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그러나 보이는 건 절망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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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그러나 보이는 건 절망뿐"
  • 충청리뷰
  • 승인 2001.05.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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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보따리장사' 시간강사들의 애환기

"박사 학위를 받는 순간 아! 이제는 고생이 끝났구나 생각했습니다.가족을 비롯한 주위의 기대도 대단했습니다.그런데 3, 4년이 흐르면서 남은 것은 절망뿐입니다.눈물의 보따리 장사라는 시간강사도 희망이 보인다면 얼마든지 할수 있을 것입니다.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일 오후 청주지역 한 대학구내에서 만난 3명의 30대 후반의 시간강사와의 대화는 쉽게 끝낼 수 없었다.

'대학 강사’로 만나 대화를 시작해 서두의 흐름은 어색했지만 점차 자신들의 처지에 공감되어 들어가자 그들의 계속되는 넋두리는 들어줄 사람을 이제야 만나 반갑다는 듯 거침없이 쏟아냈다.A씨(37)는 8년째 시간 강사를 하고 있다. 석사 학위를 하고 나서 첫 강의를 맡았을때는 신이 났다. 박사과정에 들어가서는 1시간 30분씩 차를 타고 가서 힘들게 강의를 해도 박사 학위를 받으면 교수라는 자리가 주어진다는 희망에 힘든 줄 몰랐다.

드디어 지난 99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3년이 지났건만 언제나 교수자리라는 기회가 올 것인지 아무런 보장도 없이 더욱 조여오는 것은 가장으로서 무능함 뿐이다. A씨는 3개 대학을 돌아다니며 1주일에 12시간을 강의한다. 대학에 따라 2만2000원에서 2만7000원을 받아 월 1백만원을 겨우 넘는 수입이다.
이 대학 저 대학을 돌아다니는 차량 경비와 점심값,책값 등을 하고 나면 겨우 몇푼 집에 보태준다.

4살,8살 아이들은 부모님이 지금까지 맡아 길러주셨다. 그런데 문제는 강의가 없는 여름과 겨울 방학 4개월이다. 이때는 강의가 없어 수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학원 강사를 하는 아내의 수입으로 살아가지만 대학 도서관을 전전긍긍하며 지내야하는 처지가 한심스럽다.

딱한 처지를 아는 부모님이 방학때가 되면 쌀 한가마니씩을 보내준다. A씨는 "박사학위를 받았을때는 그렇게 기뻐하시던 부모님께서 이제는 기대조차 안하시는 것 같다"며 "가장 미안한게 부모님"이라고 말한다. B씨의 경우도 다를수 없다. 4개 대학에서 20시간을 강의하지만 전문대 강사료 1만4000원짜리가 포함되어 있어 월 150만원정도의 수입이다.

B씨는 37살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4개월 방학을 제하고 8개월동안 매월 1백50만원에 기대 살아야 한다. 그것도 6개월 단위 즉 학기별로 임용되기 때문에 다음 학기에 강의가 어떻게 될 것인지 가슴을 졸여야 한다. B씨 자신이 학교별로 쫓아다니며 강의를 얻어온 그로서는 시간당 2만여원하는 시간 강사자리 지키기도 좌불안석이다.

“학부제가 되고서는 과목 개설도 제대로 안하고 폐기되는 과목도 늘어나고 있다.인기없는 과목은 아예 개설을 않하고 기존 교수들이 유사 과목을 가르치는 사례가 생겨 그나마 강사 자리도 줄어들고 있다.강사 임용때가 되었는데도 아무 연락이 없으면 짤린 것이다.한마디 하소연 할수도 없다.

이때쯤되면 교학과 강사 담당자,학과 교수들과 밥 한끼라도 하면서 눈치를 봐야 하는데 이것도 엄청난 부담이다." 오직 교수 자리를 보고 공부만 해온 시간강사들에게는 적은 예산으로 교수 확보율을 높일수 있는 편법으로 악용되는 겸임교수제에 대한 불만도 높다.

인문계 시간강사들은 그래도 10여시간 이상씩을 강의해 100만원 내지 150만원정도의 수입을 올리지만 사회과학계열은 이들 겸임교수들에 강의를 빼앗겨 시간 강의 얻기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법대 출신 시간강사들은 그래서 공무원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A씨도 이제 한계에 다달았다며 사설학원으로 가든지 다른 직장을 찾아보다 여의치 않으면 이민을 가겠다는 생각을 다지고 있다.

현재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시간강사 C씨. 우선 박사학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앞날에 대한 걱정에 공부가 제대로 않된다고 한다. 교수신문에 난 인문계열 박사학위 60%가 실업자라는 기사도 우울하게 한다. 또한 사립대학들은 5년에 한번씩 있는 대학 평가가 지나고 나면 그 기간안에는 교수 채용도 하지 않는 현실도 알고 있다.

이들 시간 강사들은 “모 대학의 경우 휴일이 있는 날에는 강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시간의 강사료를 떼더라"며 기존 직원들의 복지 및 급여에서는 한푼 제하지 않으면서 시간강사들에게는 지독하게 구는 대학측의 처사에 서운함도 털어놨다. 그리고 대학 강의의 40% 이상을 시간강사에게 맡기면서 휴식공간 한 곳 마련해주지 않아 학생들을 피해 이곳 저곳 배회하는 처지도 시간 강사들을 처량하게 한다.

이런 처지에서 수년을 지내온 이들 시간강사들은 최근 ‘국립대학 시간강사의 보수를 시간당 3만원선으로 올려주고 방학동안은 기초생활 보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코방귀 정도를 꾸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런 정도의 시간강사 처우개선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지금까지 없어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늘 발표에 그쳐왔기 때문에 이제는 속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돌아오는 스승의날도 큰 걱정거리라고 털어놓는다. 소속학과 교수들에게 성의껏 선물이라도 해야겠는데 쥐꼬리 수입에 이것도 부담인 것이다. 시간강사의 애환이 그대로 배어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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