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넘고 생색은 신문사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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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넘고 생색은 신문사 몫"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0.06.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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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업체 후원 받아가며 기관장 등 골프접대 '눈총'

일회성 행사에 4500만원 지출…
충청권만 매년 개최 '아리송'

중앙일보가 삼성그룹 관계사를 후원사로 내세워 개최한 지역 기관장·기업인 초청 골프대회가 구설수에 올랐다. 행사의 내용이 사실상 삼성그룹과 자사 홍보를 염두에 둔 데다 행사경비도 상당부분 도내 기업체로부터 후원받은 것으로 밝혀졌다.결국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기관장· 기업인 만남'이라는 당초 행사목적과 달리 ‘지역업체에 부담만 지운 정체불명의 행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지난 3일 청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2회 대전·충청지역 기관장·기업인 만남의 날’ 행사의 이모저모를 취재했다.

고위공직자 · 기업대표총집합
이번 행사는 중앙일보 중부사업본부(본부장 전종구)가 주최했고 99년 대전유성골프장에서 제1회 대회를 가진 바 있다.중앙일보는 지난 4월초 관내 기관·기업체 300여곳에 행사 초청장을 발송했고 최종 160여명으로부터 참석통보를 받아 4인 1조의 조편성을 마쳤다.참석자 명단을 살펴보면 이원종 충북지사·홍선기 대전시장·심대평 충남지사·홍성표 대전교육감 등 고위공직자를 비롯 대전·청주·천안상공회의소 회장과 주요 기업 대표들이 망라됐다.

또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철도청장·특허청장·조달청장·통계청장등 정부 대전청사 기관장과 충북대·청주대·배재대 등 9개 대학 총·학장의 이름도 올랐다.충청일보·중부매일·대전일보·중도일보·청주방송·KBS청주총국등 지역 신문·방송사 대표와 한국은행충청 본부장·조흥은행충북본부장·충청하나은행본부장등 금융계 인사들도 상당수 참석했다. 특히 삼성그룹 관계회사인 에스원·삼성화재·삼성생명·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카드·제일제당등 16개사 대표 · 임원을 대거 참여시켜 지역인사들과의 조편성에 고루 안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앙일보측에서도 금창태사장을 비롯해 편집국장·광고본부장·상무·이사·월간중앙 대표 등이 참석했다. 주최측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7분간격으로 43개조의 티업시간을 정했으며 에스원 직원들이 차량안내 등 지원업무를 맡았다. 당초 골프대회를 끝내고 저녁 8시부터 클럽 잔디광장에서 2부 ‘한마음 잔치’를 열기로 했으나 돌풍 등 기상악화로 클럽하우스로 장소를 옮겼다.2부에서는 뷔페식 만찬과 함께 시상식과 5인조 밴드와 대중가수 공연으로 이어졌다.

이날 청주컨트리클럽에 지불된 ‘그린피’(골프장 입장료+캐디봉사료)는 1400여만원이었고 만찬경비 1100만원과 부대비용을 포함,총 4500만원이 지출됐다는 것이 주최측의 주장이다.
이날 골프행사는 순조롭게 막을 내렸지만 일부 참석자들과 언론보도를 통해 몇가지 문제점이 제기됐다.

상패 제작비 후원 요청 공문도 먼저 행사협찬 명목으로 일부 기관과 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을 지웠다는 점이다. 청주공단내 LG화학과 현대전자가 각각 500만원씩 1000만원을 협찬금으로 냈다. 이밖에 도내 업체인 한국도자기·카스맥주·진로·서울낫소·한미타올·조흥은행 충북본부에서 도자기·위스 키·맥주·골프공·타올 등 기념품을 협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대전지역 기업의 협찬을 감안하면 전체 행사경비의 상당부분이 결국 참여업체의 협찬금으로 충당된 셈이다.
특히 도지사 등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해당 기관장상 상패 제작비 20만원을 후원해 달라고 공문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대해 지역업체 모관계자는 "중앙일보에서 찾아와 협찬요청을 했지만 사실상 삼성그룹과 관련된 행사라는 인상이 짙어 꺼림칙했다.경쟁회사 낯내는 행사에 우리가 경비지원을 한다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하지만 여러가지 현실 여건을 감안해 임원진에서 협찬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재주는 곰이 넘고 생색은 다른 그룹과 신문사에서 낸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역시 만만한 게 충청도?
한편 <경향신문>은 지난 3일자 사회면 박스기사로 이번 골프행사의 문제점을 꼬집었다.'공직자에 대한 골프 사정(司正)이 진행되는 가운데 언론사가 기관장을 무더기로 초청해 골프접대’를 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안맞고 ‘토요일 오후 1시30분부터 행사가 시작돼 대전권 공직자들은 퇴근 전 근무지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특히 이같은 배경 때문에 '법원·검찰·경찰·세무서 등 사정기관장들은 주최측에 행사불참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행사 당일 <경향신문>에 비판보도가 실리자 유의재 부지사등 참석자 명단에 포함된 일부 고위공직자와 대학총장이 불참하기도 했다.특히 <중앙일보>는 행사 하루 전날인 6월 2일자 1면 톱으로 ‘공직자 골프·주식투자 사정당국 고강도 내사' 기사를 다뤄 '앞뒤가 맞지 않는 자사 이기주의 행사'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더구나 중앙일보의 지역 기관장·기업인 초청 골프대회가 전국에서 대전·충청권만 유일하게 연례행사로 진행된다는 점도 눈총을 받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모기업 대표는 "전체적으로 중앙일보와 삼성그룹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행사였다.정례적인 친목 모임도 아니고 각계 인사들이 뒤섞이다 보니 분위기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언론사 눈치보기 때문에 참석은 했지만 행사 성격이 모호하다보니 다른 참석자들의 반응도 대체로 부정적이었다.더구나 주최측이 충청도에서만 이런 골프 행사를 열고 있다고 소개하니까,‘역시 만만한게 충청도’라는 비아냥이 터져나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최측은 행사장 입구에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을 설치해 참석자들이 1만~3만원씩 모금에 참여했다는 것. 이 날 총 198만원을 모금했으나 행사 4일 뒤인 지난 7일자로 대전·충남·충북 공동모금회에 각각 66만원씩 나눠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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