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에 성공한 향토기업 2세들

민철기씨 4남 경조씨, 국내최대 헬기항공사업체 이끌어
전응규씨 3남 세호씨, '심텍 고스닥 등록 입지 굳혀

기업가의 혈통이 따로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때 충북경제를 주름잡던 기라성같던 향토기업인의 후세들이 선대의 가업과는 전혀 다른 사업영역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일궈나가고 있어 주목을 끈다. 마치 생명이 다한 고목에서 새싹을 틔우듯 희망의 싹을 키우는 2세들은 신흥제분의 고 한암민철기(閔喆基)회장의 4째 아들인 경조씨(49)와 청방 전응규회장의 3남인 전세호씨(45). 경조씨는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항공운송사업체인 '헬리코리아'를 이끌고 있으며 세호씨는 청주산업단지 공단내 코스닥 등록업체인 ‘심텍'을 통해 각각 기업가의 입지를 이미 굳힌 상태이다.

▶헬기항공사업 민경조씨
민경조사장이 혤리코리아(대전 대덕구 대화동)를 설립한 것은 1996년 7월로 회사역사가 만 5년이 안됐다. 헬리코리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경한 업종인 헬리콥터를 이용한 항공운송업체. 그러나 헬리코리아가 다루는 영역은 항공운송아니라 헬기를 이용한 항공방제 항공사진촬영 산악지역 시설물설치 산불진압 등 매우 넓고 다양하다.
본사 부지에 1500평의 헬리포트와 500평 넓이의 정비창을 갖추고 있는헬리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헬기는 벨 214 BI기종 2대를 비롯, 벨 407기종 1대, AS 350 B2기종 1대, MD 500 D 기종 6대 등 총 4개 기종에 10대로, 국내7개 항공운송업cp중에서 최다규모를 자랑한다.

헬리코리아 이재길부장은 "이 업계의 업력은 대부분 짧지만 헬리코리아의 사세신장은 짧은 역사에 비해 눈부실 정도"라며 "항공방제의 경우 우리회사가 전국의 항공방제 대상 농경지의 73.5%를 맡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리코리아는 특히 도내 농경지중 항공방제를 하는 청원 진천 청주지역을 커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곡지대인 경기도와 부산지역도 맡고 있다.
헬리코리아는 또 지난해 한국전력이 발주한 고령-의령간 고압선철탑공사를수주해 능력을 입증한데다 설악산 봉정암 건설공사를 위한 자재운반과 동학사 남매탑 요사채공사, 관악산 연주암 보수공사를 맡는 등 눈부시게 사세를 신장하고 있다.

"도민들께서는 모르셨겠지만 1999년 한국통신의 상당산성 기지국공사와 1997년에 세워진 청주 CJB의 우암산중계소 설치공사도 저희 헬리코리아가 맡았습니다. 헬리코리아사는 통일항공시스템과 시티항공(이상 헬기 6대 보유)을 비롯, 삼벨항공 삼성항공 홍익항공 대우항공 등 국내 7개 항공운송사업체중에서 명실상부하게 업계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민경조사장이 창공에서 힘차게 날개짓을 하는 헬기의 프로펠러를 통해 선친이 이룬 명성과 부에 얼마만큼 접근해 갈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한편 고 민철기회장의 장남인 현석씨(60)는 사업괴는 거리가 먼 한국사진작가협회이사로 활동중이며, 차녀 경재씨(53)는 신흥학원 이사장으로 3남 경구씨는 하나유치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 선친을 가장 빼닮았다는 5남 경호씨(46)는 삼주개발(주) 등을 운영하며 큰 부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막내인 경창씨(40)는 무역업을 하고 있다.

▶전자산업 일군 전세호씨
청방 전응규회장의 3남인 세호씨가 경영하는 심텍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기할 만 하다. 부친의 가업을 잇지 않고 새로운 경제질서에 발맞추어 사업영역을 첨단쪽으로 방향전환해 성공함으로써 하나의 ‘모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심텍은 지난해 1월 코스닥 등록업체가 됨으로쩌 탄탄한 입지를 확인받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심텍은 청방이 섬유산업의 사양화로 큰 어려움을 겪던 1988년 태어났다.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충북전자' 가 바로 심텍의 뿌리. 하지만 심텍이 처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니다.
이러한 사업변신도 경영상황이 좋지못해 다소 고전하다가 1995년 상호를 지금의 (주)심텍으로 바꾼 것을 새출발의 계기로 삼아 비로소 성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 90년대 중반 150억원대에 달하던 심텍의 매출액은 5년후인 지난해말에는 640억원으로 4배이상 급신장했다. 심텍은 생산제품을 미국의 마이크론사와 삼성전자 현대전자에 수출또는 납풍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호사장은 물론 전사장의 부친 전응규씨는 본사인 청주공장보다는 서울사무실에 주재하며 경영을 챙기고 있을 뿐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청주지역 사회에는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심텍의 대외홍보 업무 등 실질적인 본사기능도 서울에 집중돼 있는 상황.
이에대해 지역 경제계 인사들은 ‘천응규회장이 충북투금 대주주로서 불법대출 사건을 일으켰고 이 사건을 계기로 불명예 퇴진한 후 청주를 떠났기때문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과거의 나쁜 기억이 지워지지 않고 있는상황에서 자신들을 스스로 드러내는것에 심리적 부담감을 갖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심텍이라는 일개 기업체의 미래를 위해서 뿐 아니라 지역 경제계를 위해서도 서로가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 임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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