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비- 청첩장 돌리는 공직사회

청주지법, 부서장 명의로 직원청첩장 전달
충북도, 입찰공고 문건 공개전에 업계유출

최근 2장의 복사문건이 ‘충청리뷰’에 전달됐다.
한 장은 충북도의 공사입찰공고 문안이었고 다른 한 장은 청주지방법원 ○○ 과장 명의의 청첩장이었다.
입찰공고는 지역 건설업체에서, 청첩장은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제보사안으로 건네준 것이었다. 양측에서 제보한 이유는 문건의 경로가 부당하거나 온당치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사 입찰공고는 아직 관보에 공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업계에 나돌다가 입수된 것이고, 청첩장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국가기관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사무실에 축의금 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첩장의 내용은 일반인의 서식과 차이가 있었다. 전문을 옮겨보면 ‘우리법원 ○○과에 근무하는 ㅇㅇㅇ주임(ㅇ기)이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는 간략한 소개와 장소, 일시를 밝히는 내용이었다.
문안 아래쪽에는 ‘청주지방법원 ○○과장’으로 명시해 직장내에서 회람용으로 작성한 서식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변호사 사무실에 팩시밀리를 통해 전달됐다는 사실이다.

법원업무와 직결된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도저히 모른척 할 수 없는 청첩이다. “사실 갓 부임한 초임직원은 얼굴도 잘 모른다. 그렇다고 부서장 명의로 청첩까지 받았는데, 안 가볼 도리가 없다. 오랜 관행으로 생각하고 그러려니 했지만, 전에 없이 부서장 이름까지 적어 넣은 것은 해도 너무한다 싶어서 알려준다.” 문건을 제공한 변호사 사무실직원의 말이다.

우선 해당 부서장에게 확인 취재를 했다. “부서장 명의로 청첩을 낸 사실이 없다. 아마도 법원내 변호사실 여직원이 각 사무실로 보낸 것 같다”고 대답했고 잠시후 편집국으로 다시 전화가 왔다. “법원내 직원 회람용으로 작성한 것인데, 우리 부서 직원이 대학동문이 일하고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 부담 없이 보낸것 같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당사자들에게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해명했다.

지난 3일 충북도는 지방도 확포장 공사 9건에 대한 입찰공고를 도보를 통해 공개했다.
수십억에서 500억원이 넘는 대규모 공사이기 때문에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진작부터 촉각을 곤두세운 입찰공고였다. 하지만 당일 관보 공개는 맥빠진 통과의례였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 사전에 입찰공고 전문을 입수하고 업체간에 분주하게 연락을 주고 받은 상황이었다.

이날 도보를 통해 입찰공고를 접한 사람은 애시 당초 사업의욕이 없거나, 건설업계에 살아남기 힘든 순진한 사람,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입찰공고는 관보발표 전까지는 엄연히 ‘대외비’ 로 분류되는 공문서다.
어찌된 영문인지 충북도 총무과에 알아봤다. “이번 입찰 공고는 2월 29일에 계약부서에서 문안이 확정돼 건설과, 감사실, 공보관실에 통보했다. 물론 공고전에 외부유출 해서는 안되지만 건설업체의 문의 전화가 빗발쳐 공고 하루전인 지난 2일 건설협회 충북지부에 한부를 보내주고 설명을 해주도록 당부했다.

전문은 유출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는데 아마 거기서 새나간 모양’이라고 실무책임자는 설명했다.
이번엔 대한건설협회 충북지부로 확인 취재를 했다. 충북도에서 팩시밀리로 입찰공고 문안을 받은 시각은 정확하게 2일 오후 3시 40분이었다. 하지만 충청리뷰에 전문이 전달된 시간은 같은 날 오후 1시경이었다.
그렇다면 건설협회로 통보하기 전에 일반업체에서는 이미 문건이 나돌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결국 건설협회가 아닌 충북도 내부에서 유출시켰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확정된 공고내용이 하루 이틀 앞서 공개되는 것은 실제로 공사입찰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고 강변하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행정의 절대적인 덕목은 공정성과 청렴성이다. 입찰공고를 사전에 입수하지 못한다수의 건설업체 직원들에게 그런 해명이 통할 수 있을까? 세금고지서 받는 심정으로 청첩통보를 접한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이 '우연한 업무착오’로 인정해 줄까? 아마 그들은 십중팔구 이런 말로 응수할 것이다. “공무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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