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이 되돌아 온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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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이 되돌아 온 '부메랑'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0.11.27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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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비리 수사의 '두 얼굴'

'모 언론사 3300만원 제공' 폭로, 검ㆍ경 수사 촉구
'침묵의 카르텔'속 비리의혹 연속 보도
청주지검 본사 취재자료 받고 4개월간 수사외면

지난 5월 25일 철도청이 발주한 충북선 오근장ㆍ내수 보조구분소 신축공사 입찰과 관련, 지역 건설업계에 파문이 번지기 시작했다. 11억원대에 달하는 2개 공사가 예정가와 1원도 틀리지 않은 만점 금액(소위 '쟈스트(Just)' )의 투찰가로 낙찰된 것이다. 낙찰업체는 도내 도급순위(2000년 4월 현재) 1위인 대화기업과 6위인 근화건설이었다. 같은날 같은 발주처에서 실시한 2건의 공사입찰이 '쟈스트'로 낙찰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부정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이같은 사실이 '충청리뷰'에 제보된 때는 6월 1일. 모든 기사가 마감되고 최종교열을 보는 목요일이었다. 건설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민경명기자는 모업체 입찰담당자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제보받고 즉시 사실확인에 나섰다. 대한건설협회 충북도지회에서도 이미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고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입장이었다. 최종마감 시간에 쫓긴 민기자는 원고지 6장 분량의 기사를 작성했고, 편집진은 다른 기사를 빼고 본보 제134호(6월 1일 인쇄) 13면 하단에 이 기사를 실었다.

▶도경찰청 수사, 성과없어
본보 보도이후 건설업체의 문의와 함께 몇몇 신문ㆍ방송사 기자들은 민기자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본보의 후속취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충북경찰청 수사2계도 입찰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본보 제135호(6월 8일 인쇄)에 '철도청입찰의혹 수사착수' 라는 제목의 2차 기사가 게재됐다. 이때 이미 대화기업ㆍ근화건설의 지역 C일보 3000만원 제공설이 업계에 나돌기 시작했고 도내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철도청 입찰비리 의혹에 대해 한 줄의 기사도 내보내지 않았다. 지역의 보도관행으로 비춰볼 때상상을 뛰어넘는 '침묵의 카르텔'이었다.

본보는 제136호(6월 15일 인쇄) 25면전면을 할애해 ▷추첨예비가격 비공개이유뭔가 ▷일련번호는 왜 싸인펜으로 썼나 ▷추첨자 사인을 별도용지에 받은 이유등 입찰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기했다. 또한 “복수예비가격을 1천원단위로 끊어 선별성을 크게 둔화시켜 예가산출에서 동점자가 많이 생기게 해 예가 사전누출에 의한 낙찰 성공률을 높였다”고 보도, 이번 청주지검의 수사결과와 일치하는 결론을 이미 5개월전에 이끌어낸 셈이었다. 하지만 경찰수사는 진척을 보지 못했고 발주처인 대전철도청이 관할이 다르기 때문에 관련서류의 압수수색 조사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유력정치인 '배후설' 나돌아
부정낙찰 20일이 지난 시점까지 뚜렷한 범죄혐의점을 파악하지 못한 도경찰청은 내사종결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또 청주지검은 철도청 입찰비리 사건에 대해 수사과 직원이 민기자를 통해 자료를 제공받았으나 어떠한 대응도 하지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시중에는 비리의혹 업체의 대표가 검찰출신 여당국회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본사의 단독보도로 불거진 입찰의혹이 미궁으로 빠질상황에 처하면서 취재진은 '어려운 결정' 을 내리게 됐다.

대화ㆍ근화건설의 C일보 3000만원 제공사실을 본보 지면에 공개하기로 한것이다. C일보 출신인 민기자가 보도를 결심한 것은 '동업자 의리' 보다 입찰비리 의혹의 '진상규명'에 더 큰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다. 제137호(6월 22일 인쇄) 18면의 하단에 '언론사 기사화 무마 거액 광고의혹' 이라는 부제를 붙여3300만원(부가세 포함)의 금액까지 확정해 보도했다. C일보는 '지역 모 신문사'로 익명처리했지만 이미 경찰 수사진도 내부정보로 파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본보의 보도가 새로운 수사방향의 물꼬로 작용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메아리' 없는 연속보도
하지만 경찰 수사진은 언론사를 상대로 한 조사에 부담을 느꼈고 결국 입찰비리 의혹은 수사 1개월만에 아무런 성과없이 내사종결되고 말았다. 4회의 연속보도를 통해 진실규명의 노력을 기울였던 본보 취재진은 허탈했지만 더 이상 후속보도 '꺼리' 를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4번째로 보도한 '언론사3300만원 제공' 기사는 검ㆍ경의 수사의지를 촉구하는 '마지막 카드' 였던 셈이다. 하지만 아무런 '메아리' 가 없었고 취재진은 '수사권이 없는 취재의 한계' 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본보의 연속보도가 중단된 지 20일가량 지난 시점인 7월 중순께 근화건설 김형배대표가 느닷없이 본사 사무실로 찾아왔다. 김대표는 변근원펀집국장과 민기자를 만나 “지역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인사를 했다. (당시 김대표의 예고없는 본사 방문은 진천의 유력사업가이며 김대표와 친분이 있는 S씨의 권유에 따른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2주일 가량 경과된 시점에 김대표와 민기자의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이때 김대표는 광고게재 의사를 밝혔고 민기자가 동의한 뒤 '차후 업무직원간에 실무협의를 하는 것' 으로 얘기를 끝냈다.

이에따라 7월 26일 본사 업무부 이진호부장과 근화건설 최달연이사의 전화통화가 이뤄졌고 최이사는 '광고단가는 200만원으로 하고 광고문안에 업체명을 밝히지 말 것' 을 요구했다. 지역신문광고의 주요고객인 건설사가 다른 언론의 광고협조 요청을 뿌리치기 어려워 아예 익명광고를 요구하는 경우였다. 광고비를 은행계좌로 입금시키기로 한 근화건설은 26일자로 200만원을 본사계좌에 입금했다.
하지만 세금계산서 발부를 원칙으로하고 있는 본사 업무부에서는 이튿날 다시 전화를 걸어 부가세 201만원을 추가송금 받았다. 또한 28일자로 근화건설에 세금계산서를 발부했고 제142호(7월 27일 인쇄) 23면에 재해예방 캠페인 광고형태로 광고를 게재했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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