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개발연구원(이하 개발연구원)이 연구원 기금을 명확한 회계상 책임자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해 오다가 막대한 기금손실을 초래하는 사태까지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충북도의 개발 정책 입안과정에서 연구용역을 맡는 등 도정의 두뇌집단(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해 온 충북개발연구원은 충북도 등에서 출연한 70억원 가량의 기금을 운용해 발생하는 이자수익금에 의존, 운영돼 왔다. 그러나 IMF구제금융 때의 고금리 금융환경이 사라지고 7~8%대의 저금리시대가 도래하면서 충북개발연구원은 원활한 운영자금 확보에 곤란을 느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연구원은 이에따라 기금운용수익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70억원의 기금중 19억8500만원을 지난해 주식형 상품에 투자했다가 주식시장 폭락으로 4억4800여만의 기금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자기사 참조)
조직 운영비의 대부분을 기금이자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개발연구원은 이번의 막대한 기금손실로 인해 인건비의 정상적인 지급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충북도가 올 제1회 추경안에 개발연구원의 운영비 3억원을 계상했지만 도의회가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발연구원 기금운용의 적합성과 충북도가 취한 사전사후 대책의 타당성 등을 둘러싸고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문제1 기금운용 관리조항 엉터리
개발연구원이 기금을 유가증권에 투자했다가 원금손실을 발생시킨 이번의 사건은 사질 혜고될 수밖에 없었던 일이었다. 충북개발연구원 재무회계규정 제32조 ‘기금의 운용관리’ 조항이 스스로 모순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제32조 1항은 ‘기금을 원금의 실질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운용하여야 하고, 연1회이상 원금의 실질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같은 조 제2항은 ‘기금은 예금, 신탁, 또는 이사회가 결정하는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운용하되 최대의 수익을 발생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운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1항에서는 원금손실이 없도록 최대한 보수적으로 기금을 운용할 것을 규정해 놓고선, 2항에서는 원금의 손실 발생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신탁’상품 등에 투자해 ‘최대의 수익’을 얻도록 운용해야 한다고 모순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조항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신탁상품에 투자할 때 이사회 등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전혀 마련해 두지 않고 있다.

문제2 기금운용 책임자도 없었다
더구나 개발연구원의 재무회계 규정은 기금운용의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해선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규정대로라면 누가 얼마만큼의 기금을 어디에 운용하더라도, 그래서 얼마만큼의 기금손실을 초래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귀책사유자가 없게 된다.

회계상 책임자 관직 지정도 돼 있지 않은 개발연구원의 규정은 한마디로 공공기관의 재무회계 규정이라고 하기에는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점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개발연구원이 4억5000만원 가량이나 기금손실을 입었지만, 충북도에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도민의 세금인 공공예산으로 손쉽게 기금을 보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3 충북도가 원인을 제공했다
충북도는 궁극적으로 개발연구원의 운영권자다. 행정부지사가 개발연구원장직을 겸직토록 해 온 충북도는 연구원 운영과 관련해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론적으로 충북도는 개발연구원에 대해 사실상 ’직무유기’를 해 왔다는 비판을 전혀 피할 수 없게 됐다.
는 한대수 행정부지사 퇴임 후 원장직을 한동안 공석으로 놓아두다가 이태일 전임(專任)원장 체제를 올 4월1일에야 갖추었다.

게다가 사무국장직은 98년 7월 이후 1년 7개월간 공석으로 방치하다가 올 2월1일에야 사무국장 후임을 임명하는 등 무신경과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도는 최근 기금손실 사건이 발생하자 뒤늦게 기금 운용에 책임을 질 관리관으로 최근 임명한 사무국장을 지정하고, 문제의 재무회계규정 제32조 2항을 ‘기금은 안정성을 고려하여 금융기관 또는 체신예금 등의 정기예탁상품이나 국공채 매입 등을 통하여 운용토록’하는내용으로 바꾸었다. 기금손실이 있을 수 있는 신탁상품 투자는 아예 빼버렸다.

● 어쩌다 거액을…
‘한탕’ 꿈꾸다 순식간에 거액 날려 개발연구원이 5월17일자로 각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있는 기금 총액은 65억 5225만 6000원. 이전에는 70억원에 달했던 기금규모였다. 개발연구원은 지난해 삼성과 현대증권을 통해 19억 8500만원을 주식상품에 투자했다가 불과 6개월만에 4억 4774만 3000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개발연구원은 지난해 7월 2일 현대증권 청주지점에 4억원을 6개월 만기(올 1월2일)로, 또 지난해 12월 13일에는 3개월 만기 주식상품에 15억 8500만원을 삼성증권 청주지점을 통해 투자했다가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게 됐다. 이를 놓고 “기금운용 수익을 최대한 올리려는 연구원 측의 순수한 기대가 냉엄한 주식시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형국’’이라고 이해하는 시각도 있지만, 애시당초 투기적 기금운용 방식을 거리낌 없이 선택한 것이 잘못이라는 비판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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