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물이 없나 / 중앙부처 人物이 없다

충북사람들의 나쁜 습성중 하나는 상대방을 '일단 흔들고 보는것'이다. 조금만 잘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싹부터 잘라 아예 주저앉히고 만다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다.그래서 투서가 많기로 유명하고,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바로 충북사람들의 기질이라고 정평이 나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충북에 인물다운 인물이 있을리 없다.

충북출신의 중앙인맥이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은 이유도 이러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두 사람만 모여도 충북에는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원로가 없다는 한탄의 소리를 절로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한탄할 일도 아니다. ‘낭중지추’ 라고 주머니속의 송곳처럼 튀는 사람을 끌어내린 것도 바로 충북사람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또 중앙무대에서 성공한 동향인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비겁한 태도도 인물의 싹을 자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고위공직자 모씨의 말이다.
“우리는 남 잘되는 것을 못보고 칭찬에 너무 인색하다.성실하고 일을 열심히 해 중간 계급까지는 가도 더 이상 크지는 못한다.그래서 리더가 없다.지역에서 쓴소리를 하고 젊은 사람들을 이끌어줄만한 리더 가 없으니 목소리만 큰 사람들이 주인노릇을 한다.땅덩어리가 다른 광역자치단체보다 적어 인물도 적을테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인물을 지우지 못하는 풍토 아닌가."

헐뜯기는 A, 결속력은 F학점
실제 원로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은 남 헐뜯기 좋아하는 충청도 기질에 질려 일찌감치 뒤로 물러나 앉기 일쑤이거나 아예 이 지역을 떠나다보니 리더 역할을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사람들이 큰소리를 치고 다니는 면도 적지 않다.

∼추진위를 구성하거나 지역의 현안이 생겼을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모씨나 중재역할자로 나서기 좋아하는 모씨 등등이 여기에 속한다는게 중론이다. 또 충북사람들의 특성은 결속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조명구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양반 좋아하네’ 라는 저서에서 “영호남 지역의 명문고 동창회는 망년회와 신년교례회를 성대하게 갖는데 충청도 지역의 재경동창회는 이런 행사를 하지 않는다.충북의 명문이라고 자처하는 C고교 동창회가 한차례도 정기총회나 모임을 갖지 않는데는 흐리멍텅한 충청도 기질과 ‘동창회에 나가면 뭐 하나’ 하는 소아병적 지역정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며 모래알 같은 결속력 'F학점’의 충청도에 대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속력이 약하다는 지적은 실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대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딸인 박근혜씨를 국회로 보낸 것과 옥천에 있는 고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폐가로 돌변한 것을 예로 든 모씨는 이것이 충북인의 기질이라고 설명했다. 충북사람들 같으면 박씨를 국회의원에 당선시키겠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비판받고 있는 점과는 별도로 충북인에게는 그런 결속력이 없다는 그는 “육여사가 국모로 대접받을 때는 충북이 덕을 입었다.

충북실내체육관을 건립할 때 육 여사의 도움이 컸다.꼭 덕을 봐서가 아니라 우리에게는 그런 신의가 부족하다.경북 같으면 육여사 생가를 절대 저렇게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속력 부족을 꼬집었다. 따라서 밀어주고 끌어주는 유대관계가 형성이 안되다 보니 충북출신들은 중앙에서도 힘들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영남이나 호남 사람들은 결속력이 강해 이 틈에선 충청도 출신들만 밀려난다. 이 점은 중앙부처에서 예산을 따오거나 중요한 사업권을 가져올 때 다른 자치단체에 종종 밀려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 공통적인 지적이다.

중앙부처 요직에 몸담았던 모씨는 "충북사람들은 구심점이 없어 각자 노력해야만 했다.과거 영남 정권일 때 영남사람들은 이미 요직에 포진해 있고,호남사람들은 중앙부처 과장만 돼도 물심양면으로 밀어줘 더 승진할 수 있었다.그러다보니 충북출신은 ‘손톱에서 피가 나도록’ 일을 한다.그래도 요직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중부복합화물터미널에 얽힌 이야기 한토막은 충북의 한계를 잘 대변해준다.화물터미널은 당초에 청원군에 짓기로 결정이 났으나 충남쪽으로 번복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시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건교부에서는 울며겨자 먹기로 두개로 쪼개 청원 부용면에는 일반화물터미널을,충남쪽에는 컨테이너기지를 만들도록 교통정리를 했다.

차려 놓은 밥상도 빼앗긴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중앙에서 이런 일을 ‘챙겨줄'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충북은행과 조흥은행의 강제합병을 비롯해 호남고속철도 오송기점역 유치가 물건너 간 점 등을
바라보는 지역내 시각도 거물급 인사를 배출해내지 못했기 때문아니냐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중앙부처에서 예산을 끌어올 때도 돈만지는 사람을 아느냐,모르느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통 설.
한편 충북을 대표하는 기업이 없는 점이나 충북출신 기업가중 우뚝 선 사람이 없다는 사실도 이 지역을 왜소하게 만드는 것중 하나다. 향토기업인으로서 존경받는 인물이 없다보니 기업풍토 역시 썩 양호하지 않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지적이다.

지난 3월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외지출신인 대원모방 전영우 대표가 피선됐을 때 주도권을 빼앗겨 서운하다며 설왕설래 말들이 오갔으나 이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위공직자 모씨는 이에 대해 “충북의 기업이라고 해봐야 한국도자기 정도밖에 더 있는가.그러다 보니 외지인들에게 주도권을 뺏기는 것이다.공단 이사장 자리를 외지인이 차지한 것도 충북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이 없기 때문”이라며 역시 충북의 인물난에서 원인을 찾았다.

결론적으로 충북은 인물을 키우지 못했다. 그것의 한계가 지역발전을 더디게 하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모씨의 말을 들어보자.
“선거철에는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외면하는데 국회에 나가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을 뽑는 데 인색해서는 안된다.과거에는 그래도 몇몇 쟁쟁한 인물들이 중앙에 버티고 있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지방 자치시대에 접어든 이상 광역자치단체 간도 경쟁을 하는데 충북이 밀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훌륭한 사람들을 배출해야 한다." 또 '칭찬해주기 운동'이라도 벌였으면 좋겠다는 한 시민은 충북인들이 똘똘뭉쳐 인물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끌어안아 광의의 충북인으로 만드는 것도 충북의 발전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점 역시 충북인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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