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보안점검, 공무원이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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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보안점검, 공무원이 튄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1.07.02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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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찰청, 보안점검 거부직원 3명 인사조치 '파문'

경찰 - "94년 폐지된 제도… 규정에 없다"
검찰 - "국정원 고유업무… 합동조사 문제없다"

지난 15일 충북도경찰청에 급작스런 인사조치가 내려졌다. 경무과 보안담당 김모 경위와 안모 경사, 방모 경장 등3명에 대해 연쇄적인 문책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른바 ‘금요일의 대학살’로 비유할만한 전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들 3명의 경찰관에 지워진 문책사유는 ‘상관지시명령 위반’ . 위계가 철저한 계급조직인 경찰에서 명령불복종이란 상상하기 힘든 행동이다. 하극상이야 말로 공직사회에서 용납될 수없는 최악의 직무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경찰청의 문책수위는 형식적인 최저수준이었다. 상급자인 김 경위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기각계고' 결정을 받아 징계가 사실상 유보됐고 하급자인 안 경사와 방 경장은 징계없이 인사조치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명령불복종의 혐의를 진 경찰관들에게 징계유보와 인사조치라는 가벼운(?) 처분이 내려진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징계처분에 따른 경찰내부의 반발이 부담스러웠고 이들의 명령불복종 행위가 나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명령을, 무엇 때문에 거부했으며 지금까지 당당하게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일부 지역언론에서 경찰조직의 기강해이 사례로 보도한 이번 사건의 진실을 재조명한다.

합동점검인가, 일방점검인가

지난 13일 밤 9시께 국가정보원 청주지부 소속 직원 7명이 충북도경찰청보안과로 찾아왔다. 이들의 방문목적은 주요기관에 대한 불시 '보안점검' 때문이었다. 보안점검이란 안기부 시절중앙부처ㆍ지방자치단체ㆍ경찰을 상대로 사무실 보안실태와 공무원들의 직무상 보안상태를 현장감사하는 업무였다. 하지만 특정 국가기관이 다른 공공기관의 업무를 감사하는 모양새 때문에 적지않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과거 군사정권의 해묵은 관행으로 인정돼 YS 문민정부 출범직후인 94년안기부법 개정으로 사실상 폐지한 제도였다.

다만 해당 기관장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국정원과 합동으로 보안점검을 할수 있도록 보완규정을 마련했으나 지금까지 실시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7년만에 재개된 국정원의 보안점검에 대해 도경찰청 경무과직원들은 당혹할 수밖 없었다. “국정원 청주지부에서 1주일전쯤 경무과장에게 불시 보안점검 계획을 사전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정확한 날짜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점검 당일인 13일 오전 경무과에서 낌새를 챘고 실무담당자인 김경위가 ‘본청이나 청장님의 사전지시도 없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보안점검을 받는 것은 규정에 어긋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김경위는 점검거부 의사를 밝히고 오후부터 자리를 비운채 핸드폰도 꺼버렸다" 도경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의 거부’ 사건 전국 최초

통신과 보안업무 담당자인 방모경장도 국정원의 보안점검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13일 퇴근 후 사무실과 연락두절시킨 상태였다. 국정원의 보안점검반이 도착한 상황에서 정작 실무자인 김경위와 방경장의 연락이 여의치않자 경무과장은 퇴근후 집에서 쉬고 있던 경무과 안모 경사를 불러 들였다.

하지만 보안점검 업무협조를 위해 긴급호출한 안 경사도 법적규정 등을 이유로 거부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국정원 청주지부 직원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언성을 높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결국 보안점검 거부로 인해 김 경위는 상관지시명령위반으로 인사조치 후 징계위에 회부됐고 다른 2명은 각각 일선 경찰서로 문책인사됐다.

이같은 우려곡절 끝에 13일 늦은밤부터 이튿날 새벽4시까지 국정원 직원7명과 도경찰청 직원 2명이 각 사무실을 대상으로 보안점검을 실시했다. 경찰측에 따르면 이날 보안점검에서 별다른 적발내용은 없었다는 것. 한편 충북도청은 이틀전인 11일밤 국정원과 합동 보안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청주지부 직원6명과 도청 직원 3명이 청사 사무실과 증평출장소를 대상으로 새벽까지 조사를 벌였다. 충북도청 총무과 보안담당자에 따르면 이날 합동보안점검에서 별다른 지적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7년전 사실상 폐지된 제도를 부할시켜 실시한 결과물로 본다면 '태산명동에 서일필 ‘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도청ㆍ경찰청 보안실태 문제많다

이에대해 국정원 청주지부측은 “사무실내 비밀문건 방치여부등 공직자들의 직무수행상 보안업무 규정 준수여부를 점검, 확인하기 위해 보안측정을 벌인 것으로 국정원의 당연한 권한이자 고유업무이다.
도경찰청과 도청도 이번 보안점검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직원들의 인사고과 자료가 시정장치없이 보관됐고 을지훈련에 관련한 2급 비밀서류가 분실된 사례까지 발견됐다. 합동점검은 조사실적보다 공직자들의 보안 경각심을 높이는 동기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경찰ㆍ행정공무원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충북도청 사무관 K씨는 “보안점검의 법적근거는 제쳐두고라도 실효성 측면에 문제가 있다. 보안점검의 내용이 한밤중에 남의 사무실에서 컴퓨터는 끄고 퇴근했는지, 캐비닛은 잘 잠겨있는지, 중요 서류가책상에 널려있지 않은지, 휴지통에 그냥 버리지 않았는지, 이런 단편적인 것을 확인하는 수준이다.

이런 식의 점검은 도청 자체적으로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정보기관 직원들에게 이런 일을 맡기는 자체가 인력낭비라는 생각이고, 타 기관에 개입하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의 사기저하 원인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보안점검에 대해 일부 공감하는 공무원들도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주문하고 있다. 국가안보에 영향을 끼칠만한 주요정보는 중앙부처기관에서 다루기 때문에 지방 공공기관까지 확대시키는 것은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관 독립성을 인정해 해당 기관장에게 보안점검 계획을 사전보고하도록 한 보안업무 규정을 지방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국정원 지부차원에서 합동점검이 이뤄지기 때문에 지방 관서장이나 자치단체장에게 공식적인 사전통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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