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형, 김재기, 이상철씨 등 청주고 29회 동기동창들
외환-국민-주택은행장 동시 거머줘···한국 금융 '쥐었다 폈다'

90년대 초반 금융권에서의 충북 인맥은 화려했다.
홍재형, 김재기, 이상철. 충북 출신 3인이 동시에 외환은행장, 주택은행장, 국민은행장 등 국책은행 및 중앙시중은행장을 거머쥔 것이다.
이들은 더구나 청주고 29회 동기동창이다. 영남이나 호남과 같이 특별한 정치적 기반도 없는 지역에서 이들 3개은행의 총수를 충북권 1개 고교 동창이 휩쓸었다는 것은 당시 이들의 면모가 어떠했는가를 짐작케 한다.

당시 정부 중앙부처나 금융권에 포진해 있던 충북인사들은 한마디로 '뒤가 든든했다' 고 말한다. 3개 은행 현직 총수 3명이 고향사람이라는 그 자체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했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청주 상당, 민주)인 홍재형씨는 관세청장을 지내다 90년 3월 한국수츨입은행장이 되었다. 이어 1년 3개월간의 수출입은행장에 이어 91년 6월 한국외환은행장에 전격적으로 선임되었다.

김영삼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홍재형 외환은행장은 1년반만인 93년 2월재무부장관에 발탁된 뒤 내쳐 문민정부 경제 총괄팀장인 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으로 임명되어 정부 경제 정책 수립 및 경제정의 개혁정책을 수행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아 경제 수장 최고의 자리를 누렸다.
홍재형씨는 리베로였다. 축구에서 수비도 하고 공격도 하는 전천후 선수라는 얘기다. 그는 한번 맡은 일에는 거부 몸짓을 보이지 않고 우물우물 하면서도 끝장을 내는 타입으로 김영삼 정권의 경제 정책을 뒷받침했다.

해군중위때 해군제독 출신 오범식차관의 비서관으로 재무부에 들어가 주로 대외 업무쪽에서 커온 국제 금융통인 그는 재무부의 꽃인 이재국이나 세무국에는 가볼 기회조차 없이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올라갈수록 실력을 보여준 대기만성형으로 통한다.
문민정부 경제 정책 총수를 지낸 화려한(?) 경력으로 외환위기와 관련 경제청문회에서는 불명예를 맛보기도 했지만 총선에 출마 한번 낙방의 고배뒤 승리, 옛 명성을 되찾았다.

김재기씨는 홍재형씨가 한국수출입은행장을 거쳐 외환은행장으로 있던 92년 1월 주택은행 부은행장에서 은행장으로 승진 임명됨으로써 자행 출신 첫 행장 탄생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실형이 김재광 국회부의장으로 정치적 후광이 있었다고 볼수 있지만 여야를 불문한 그의 마당발에 기초한 친화력과 사교성 덕분이었다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가졌다.

김재기씨는 자행출신 행장으로 1년2개월만에 주택은행장을 지내다 93년 3월 흥재형행장의 재무부장관 발탁에 따른 후속인사로 외환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금융계의 실세로 부상했다. 고교 동기생끼리 외환은행장 자리를 대물림한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 한달만에 이루어진 정부투자기관 및 국책은행인사헤서 김재기주택은행장의 외환은행장으로 이동은 오랜전부터 YS측근들과 가까운 사이인데다 풍부한 아이디어와 강한 추진력으로 차기 은행감독원장 또는 재무장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일찌감치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김재기행장은 주택은행장 재임때 은행 최초로 인감 증명제를 폐지했고 히트상품 차세대통장으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기록을 남겼다. 추진력과 조직장악력이 강한 보스형으로 평가되기도한 김재기 행장은 주위에 아랑곳 하지않고 자기가 챙길만한 사람은 확실하게 챙겨주기도 잘하는 뚝심을 보여 보스형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때문에 아직도 따르는 후배가 많다. 주택은행 충북본부가 생겨난 것도 이때다.

이상철씨는 청주고 동기에 이어 서울상대 동문인 친구 홍재형씨가 재무부에서 관세청장을 나가기 직전인 88년3월에 국민은행 행장에 선임되어 3명중 가장 먼저 은행 총수자리에 올랐다. 91년 3월 연임됨으로써 92년 드디어 국민은행장 이상철, 주택은행장 김재기, 외환은행장 홍재형이라는 청주고출신 3명의 동시 은행장 총수 시대를 맞았다.

이상철행장은 아쉽게 92년 7월 중임기간을 채우지 못한채 중도하차 했지만 97년 국민은행 자회사인 국민카드사대표를 지냈고 98년에는 은행연합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편 당시 금융계 충북인맥에는 충북은행장을 지낸 곽원영씨를 빼놓지 않는다. 곽전행장은 서울은행 상무를 지내면서 고향 후배들을 챙기는 등 나름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로 거슬러 올라가서는 전 황창힉충북은행장을 꼽는다. 황전행장은 외환은행 전무 출신으로 충북은행장으로 옮겨 충북은행 중흥의 기틀을 마련하는등 선 굵은 금융인으로 통한다.
당시 한일은행에서 근무했던 충북신용보증재단 김벽응이사장은 "충북출신 3인의 금융총수 시대는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사건이었다"며 "다시는 금융계에 충북인맥의 그런 호시절은 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민경명 기자

◈어떻게 지내나
홍재형씨는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재경위에 소속되어 전임 부총리 및 재정경제원 장관으로서의 정부 경제 정책 자문 및 조율자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역문제에 대한 관심도 특별해 자신의 '고속철도 오송기점역 설치' 공약사항 이행에 동부서주하고 있다.

 김재기씨는 한국종합유선방송협회장을 거쳐 현재 한국관광협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그의 마당발 행보가 더욱 바뻐 보인다.
이상철씨는 은행연합회장을 지내고 현재 삼성 SDI사외이사로 있다. 친구인 홍재형 의우너의 후원회장도 맡아 지역발전과 홍의원의 정치적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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