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마당발’과 변호사·건축사 등 '3인방’ 갈등 내막
본계약 앞두고 난항 … 조합집행부·대의원 간 폭행사태까지

전국 최대 규모의 재건축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청주 사직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시공사인 풍림산업과의 본계약을 앞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3일 밤에는 조합집행부 간부와 대의원간에 폭행사건이 벌어지는 등 내부이견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재건축사업 막후에서 시공업체 섭외를 맡아온 ‘여성 특사’ B씨(41)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태화 변호사, 오수복 건축사, B씨등 재건축사업 '3인방’의 결합과 갈등에 얽힌 내막을 살펴본다.  현장에는 그녀가 있었다

지난해 5월 당시 청주시 김만기부시장의 시장관사 하극상 소동’(본보 5월22일자)이 세간의 화제가 됐다.
물론 김 전부시장이 취중에 저지른 우발적인 사건이었지만 고위공직자의 신분을 감안해 징계위에 회부됐고 인사 조치로 매듭지어졌다. 당시 지역의 관심은 김 전부시장의 불만이 폭발하게 된 바로 그날, 저녁자리에 합석했던 인사들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뒤늦게 밝혀진 바로는 이태화 변호사님 대한주택공사 충북사업소장, 모 언론사대표, B씨 등 4명이었다.
당시 재건축사업 시공사로 주택공사를 지지해온 이변호사와 B씨가 평소 친분이 있는 언론사 대표와 김 전 부시장에게 주공 사업소장을 소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화가 항공엑스포 등 청주시정 현안으로 전개되면서 김 전 부시장의 심기가 불편해졌고 결국 술을 마신 상태에서 시청사를 거쳐 시장 관사까지 찾아가 ‘소동’이 벌어지게 된 것.

지난해 12월말 재건축 시공사 선정문제를 놓고 조합과 3단지를 중심으로 한 반대주민들의 갈등이 깊어지는 와중에 이태화 변호사가 한밤중 귀가 길에 괴한들로부터 피습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이 변호사는 조합 대의원회에서 고문변호사 해촉을 당한 상황이었고 3단지의 반대주민들은 이 변호사측의 주택공사 안에 동조하는 입장이었다. 경찰은 계획적인 테러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단서를 잡지 못한채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사건 당일 이 변호사는 청주대 A교수, B씨 등과 술자리를 하고 B씨의 자가용인 BMW승용차로 귀가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의 핫이슈가 됐던 사건 현장마다 자리했던 B씨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B씨는 40대 초반의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마당발’로 통하고 있다.지난 94년 청주대 행정대학원 11기 수료생으로 입학해 지역인사들과 폭넓은 교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청주의 중진의원인 Q의원의 ‘수양딸’ 로 불릴 만큼 각별한 사이였고 이로 인해 98년 단체장 선거에서 이원종 지사의 자민련 공천을 반대하던 Q의원 과의 지사간에 극적인 화해를 주선한 장본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대기업 유치 ‘특사’로 나서

B씨가 사직주공 재건축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이변호사의 부탁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합 고문변호사 였던 이 변호사는 B씨의 수완과 인맥을 인정해 대기업 아파트건설업체를 시공사로 유치하는 작업을 부탁했다는 것. 이에 대해 B씨는 “당시 지역어른들게 상의 말씀 드렸더니 ‘탈 많고 말많은 재건축 사업에 왜 끼어드느냐”며 걱정하는 분도 있었고 ‘이변호사와 힘을 합쳐 지역의 현안사업을 잘 마무리해 보라’는 격려말씀을 주시는 분도 있었다.

이변호사는 재판업무가 바쁜 상황이라서 나 혼자 건설업체를 찾아다니며 사업계획을 브리핑하고 설득작업을 벌인 적도 많다. 그동안 우리돈 써가며 사심 없이 일해 왔는데 엉뚱한 소문이 나돌고…, 지금은 아예 손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B씨와 알고 지내던 오수복 건축사가 설계용역에 참여의사를 밝혔고 마침내 이 변호사를 포함한 3명이 의기투합해 ‘ 한 배’를 타게 됐다.

오 건축사는 사업추진비로 3000만원을 이 변호사 계좌에 입급시키고 B씨에게는 법인 신용카드를 사용하도록 맡겼다는 것. 하지만 IMF로 건설경기가 얼어붙자 서울 건설업체 유치가 난항을 겪게 됐고 결국 지난해 5월부터 주택공사의 참여 의사를 타진하게 된다.

하지만 주택공사는 '4000세대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설계를 지역업체에 맡길 수 없다’며 설계공모 조건을 내세우는 바람에 3인방의 전열에 이상기류가 형성됐다. 이 변호사와 B씨는 주택공사와 협상을 계속 추진했지만 설계용역을 포기할 처지에 놓인 꼬레아건축사무소의 오건축사는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오 건축사가 전국 도급순위 30위권 이내의 시공사 선정작업에 직접나섰고 지난해 11월 풍림산업을 시공사로 선정,가계약을 체결했다. 조합집행부도 오건축사와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2월말 조합 정기총회에서 풍림산업을 시공사로 결정하는 안을 가결시켰다. 또한 이 변호사를 고문 변호사직에서 해촉하고 이 변호사와 뜻을 같이해 온 공동조합장 황안모 씨도 대의원회를 통해 직무 정지시켰다.

동지가 적으로 바뀐 고소전
이러한 괴정에서 황 전 조합장을 중심으로한 3단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폭행사태와 맞고소 사건으로 번져갔다. 마침내 지난해 말 이변호사가 귀가길에 피습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재건축사업 '3인방’의 관계도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됐다. 이 변호사 피습사건의 배경이 양측의 갈등에서 빚어진 것으로 언론에 비춰지면서 여론부담을 느낀 조합집행부는 오건축사측에 법적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에게 지급된 3000만원과 B씨에게 건네준 신용카드와 관련, ‘설계용역을 맡도록 해주겠다는 조건에 대한 대가성으로 지급했다는 취지로 사기혐의로 고소장를 제출하게 된 것. 이 변호사와 B씨측은 ‘재건축 사업을 함께 추진하면서 조합에 돈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소요 경비를 충당하고 나중에 정산해 조합으로 부터 돌려 받기로 한 것이다. 우리들 돈도 쓰고 오건축사 돈도 시공사 선정 과정에 쓰여진 것이다.

설계용역 조건은 날조된 주장이고 수사 당국에서도 이러한 진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한편 본계약을 앞두고 있는 풍림건설은 조합과 꼬레아건축사 간에 맺어진 설계용역 계약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림측은 평당 3만9000원으로 계약된 설계비가 과다계상됐고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설계인 만큼 업체선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시공계약이 도급제계약 방식이 아닌 지분제계약이기 때문에 시공사가 설계비 등 간접공사비를 직접 조정하지 않고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꼬레아건축과 공도보조로 일을 추진해온 조합집행부는 '설계용역계약이 파기될 경우 조합이 법적적책임을 질 수 있다’며 계약존속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이런 과정에서 지난 23일밤 집행부 간부들과 풍림측 의견에 동조하는 지모 대의원간에 폭행사태가 벌어져 무더기로 경찰조사를 받는 상황히 벌어진 것이다.
과연 천신만고 끝에 설계용역 계약을 따낸 꼬레아건축이 풍림산업의 은근한 ‘밀어내기’를 버틸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업추진의 견인차 였던 '3인방’의 ‘조용한 전투’ 가 이제 시공사와 설계업체간의 '피튀기는 전쟁’으로 확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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