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바구니에서 돈상자로 '업그레이드' 여행경비 지원설 등 소문도 횡행

■ 빗나가는 도의장 선거 실상

박재수 의원(비례대표)이 도의회 의장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어1게 2000만원 씩의 현금을 돌렸다는 사실은 우선 그 액수에서부터 큰 놀라움을 줬다.그만 한 돈을 선뜻 돌릴 수 있었던 큰손의 위력도 불가사의하고 특히 주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초지일관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박 의원의 신념(?)이 궁금하기만 하다.
박 의원은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미 동료의원들로부터 의심을 샀고 이에 김 준석 전 의장과 몇몇 측근 의원들이 몸 조심할 것을 몇 차례 직언한 것으로 알려졌다.돈을 받았다가 되돌려 준 최영락 의원(제천 1)과 이길하 의원(제천 2)에 따르면 박 의원이 2000만원을 전달할 때 사용한 것은 홍삼드링크 박스 등 휴대용 음료수 상자였다.1만원짜리 현금을 신문지로 싼 후 박스 안에 담았던 것이다.

'다른 사례 있을 것’ 잇단 의혹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뇌물과 관련돼 단골로 사용된 단어는 사과박스다.실제 실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보통 크기의 사과박스 하나에는 1만원짜리 현금 2억원이 들어간다는 것이다.이번 사태를 계기로 뇌물에 사용되는 용기,즉 음료수 박스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됐고 결국 사과박스=2억원,음료수 박스=2천만원이란 새로운 등식을 만들어 냈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의장선거전이 치열할 때가 있었지만 그땐 기껏해야 과일바구니나 음식대접 정도였는데 지금은 이것도 업그레이드된 것같다”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박재수 의원 관련 건 외에 다른 사례도 있을 것 이라는 의혹이 다각도로 제기되고 있으 나 확실한 단서는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한현태 의원(괴산 2)은 의 회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진호 의장 도 의장선거전에 돈을 쓰겠다는 말을 했다”면서 “모든 의혹이 밝혀질 때까지 임시회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파문을 던졌다. 한 의원의 이날 발언은 의 장단 및 상임위장 선거와 관련된 복잡 한 역학.구돼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 는데 막상 당사자의 입장에선 혼비백산 할 일이었다.

당시 발언의 진의를 묻는 질문에 한 의원은 “선거가 있기 전에 김진호의원이 만나자고해 증평파크호텔에서 만났는데 도와달라고 했다.이 때 김 의원 이 '박재수 의원이 돈을 쓰고 있으니 나도 지난 총선에 출마해 쓰려고 했던 돈을 쓰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 이를 확인하자는 취지였지 확실한 혐의를 갖고 말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지난 4 · 13 총선 때 김진호 의장은 한때 출마를 모색하다가 포기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진호 의장은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한 의원을 만난 적은 없고 다만 4월 쯤에 증평파크호텔에서 한 번 만나 얘기한 것 같다.그렇더라도 그런 말은 절대로 안 했다.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어디 가능한 얘기냐’’고 일축했다. 후반기의장선거와 관련해 끊임없이 나도는 또 한가지 구설수는 지지의원들에 대한 해외여행 경비 지원설.물론 도의장 선거에서 떨어진 권영관 의원(충주 1)이 이 소문의 타깃이다.

금액의 차이만 있다?

지난 4월 초 도의회 관광건설위 소속 의원 7명이 모두 부부동반으로 3박 4일 일정의 중국여행을 다녀 온 적이 있는 데 이때 권영관 의원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여행경비로 600만원을 지원했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권 의원은 각종 억측에 시달렸지만 권 의원 자신은 한마디로 "전혀 근거없는 낭설이 라고 강변했다.
권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여행은 사적인 것이었고 때문에 경비 역시 개별부담이었는데 대부분의원들은 의 정수당이 입금되는 개인 통장에서 인출해 경비로 사용했고 일부는 직접 사비를 마련해 여행사에 냈다는 것이다.

당시 의원들의 통장을 관리했던 도의회 사무처 직원들은 "특별히 해외여행을 목표로 재원을 적립하는 경우는 없지만 통상 상임위별로 일정액의 돈을 의원 개인 통장에서 인출해 공동 기금 으로 조성,각종 애경사 등에 사용해 왔다.정기회가 진행되는 연말엔 아무래도 통장입금액이 많기 때문에 지난해 11, 12월 이후로 다른 때보다 더 많은 기금이 적립된 상태였고 이를 여행경비로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자신에 대한 음해성 얘기가 수그러들지 않자 12일 도의회 기자 실을 방문,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도의회 의장선거를 앞두고 줄 곧 금액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부정행위가 광범위하게 자행됐을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데다 몇몇 의원들도 "이 마당에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느냐.똑같은 사람들이다’’고 말해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경찰의 수사결과 박재수 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원이 5명으로 늘어나 이 사건이 검찰로 이첩돼 보강수사가 이뤄질 경우 경우 더 큰 파문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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