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자여, 그대 이름은 시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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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자여, 그대 이름은 시간강사
  • 충청리뷰
  • 승인 2001.05.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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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로 분류… 월 강사료 100만원 밑돌아
대학강의 40% 맡고도 신분보장 전혀 없어

일명 보따리 장수. 의료보험의 혜택을 못받고 퇴직금이 없다. 임금은 천차만별, 월 평균 임금이 100만원을 넘기 힘들다. 그러나 국내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땄거나 박사과정중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고학력 집단이면서 박봉에 시달려 스스로를 보따리 장수라고 비하한다. 이것 이 대학 시간강사들의 현주소다.

최근 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들의 현실이 언론에 오르내리지만, 시간강사들의 박봉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라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강사들은 대학강의의 40%를, 교양과목은 60~70%를 담당하면서 법적으로는 교원이 아니다. 실제로는 교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 법적, 제도적으로는 교원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이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박사학위 받았지만 서러운 ‘등처가’
교육인적자원부나 노동부는 이들을 (일용직)노동자로 분류한다. 이들은 신분보장이 전혀 안되다보니 의료보험과 신분증이 없다. 국립대중에서도 신분증을 발급하고 있는 학교는 서울대, 강원대, 부산대, 충북대, 충남대에 불과하고 사립대는 이것조차도 없다. 직장 의료보험 혜택을 주고 있는 대학도 포항공대와 대전가톨릭대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는 전혀 안된다. 충북대에서 시간강사를 하는 오모씨(39)는 "충북대는 다행히 강사대기실이 있고 책도 빌려주지만, 강사대기실이 있는 학교도 드물어 강의시간외에는 있을 만한 데가 없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주지 않는 곳도 많다’’고 말해 안정적인 연구 분위기는 꿈같은 현실임을 알 수 있다.

오씨는 또 “강사에는 생계직 강사와 명예직 강사가 있다. 생계직은 강사로 돈을 벌어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들이고, 명예직은 집안으로부터 보조를 받거나 부업을 하거나 부인 혹은 남편이 벌어 충당하는 경우”라며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강사생활만으로 생활하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남편이 강사인 가정은 부인에게 얹혀 사는 ‘등처가’ 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최대한으로 잡아서 4군데 대학에서 주당 6시간씩 강의를 한다고 치자. 시간당 강사료를 평균 2만원씩 잡으면 1921만원. 하지만 시험만 보고 수업을 하지 않는 달까지 쳐서 방학을 계산하면 1년중 6개월이고, 이 기간 동안은 전혀 수입이 없다. 따라서 연봉은 1152 만원이 된다.

그러나 4군데 학교의 강의를 맡는 경우는 흔치 않은 예라는 것이 강사들의 얘기다. 통상 대학에서는 한 강사당 3강좌 이상을 맡기지 않고 있어 이 대학 저 대학으로 전전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그러려면 당연히 교통비와 숙식비가 따로 들어간다.

대학은 강사 없으면 당장 마비
이런 강의도 없어서 못하는 형편이다. 청주지역 모 대학에서 만난 강사 모씨는 “모교출신 박사학위 소지자들을 배려해 강의를 주는 대학도 2년만 지나면 알아서 하라고 한다. 인맥관계를 이용하지 않으면 강사자리 얻기도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해마다 배출되는 석 · 박사들이 몇 천명인 점을 감안 하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도 “강사 임용 제도만 해도 공식적인 계약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위촉으로 변질 운영되고 있다"며 "강사들은 대학강의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으며 대학 전임교원의 숫자와 비슷하다. 하지만 불안정한 신분구조와 열악한 처우상태는 강사들로 하여금 기본적인 생계수단 확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한 교육의 부실화와 질적 저하에 대한 피해는 학생들에게 전가된다"고 분개했다.

실제 전국 대학의 전임강사 이상 교수는 5만5000여명인데 반해 강사들은 5만4000여명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에 따르면 국공립대 전임교원 대비 시간강사 비율은 꾸준히 늘어 99년에 81.9%로 나타났다. 사립대는 이보다 훨씬 심해 같은 해에 116.7%로 조사됐다. 따라서 강사가 없으면 대학은 당장 마비되는 수준까지 왔다.

청주지역만 봐도 시간강사들의 숫자는 교원수를 앞지른다. 충북대가 599명(전임강사 이상 교수 640명), 청주대 365명(전임 이상 341명), 서원대가 324 명(전임 이상 164명)이다. 청주대는 강사가 약간 더 많으나 서원대는 거의 두 배가 되고 있다. 전문대학의 강사 역시 대단히 많은 숫자다. 주성대가 191명, 충청대가 402명이다.

“학교측에 밉보일까 집단행동 못해”
시내 모 대학 교수는 '“시간강사는 교수로 임용되기 위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고급인력에 대한 착취다. 박사학위를 받고 처음 1~2년간은 열심히 가르쳐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일반적인 지적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3강좌를 맡았을 경우 어느 정도 생활은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강사 모씨는 "강사중에 이미 이직을 했거나 준비중인 사람들이 많다. 아르바이트라고 해야 이공계는 그래도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할 기회가 있지만 인문사회계는 출판사 업무나 번역, 과외 등이 고작"이라며 "선배나 후배중에는 강사를 하다 식당이나 정육점처럼 아예 다른 업종으로 전업하는 경우도 종종있다"고 말해 강사 생활이 얼마나 큰 생활고를 불러 오는지를 알 수 있었다.

현실이 이런데 반해 강사들의 '힘'은 미약하다. 어느 분야보다 보수적이고 선후배 관계가 확실한 대학사회에서 처우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목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많은 강사들의 얘기다. 강사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데다 해당 과 교수들에게 밉보이면 교수 임용이 물건너가는 현실 때문에 단체행동 자체가 어렵다는 것.

서울에서는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이 결성돼 활동하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거의 없는 편이다.
지난해 성균관대 강사협의회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성적표 제출을 거부하는 등 파업에 돌입, 무노동 · 무임금 원칙 철회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였으나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당장 입에 풀칠을 해야 하는데 대학 당국에 입 바른 소리를 하면 강사 자리마저도 박탈당할까봐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강사들의 속사정이다. 국립대는 공무원 정원 동결원칙에 묶여 전임 교원을 자주 뽑지 않고 사립대는 재정적인 이유를 들여 교수채용을 꺼린다. 결국 이 틈바구니에서 경력을 쌓아 전임교수가 되려는 강사들을 이용, 대학에서는 싼 값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자존심이 상해 못살겠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을 보면 잘 나가는데 나는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절로든다. 일반적으로 외국 박사학위에는 1억5000만원, 국내 박사학위에는 1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기껏 공부해 한달에 100만원도 못 버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라는 한 대학강사는 "정부가 이대로 방치할 경우 고급인력은 다 빠져나가고 말 것"이라고 자조섞인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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