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골프 선인가 악인가
자부담으로 즐기기엔 벅찬 비용… 접대골프 유혹 상존

골프에 딱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너무 재미있다’ 는 것이다.
현재 골프는 분명히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었고 때문에 골프는 곧 사치라는 등식이 점차 어색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나이든 사람들의 표현대로 ‘자치기’ 하나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박세리·김미현·박지은 등 세계적 프로골퍼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금 전국은 가히 골프붐과 골프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 다.
이 골프와 공직자의 함수관계는 우리나라에선 아주 특별히 주목돼 왔다.

아직도 골프 비용이 서민들의 입장에선 큰 돈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김대중정부 이전의 역대 정권에선 무슨 무슨 사정 때마다 공직자 골프가 단골로 된서리를 맞았고 이로 인해 공직자가 골프를 친다는 것은 곧 ‘비리’와 ‘탈선’으로 인식되는 기형의 골프문화가 뿌리깊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골프에 대한 국가 통치자들의 인식부터 크게 바뀌면서 공직자들의 필드 출입도 예전에 볼수 없는 자연스런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아직도 사시적인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

지난 3일 국내 대표적인 일간지인 <중앙일보>가 자사 홍보차원에서 충청권의 기관·단체장 및 기업인들을 청주CC로 대거 초청해 가진 친선골프는 한가지 상징적인 사례를 제공했다.
마침 경쟁사인 <경향신문>이 이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사회면 톱기사로 게재함으로써 큰 반향이 일었지만 이원종 충북지사를 비롯해 심대평·홍순기 등을 비롯한 행정·경제·학계 등의 기관장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는 불과 2년전만 해도 감히 생각도 못했던 현상으로,몇몇 참가자들은 확인전화에도 “근무시간이 끝났는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오히려 안타깝다는 투로 대응했다.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초대장을 받은 인사 중 약 절반은 아무런 부담감없이 받아들였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다른 사람들 참가 여부를 물으며 다소간 눈치를 보였다는 것이다.

1회 경비 최소 15만원
공직자들의 골프가 굳이 문제가 된다면 아마도 접대 골프 때문일 것이다.
정상적으로 운동할 경우 한번의 순수 경비만도 최소 15만원 내외에 달해 공직자들이 자기 월급으로 즐기기엔 여전히 벅차다.지난해 정부가 공직지들의 기강을 잡기 위해 발표한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을 보면 그 첫번째로 향응이나 골프접대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실에선 극히 특별한 경우에만 자부담으로 즐기고 있고 아직도 많은 공직자들이 접대골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말이나 휴일엔 소위 끗발 좋은(?)공직자들이 대거 골프장으로 몰리면서 골프장은 매주 예외없이 부킹(예약)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요즘은 평일에도 좋은 시간대는 부킹이 어려울 정도로 괴부하가 걸린 상태다.
회원제가 없는 천안의 상록CC 관계자는 "연휴가 끼는 등 특별한 날엔 어느 특정시간대에 전국에서 무려 4만여통의 부킹문의 전화가 쇄도하는 바람에 회선이 마비될 때도 있다"고 속사정을 고백했다.
휴일과 국경일이었던 지난 4일,6일에도 충북도내 골프장마다 수용능력 이상의 내장객을 받는 바람에 일부에선 항의소동까지 빚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엔 퍼블릭 코스나 군부대가 운영하는 체력단련 골프장을 찾아 낮은 비용으로 골프를 즐기는 층들이 집단화되는 형국인데 이들 중 대부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명퇴 내지 구조조정으로 옷을 벗은 공직자들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실제로 청주 인근의 공군사관학교와 비행장의 체력단련장엔 평일마다 상하직급을 망라한 전직 공무원들이 대거 몰리면서 별도의 행정기관,이른바 ‘외인부대’가 가동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공직자들의 골프장 출입을 단순히 명분에만 얽매여 손가락질 하는 시대는 분명히 지났다.
그렇더라도 골프에 빠지는 정도가 지나쳐 아예 미쳐 버리는(?) 공직자들이 요즘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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