면 일단 국민주택기금을 타내고 보자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해 봐야 한다"고 귀뜸한다. 이렇듯 국민주택기금의 허술한 운영으로 3조원에 달하는 기금이 전국 부도 사업장에 대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민경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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