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들, "그럴수 없는일" 불만토로
김수년측, "이렇게 만든 사람들 원망스러워"

"98년 아시안게임에서양궁종목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여자 양궁에 확실한 리더가 없어 고민하던중 김수녕을 떠올리게 됐다. 그후 몇달동안 김수녕과 대화하면서 처음엔 대표팀의 코치 정도를 얘기했다가 어느날 갑자기 선수복귀를 권했더니 그가 적극적인 지원을 조건으로 이에 응했다. 활 제조회사인 삼익악기를 김수녕의 스폰서로 정한 것도 이 때다. 김수녕의 선수복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을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 "쇼가 아니냐"고 비아냥까지 했다. 가능성이 엿보일때까지 비밀리에 연습시키려 했다"

김수녕이 시드니올림픽 양궁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활짝 웃을 때 충북 사람들은 마음 한구석에서 치밀어 오르는 응어리 때문에 결코 편한 기분이 아니었다. 신문과 방송에 김수녕이 나올 때마다 꼬리처럼 붙어다니는 소속팀 ‘예천군청’이 마치 군더더기처럼 생경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충북이 낳은 세계적 양궁선수 김수녕은 왜 경북 예천군청에 새둥지를 틀었고 도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직 끝나지 않은 시드니올림픽은 내내 충북인들에게 참으로 난감함을 남기고 있다.

“김수녕 양궁장을 없애라"

김수녕이 경북 예천군청에 입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2월께. 말할 것도 없이 비난여론이 팽배했고 언론도 김수녕을 비판, 매도하는데 열을 올렸다.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가 된 김수녕양궁장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252)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연판장이 돌았고 결국 스물아홉살의 가정주부 김수녕은 졸지에 '자랑스런 충북인’에서 ‘배신자'로 몰리게 된다.

93년 결혼과 함께 은퇴한 김수녕이 다시 활을 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초다. 대한양궁협회 김일치부회장의 권유로 선수복귀를 마음 먹은 김수녕은 이후 극비리에 연습을 가졌고 연말쯤부터는 청원군청 선수단과도 어울려 자신의 이름이 붙은 김수녕양궁장에서 개인훈련을 계속했다. 김수녕이 첫번째로 꼽는 후원자인 김일치부회장의 얘기는 이렇다.

"98년 아시안게임에서 양궁종목이 큰어려움을 겪었다. 여자 양궁에 확실한 리더가 없어 고민하던중 김수녕을 떠올리게 됐다. 그후 몇달동안 김수녕과 대화하면서 처음엔 대표팀의 코치 정도를 얘기했다가 어느날 갑자기 선수복귀를 권했더니 그가 적극적인 지원을 조건으로 이에 응했다. 활 제조회사인 삼익악기(삼익스포츠)를 김수녕의 스폰서로 정한 것도 이 때다. 김수녕의 선수복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 했을 뿐만 아니라 일각에선 '쇼가 아니냐'고 비아냥까지 했다. 가능성이 엿보일때까지 비밀리에 연습시키려 했다.

충북이 먼저 나를 버렸다?

김수녕은 소속팀 문제로 고민하던중 현재 실업팀 양궁부를 운영하는 청원군과 충북체육회측에 의사를 타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원군청의 양궁팀은 T ·O가 4명으로 만약 김수녕이 들어오게 되면 추가 예산지원이 없는한 기존 선수 한명을 방출할 수 밖에 없었던 것. 후배들과 어울려 연습을 하면서도 이런 문제 때문에 고민이 컸던 김수녕은 충북측의 반응이 시답지 않자 김일치부회장에게 사정을 털어 놓게 됐고 결국 그의 주선으로 경북 예천군의 양궁팀과 전격 입단계약을 맺게 된다.

물론 거액의 스카웃비와 연봉을 악속받았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예천군에 확인한 결과 김수녕은 올 1월 1일자로 향후 5년 계약을 맺었고 연봉계약은 매년 말에 갱신키로 했다. 올해 연봉은 최소액인 2000만원 선이라고 예천군 관계자는 밝혔다. 그는 “아무리 유명한 선수라고 하더라도 6년의 공백 때문에 검증할 시간이 필요했다. 올해는 우선 최소한의 연봉을 지급하고 연말에 성적에 따라 다시 책정키로 약속했기 때문에 올림픽에서 금. 동메달을 딴 이상 어차피 내년 연봉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 거액의 스카웃비 운운은 터무니없는 얘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관공서가 운영하는 실업팀은 예산상 스카웃비는 생각할 수도 없다.

물론 현재 의심받고 있는 제 3 채널의 스카웃비 지원설도 어불성설이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의 부탁으로 김수녕을 받게 된 것이다. "당시 우리는 선수 한명이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양궁팀을 갖고 있는 청원군은 선수들과 3급, 2급, 1급으로 나눠 연봉계악을 맺는데 3급은 1600만원, 2급 1800만원, 1급23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김수녕이 예천군청으로 간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한 이원종충북도지사는 이의근 경북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계약철회를 요구하며 지역 여론을 감안, 원만한 해결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기자회견 가능성 있어

양궁 관계자에 따르면 김수녕을 다시 데려가기 위한 충북의 공세가 거세지자 경북 체육회가 예천군에 양궁팀 해체 가능성을 위협하며 “빼앗기면 알아서해라’’는 식으로 크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김수녕은 충북의 비난여론에 측근들을 통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 대한양궁혐회 김일치 부회장과 김수녕 가족등에 따르면 김수녕이 10월 3일 귀국하게 되면 그동안의 과정과 자신의 입장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힐 가능성도 있다. 예천군 관계자도 이를 확인해 줬다.

김수녕의 한 측근 인사는 '벌써 오래전부터 김수녕이 사실을 말해야겠다고 마음을 결정했으나 올림픽까지는 훈련에만 열중할 것을 권하면서 줄곧 말렸다. 시드니에 출전, 좋은 성적을 낸 마당에 이젠 본인의 명예를 회복하려 할 것이다. 충북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것 같더라”고 전했다. 만약 김수녕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말할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만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사실여부를 정확히 밝혀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올해 전국체전에서도 김수녕은 경북팀으로 출전키 위해 이미 대한체육회에 명단을 낸 상태다. 전국체전 출전은 규정상 본적지 타 주소지 또는 선수 등록지 중 한곳을 택해 할 수 있는데 예천양궁팀 소속인 김수녕은 경북선수로 나선다. 전국에서 특정 선수의 이름을 딴 양궁장은 청주 김수녕양궁장을 비롯해 광주 서향순양궁장, 예천 진호궁도장(김진호) 등 3곳이었는데 진호궁도장은 95년 장소를 이전하면서 예천양궁경기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 한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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