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왕국'의 미래는 어둡다

자치 위장한 '독선 행정' 언제까지…
"찍히면 죽는다" 죽서기 양산

지방자치의 구조개선을 위한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만도 부단체장의 국가직화 논란을 비롯해 자치단체도 이젠 전략적(?)인 M&A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지방의원의 유급직화 검토 등 지방자치 정착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됐다. 지방자치가 아직도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의 민선시대를 거쳤는데도 지방자치는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 어렵게 쟁취한 지방자치가 오히려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 7월 1일로 민선 2기의 3년차가 지났고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예비 후보들의 움직임도 점차 가시화됐다. 그러나 앞으로 탄생할 민선 3기에도 성공적 지방자치를 낙관할 수 없다. 지방자치의 탈선이 우려의 수준에 달했고 그리고 그 귀책사유는 1차적으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한테 쏠리고 있다.
/ 편집자

전국적으로 20여명 사법처리

선출직인 자치단체장의 일탈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 절대적인 신분보장에 절대적인 인사권까지 겸비한 자치단체장은 지방자치의 난맥상에도 불구,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때문에 소 왕국의 군주로서 행세하는 만큼 그에 따르는 위험도 크다. 지난 98년 지방선거로 당선된 전국 248명의 자치단체장 가운데 현재까지 20여명이 사업처리됐다. 민선 1기의 6명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늘어났다. 충북에서도 김환묵 전 괴산군수가 옷을 벗었으며 변종석청원군수는 뇌물수수혐의 등으로 입건돼 현재 재판을 받고있다.

지난 4월 모 군에선 두명의 면장이 갑자기 인사조치됐다. 두 사람이 서로자리를 맞바꾼 것이다. 면장의 자리이동은 통상 정기인사 때나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이들은 이런 명분이 생략된채 느닷없이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를 두고 해당 지역에서는 지금까지도 말들이 많다. 주민들의 얘기는 이렇다.

군수에 찍히면 살아남지 못해

면장이 바뀐 이 지역에선 오는 7월중순쯤 농협조합장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구도는 현 조합장과 그에 맞서는 인사의 양자대결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곳 면장이 자신과 인척관계인 상대 후보를 편드는 듯한 언행을 보였고, 이를 현 조합장측이 군수에게고(告)하는 바람에 노여움을 사 그 즉시 인사조치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군의 인사 담당자는 “본인들이 근무환경 변화를 원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이를 믿으려하지 않는다. 시시콜콜한 얘기의 사실여부를 떠나 인사권과 관련된 자치단체장의 전능(全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사례다.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정실인사는 지방자치를 왜곡시키는 원흉이 된지 오래다. 공직 수행능력보다는 차기 선거에 대한 공헌도,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기여도에 따라 인사가 좌우된다. 그렇다보니 자치단체장이 취임때 작성한 승진후보자 명단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통상 근무평가를 6개월 기간으로 하는데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장 군수가 시키는 일만 잘하면 인정받고 그렇지 못하면 찍히게 된다. 말이야 창의적인 행정을 주장하지만 중요한 사업이나 기획은 모두 자치단체장이 주도하고 직원은 이를 따를 뿐이다. 승진이나 출세하려면 자치단체장의 의중에 따라 줄서기를 할 수 밖에 없다.
"한 공무원의 푸념이다.

죄인이 표창하는 지방자치 문화

일반 공무원들은 형사입건될 경우 공무원법 등 관련법에 의해 직위해제와 함께 그 결과에 따라 징계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선출직인 자치단체장은 예외다, 비리와 독직으로 인신구속이 되더라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 신분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 때문에 형사처벌된 자치단체장이 그 직을 수행할 경우 '죄인이 공무원들을 표창하고 인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를 두고 관가에선 민선 자치의가장 큰 ‘모순' 으로 지적한다.

표를 의식한 자치단체장의 상훈(賞勳) 남발은 현재 정도를 넘어섰다.
시 · 군별 그 사례를 집계하려고 해도 정확한 데이터를 뽑아 내지 못할 정도로 표창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아주 간단한 말로 현실을 표현했다. “요즘 시중의 음식점에 한번 가 봐라. 모범업소 선정등 행정기관의 표창장 내지 인증서가 안걸린 곳이 없다·” 자치단체장들 탈선은 각종 사업추진 과정에서도 이루어진다. '돈’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은 사업벌이기를 좋아한다’’는 속설이 있다.

총선과 마찬가지로 지방선거에서도 엄청난 돈이 살포되고 자치단체장이라고 해서 선거때 당선을 위해 뿌린 돈을 회수(?)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 사업이나 각종 대규모 행사를 기를 쓰고 추진하려는 이유 역시자치단체장의 ‘돈’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난개발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업 벌이는 자치단체장 그 저의는?

충북 도내에서도 자치단체장들과 관련된 각종 특혜성 사업이 줄곧 의혹의 눈길을 받았다. 특정 업체에 사업을 밀어 주고 그에 책정되는 사업비의 일정비율을 자치단체장의 비자금으로 빼낸다는 것이다. 최근에만도 도내에서 이런 의혹이 제기된 사업들이 몇가지가 있다. 자치단체장과 특정업체간의 유착은 주로 선거 때 활동한 비선(秘線)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행정기관에서 각종 사업을 발주할 때마다 이런 비선들의 이름이 자주거론되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장들이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특정 업체에 사업을 맡기려고 하고 또 예산 집행에 있어 사업을 쪼개 수의계약으로 몰고 가려는 저의는 분명하지 않은가. 양심적으로 직을 수행한다면 현행 제도하에선 돈, 다시말해 선거자금을 마련할 재간이 없다.

자치단체장은 특정 업체를 끼고 돌고 또 그업체는 자치단체장에게 돈이라는 반대급부를 보장함으로써 공생의 관계를 이어간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난맥상은 바로 이런데서 출발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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