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충청리뷰 상대 고소 전후내막

언론사간 문제 법정비화···지방에선 '드문 일"
조철호 사장 선고관여 의혹, 민주당도 인정하는 사실

언론사의 내부적인 일은 좀체로 밖에 알려지지 않는다. 언론은 항상 진실보도와 여론창달을입버릇처럼 되뇌이면서도 자신들에 관해선 철저하게 숨긴다. 특정인 내지 특정시관이 정보제공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난리를 피면서도 언론사 스스로는 그렇게 권위적이고 폐쇄적일 수가 없다. 오랫동안 굳어진 관행이지만 언론사들은 상호비판하는데 극도의 알레르기 갖고 있다. 서로 털어봤자 쌍방간에 상처만 남는다는 얄팍한 보호본능을 먼저 의식하기 때문이다. 언론사끼리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공적기능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지면서 최근 언론에 대한 비판, 견제가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활성화됐다. 대언론 비판을 전문으로 하는 신문사가 생겨났고, 반 조선일보 운동에서 보듯 특정 언론에 대한 일반인들의 감시활동이 조직화되고 있다. 언론사간 비판도 이젠 자연스렵게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이같은 상호 감시가 활성화돼야 언론풍토의 건전화가 앞당겨지고, 결국은 이를 바탕으로 특정 시안에 대한 언론사간 연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잇는 것이다. 그러나 충북은 아직 이런 점에 있어 극도로 낙후됐고, 이는 결국 지방언론의 정체성을 희석시키고 있다.
<편집자주>

▶동양일보, 총선후 본보 고소
지난 4.13 총선이 끝난 후 동양일보 조철호사장은 충청리뷰를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당국에 고소장을 냈다. < 관련기사 19면 > 충청리뷰는 이 사실을 6월 19일자로 발행된제 136호를 통해 기사화했고 그동안의 모든 절차에 성실하게 임해 왔다. 문제의 고소건은 청주 동부경찰서의 조사를 거쳐 청주지검으로 이첩된 후 벌금500만원에 약식기소됐으나 충청리뷰측이 정식재판을 청구, 지난 20일 청주지법에서 첫 공판이 열렸다. 당초 조철호동양일보 사장은 안문수 동양일보 기획실 차장을 대리인으로 충청리뷰의 윤석위 대표이사와 취재기자인 한덕현기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는데 윤대표이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조철호사장이 문제삼은 것은 충청리뷰 4월 15일자 7면의 '민주 절반의 성공' 이란 제하의 기사다.
조사장은 이 기사 말미의 '충북에서 민주당이 막바지 피치를 올리는데 실패한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라 민주당과 유착관계에 있는 모 언론사의 지나친 선거개입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언론사는 청주 흥덕구와 진천 ㆍ괴산 ㆍ 음성 선거구의 여론조사를 조작,발표해 큰 구설수에 올랐는데 이 때문에 해당 지역의 민주당 후보들이 오히려 여론 형성에 큰 손해를 봤다는 분석이다가 공정성과 정직을 바탕으로 언론 창달에 이바지하고 있는 동양일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기사는 4.13 총선을 정리하는 차원의 한 아이템으로 작성됐으며그 취지는 선거전에서 나타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역여론의 전후과정을 밝히는 것이었다.

▶민주당, "조사장 운신이 되레 방해"
민주당측은 선거 초반엔 충북도내 7개 선거구중 2-3개 선거구의 당선을 자신했으나 선거전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자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주춤서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이러다간 한곳도 당선시키지 못한다"는 큰 위기감을 가졌었다. 그러다가 남북정상회담 발표에도 불구, '북한특수'가 전국적으로 큰약발을 맏지는 못했지만 충북의 경우막판에 각 선거구마다 인물론이 대세를 타면서 청주 상당과 충주를 비롯한4개 선거구 정도가 당선권으로 분류됐으나 최종결과는 청주 상당(흥재형)과충주(이원성)에서 2석을 얻는데 그쳤다.

당시 선거전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민주당과 일부 민주당 후보의 캠프에서는 선거와 관련된 동양일보 조철호 사장의 운신이 오히려 여론형성에장애가 된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민주당측은 이를 감안해 중앙당 쪽에 역으로 '조철호 사장이 자제토록 얘기해줄 것' 을 요구하는 해프닝이 벌어진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에 대한 이같은 요구는 민주당의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인제 최고위원과의 관계를고려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관계자는 '치금으로선 어떤 채널을통해 조철호사장의 자제당부가 건의됐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현지에서 중앙당으로 그런 요구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얼마전 충청리뷰를 방문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들도 이를 확인해 줬다.

이에 대해 조철호사장측은경찰과 검찰의 조사에서 "주변에선 단순히 이인제의원과 조철호사장이 동서관계라는 것을 부각시켜 선거개입 내지 펀파보도 운운하지만 전혀 사실무근이고 오히려 타 언론사가 각종 편파내지 불공정 보도로 선거기사심의위원회 등 관계 기관의 제재를 받았다"며 일련의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는 것이다.

▶선거구 여론조사 처음부터 '논란'
동양일보가 총선 여론조사 시한을 앞두고 3월 25일 지면을 통해 공개한각 선거구의 여론조사 결과는 처음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여론조사가 발표된 후 몇몇 관계자로부터 "문제가 많다"는 전화를 받은 한덕현기자는 즉시 확인 취재에 들어갔고 그 결과 여론조사의 전반적인 과정이 언론사가 실시하는 사례치고는 다소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 특히 청주 흥덕구의 경우는 대부분 후보의 캠프가 "터무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 선거가 끝난 후에야 관련 내용을 2단 기사로 작게 기사화한 것이다.

동양일보는 자사 지면과 고소장을 통해 문제의 여론조사는 3월 17일부터 22일까지 6일간 실시했으며 20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2개항의 질문을 놓고 전화와 설문지조사를 병행, 이를 컴퓨터 코딩파일로 작성 분석했다고 밝혔다.
또한 복합선거구는 시 ㆍ 군의 인구비례를 따져 표본수를 정했고 각 읍ㆍ면ㆍ동 별로는 지역을 세분화해 일부지역여론이 편중되게 나타나지 않도록 미리 지역별 표본수를 정한 후 무작위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일부 지역은 이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기자들이 출입처나 동사무소 또는 다중 시설을 찾아 일괄 조사한 의혹이 짙다. 결국 설문조사의 신뢰성을 원천적으로 잃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청주 흥덕구의 경우 모 기자가 민주당 후보 사무실의 선거 참모에게 부탁, 이곳의 ARS(전화자동응답)를 통해 일부 샘플조사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의 선거여론조사를 특정후보의 사무실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지역 주재기자는 "면지역은 생각도 못하고 읍소재지 위주로 설문을 받았는데 그것도 시간이 없어 할당량의 절반도 못했다. 본사에서는 조사기간이 6일간이라고 했지만 나같은 경우는 3일정도 밖에 시간이 없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바쁜 시간 쪼개 성실히 조사를 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해 도내 전체 4000개(정확한 숫자는4085명)가 넘는 샘플이 제한된 시간에 모두 원칙대로 조사됐다고는 생각지않는다. 당지엔 선거판을 쫓아 다니랴 기사쓰랴 정신이 없었을 때였다. 본사차원의 의도적인 조작이 있었다고는 여기지 않지만 현지에선 조사과정에 사실 문제가 좀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그 문제가 뭐냐는 질문엔 "뻔한게 아니냐"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당시여론조사를 맡았던 또 다른 관계자는"대개의 언론사 여론조사가 그렇듯 기자들이 제대로 조사하는 경우가 어디있었느냐. 나도 마지못해 억지(?)로 했다. 그 시기는 직원들이 저임금에다 격무 등으로 많이 지쳐 있을 때였다. 만약 충청리뷰가 여론조사의 조작관계를 밝히려면 어느 한 사람이 책상에 앉아 여러 설문지에 임의로 표시를 했다든가 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야 하겠지만 누가 그걸 시인하겠느냐. 그러나 다중을 상대로 발표되는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좀더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데엔 공감한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시 ㆍ 군 지역의 경우 본사로부터 인쇄된 설문지를 받았다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샘플만 팩스로 받아 자체적으로 이를 대량 복사해 설문에 나섰다는 지역도 있어 이 부분도 공정성에 의문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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