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자살, 죽은자는 말이 없다?
상태바
의문의 자살, 죽은자는 말이 없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0.01.26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주농협 450억 부정대출 사건, 홍두표씨 목매 자살
대표 윤씨 구속후 재산관리인 자처하며 거액 사채설

지난 15일 청주 용암동 모아파트에서 의문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인기척이 없고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이웃주민이 경찰에 신고, 변사자를 확힌하게 됐다. 30대 중반인 변사자는 목을 매 숨졌고 시신상태로 보아 5~6일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 됐다.

당시 방안에는 변사자가 남긴 2 장분량의 유서가 있었고 별다른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지었고 가족들은 변사자의 시신을 서둘러 화장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변사자의 신원이나 유서 내용으로 보아 경찰의 단순자살 처리가 너무 성급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변사사건을 둘러싸고 청주 지역 조직폭력계가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우선 숨진 변사자의 유서에 ㅇㅇ파 보스로 알려진 K씨의 이름이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K씨에 대한 원망의 내용이 상당부분 담겨있어 경찰이 변사자의 자살동기를 밝히는 단서가 되고 있다. 또한 숨진 변사자가 지난 98년 청주농협 500억원 부정대출 사건을 일으킨 윤모씨의 최측근인데다 자살시점이 윤씨가 지난해말 밀레니엄 특사로 가석방된 직후라는 점 때문에 갖가지 억측이 나돌고 있다.

부정대출 시점, 경매부동산 매입
의문의 유서를 남긴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올해 나이 36세인 홍두표 씨. 재정적으로 넉넉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홍씨가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홍씨가 청주농협 부정대출 사건에 연루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숨진 홍씨는 윤태한씨가 안성군 일죽면에 거명 냉장 건립을 추진한 초기부터 운전기사로 행동을 함께 했다. 윤씨가 농협 내덕동 지점의 불법 지급보증으로 대전 한길종금에서 45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대출받을 무렵 숨진 홍씨는 자신의 명의로 법원경매에 부쳐진 몇몇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군 오창면 화산리에 있는 600평 부지의 '재봉주유소‘도 97년 7월 3억여원에 경매낙찰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유소는 제3자가 임대운영하고 있으나 소유권은 숨진 홍씨 앞으로 등기된 상태다. 홍씨의 가족들은 상속권를 주장하고 있으나 당초 경매 자금의 출처를 놓고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 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숨진 홍씨는 98년 2월 윤씨가 검찰에 구속되기 직전 (주)거명냉장의 이사로 등재됐고 충주 소재 회사인 (주)무경(대표 윤태한)의 이사로도 이름이 올라 윤씨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윤씨의 재판지원과 옥바라지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고 주변에는 윤씨의 재산관리인처럼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윤씨와 친구관계인 A씨는 “지난해 봄에 만났는데 ‘내가 뜻하지 않게 큰돈을 관리하게 됐다’ 며 과시하는 둣한 말을 했다. 실제로 돈씀씀이도 컸고 특히 조직주변의 후배들에게 술 잘사고 용돈 잘주니까, '황제'처럼 대우받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사채를 하다가 상당한 돈을 떼였고 도박에도 손을 댔기 때문에 최근 2년 사이에 상당한 돈을 날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서에 조직보스 원망 담아
숨진 홍씨는 유서에 적은 K씨와 함께 교도소에 수감중인 윤태한씨를 면회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K씨는 지역 조직의 중견이기 때문에 숨진 홍씨와는 절대복종의 대선배 관계였다. 하지만 윤씨가 남긴 유서에는 적지않은 원망의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인 원한관계는 적혀있지 않지만 부모에게 남긴 글 중에는 ‘건달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더 이상 살 수없다’ 고 표현, 조직내부의 관계가 원만치 못했음을 짐작케 했다.
이에대해 지역조직의 사정에 밝은 B 씨는 “숨진 홍씨가 큰돈을 가진 것처럼 과시하고 다녔기 때문에 조직의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인은 관리자라고 했으니까, 거액을 움직일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고 겉보기에는 넉넉하게 유흥비를 쓰는 정도 였다. 그런 홍씨에게 무리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겠는가? 오히려 자신이 모시던 사람이 출소한지 10일만에 자살했다는 점이 석연치않은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새 출발을 모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왜 죽음을 결심했는지 의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항간의 소문이 사실이라면 숨진 홍씨는 지난 2년간 적지않은 돈을 날리고 지난해 후반기부터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다른 사람의 재산을 관리해 왔다면 상당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처지였을 것이다. 결국 책임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자포자기 심정 때문에 우발적으로 자살을 결심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위험한 여자관계’ 로 인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작용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사채로 돈날리고 자금압박설
결론적으로 홍씨의 자살배경은 서너가지 가정으로 압축될 수 있다. 우선 재산관리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과연 거액의 사채를 조직을 통해 돌렸다면 복잡한 채권관계로 인해 원한을 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홍씨가 자신 명의의 주유소등 재산을 남기고 자살을 택한 배경도 의문이다. 홍씨 명의의 재산 매입과정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통해 명확한 재산소유 관계를 밝히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적 원한관계의 가능성이다. 용납될 수 없는 ‘위험한 여자관계’나 조직내부의 관계 단절에서 비롯된 심리적 부담감이 자 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