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은 청주부지점장 함정호 박사

최근 조흥은행 사태를 계기로 불거지는 논란은 실물경제계의 주장처럼 충북은행이 조흥은행에 합병된 이후 지역 기업체의 자금조달 환경이 정말 더 나빠졌느냐 하는 것과 지방은행의 존립필요성을 제기하는 주장의 타당성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자금조달(대출) 문제에 있어 조흥은행측의 반론이 만만찮은 데다 논리적근거도 일견 탄탄해 보여 논란은 더욱 뜨겁다.

이런 논라에 대해 한국은행 청주부지점장을 역임하고 지금 본점 통화분석팀에 있는 함정호박사는 "한 지역에서 활동하던 지방은행이 없어지면 당연히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훨찐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명쾌히 말한다.

"생각해보십시오. 지방은행이 사라지고 종금사와 금고들이 문을 닫으면 그만큼 기업입장에서는 다양한 대출창구를 잃는 결과가 됩니다. 물론 대형 시중은행들의 지역점포는 그대로 살아있지요. 하지만 대형은행은 대개대기업을 상대하게 마련입니다.

지방은행등 중소형은행은 주로 중소기업을 상대하고요. 금고 등 소형 금융기관은 이보다 더 작은 상공인이나 업소와 관계를 맺는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이걸 전문적인 용어로 자금조달 계층(financial hierarchy)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마다 규모나 신용도에 따라 거래하는 금융기관이 달라지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지방은행이 없어지고 그 공백을 대형은행이 맡을 경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파트너를 잃게 되는 결과가 됩니다. 은행문턱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지요."

함박사는 "이런 점에서 미국에서도 은행의 대형화가 중소기업에 유리한것인지 불리한 것인지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 결론은 대쳬로 지역의 중소기업에게는 지방은행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함박사는 따라서 충북에서 지방은행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약 30년전 충북은행도 그렇게 만들어진 것 아닙니까?" 그러나 함박사는 자신의 발언이 미칠 예민한 파장을 의식, "한국은행에 소속된 공인으로서가 아니라 자연인 신분의 한 금융전문가로서 원칙을 말한다면 그렇다는 것”이라고 한계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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