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사례

충북도와 청주시간의 냉기류를 꼭 짚어내기란 쉽지 않다. 시중의 각종 소문들을 확인할 만한 업무상의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보다는 정서 내지 감정상의 골이 오히려 부각된 측면이 강하다. 그렇더라도 양측의 편치 못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시사하는 사안들은 더러 있었다. 민선 2기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98년 8월 7일, 충북도 주최의 외자유치 설명회가 있었는데 청주시가 바로 하루 전인 6일 똑같은 행사를 전격 선수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충북도를 물먹였다.

당시 미국 라스베가스 투자단이 초청된 가운데 청주에서 연거푸 열렸지만 이 두설명회의 내용과 참석자는 거의 대동소이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얼마후에는 공로 현수 대상자인 39년생들의 퇴진을 놓고 충북도와 청주시가 신경전을 벌였는데 나기정시장이 도의 일괄 퇴진 방침에 맞서며 39년생인 안창국 전 부시장을 끼고 도는 바람에 서로 배수진을 치는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나지장이 행정과 관리 능력이 뛰어난 안씨를 옆에 두기 위해 도의 의견을 무시했던 것이다. 당시 이원종지사는 도지사로서 령(令)이 서지 않는다는 주변의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99년 8월 6일엔 이런 일도 있었다.
이날 청주실내체육관에서 현대전자 주최의 ‘대화합 새출발 결의대회’란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렸는데 당시 이상룡 노동부장관과 이원종지사 나기정시장 등이 참석했다.

행사 계획에 이장관과 이지사의 치사 순서만 있고 나시장이 빠져 있자 시청 측에 난리가 났다.시관계자가 현대전자에 전화를 걸아 강력 항의하는 바람에 현대 관계자가 "차후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애원(?)으로 매달려 가까스로 파열음을 피했다. 결국 행사장에서 만난 이지사와 나시장은 시종 냉랭한 모습으로 일관 주변사람들을 아주 곤혹스럽게 했다. 4월 24일 있었던 청주 동부우회도로 준공식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이지사는 물론 충북도 주요 관계자들이 모두 불참했다.

청주시가 이지사 참석을 요청하면서도 관련 부서에 공문 한장만 달랑 보냈다는게 도의 설명이다.
이지사는 이날 같은 시각에 열린 다른 행사에 참석했다. 얼마전 끝난 청주항공엑스포의 개막식 땐 충북도 양 부지사에겐 초청장 조차 배달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충북도는 “의도적인 무시”라고 분개했고 청주시는 ‘관례적으로 해당 기관의 최고 책임자에게 청장을 보낼 경우 그 이하 직급엔 안 보내는게 정상’’이라는 토를 달았다.

항공엑스포가 끝날때까지 충북도 공무원들에겐 철저하게 ‘남의 일’ 이었다.얼핏 두 사람의 체면을 구기는 하잖은 얘기들이지만 이같은 소모전이 자칫 행정상의 심각한 역기능을 부를 수도 있다. 며느리가 미우면 며느리의 버선코까지 얄밉다고 했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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