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주모자 검거 70여일 지나도록 수사는 '진행중'

10대 소녀를 '꽃뱀'으로 등장시켜 전국을 무대로 상습적인 사기극을 벌여온 공갈단의 청주지역 피해자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은 경찰에서 편파수사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99년말 '꽃뱀' 공갈단 피해자의 진정을 접수한 청주지검이 사건수사를 장기화시키는 바람에 후속범죄를 미리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공갈단의 범죄행각과 함께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검ㆍ경의 수사상 문제점에 대해 집중취재했다.

경찰은 미성년 '꽃뱀'으로 올가미 걸어 지난해 10월 청주서부경찰서 수사과에 흥미있는 제보가 접수됐다. 하루저녁 아가씨들과 어울려 놀다가 난데없이 '강간' 누명을 쓰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피해자 K씨와 O씨는 평소 안면이 있는 육성천씨(40)에, 이끌려 청주 우암동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잠시 후 육씨는 우연히 만난 것처럼 가장해 '꽃뱀' 아가씨 3명을 합석시켰고 술자리로 이어지게 됐다.

육씨는 '2차로 다 같이 노래방에 가자'고 제안했고 K씨와 O씨 는 분위기와 취기에 이끌려 따라나섰다. 이날 두 사람은 3차 여관행까지 따라갔고 육씨가 예약한 3개방혜서 각자 '파트너'와 자리에 들게됐다.
하지만 얼마 후 육씨의 방에 있던 여자가 ‘강간을 당했다'며 비명을 지르고 여관 밖으로 뛰쳐나갔고 이를 신호로 옆방에 있던 K·O씨 파트너도 태도를 돌변해 강간을 당했다며 항의하고 나섰다.

육씨는 사태를 수습할 것처럼 여자들을 다른 방으로 보냈고 두 사람에게 “미성년자를 강간하면 최하 징역 7년은 받는다“며 겁을 주기 시작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만난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고 이때 여자들의 아버지 역을 맡은 2명의 일당이 들이닥쳐 두 사람에게 욕설을 퍼붓고 ‘고소하겠다’며 협박을 가했다. 견디다 못한 K씨가 도망을 치자 다시 O씨를 윽박질러 강간 경위서까지 작성하게 했다.

합의금 없으면 ‘사채' 미끼 던져

다음날부터 육씨의 후견인 행세를 하며 해결사역을 맡은 김정호K·O씨와 그 부인들을 만나 7000만원에 합의볼 것을 종용하고 합의하지 않으면 고소당한다고 협박했다. 뒤늦게 계획적으로 당했다고 판단한 K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관에게 이러한 사정을 털어 놓았고 그대로 서부경찰서 수사과에 인지제보하게 됐던 것. 한편 서부서의 내사가 진행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일당들은 동부경찰서에 O씨를 상대로 강간치상 고소장을 제출했다.

공갈단은 사건발생 6일만에 청주 J호텔 커피숍에서 합의금을 요구하다 잠복중이던 서부 서 형사들에게 검거됐다. 경찰 수사결과 이들은 알선책, 해결사, 부모대역, 꽃뱀등 역할을 분담해 관련자가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알선책 육성찬과 해결사 전응규등 8명이 공갈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한펀 사건을 송치받은 청주지검은 후속수사를 통해 공갈단이 다른 지역에서 저지른 3건의 범행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들은 K·O씨 사건을 전후한 1개월 사이에 경기, 경북을 오가며 공갈사기극을 벌였다. 작년 10월 7일 경북 예천에서 현지 사정을 아는 알선책을 통해 공갈대상자(성명불상)를 정하고 같은 수법으로 협박해 합의금 명목으로 2400만원을 갈취했다. 연이어 16일에는 경기도 여주에서 피해자 김모씨를 대상으로 사기극을 벌여 500'만원을 뜯어냈다. 23일에는 경북 대구에서 같은 수법을 동원해 피해자(성명불상)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냈다.

이밖에 청주에서 지난해 9월 공갈단의 마수에 걸려들어 강간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김성각씨(51)의 사건이 재조사돼 검찰의 공소취소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99년 10월 청주에서 최초로 피해를 당해 강제추행 혐의로 1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Q씨의 사건은 추가기소되 지 않은채 수사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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