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건설 · 학원 등 줄줄이 도산 … 해외도피 · 인신구속 · 화의재기 등 여파도 천태만상

20세기 충북의 대형 부도사건은 대부분 경제규모가 커지기 시작한 90년 대에 발생했다. ‘무리한 차입경영, 마구잡이식 사업확장’ 등이 유력한 부도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대형 부도사건은 해당업체 뿐만 아니라 충북경제 ‘막대한 악영향’ 을 초래하며 지역민들에게 충격을 던져줬다.

한때 충북지역의 유력인사로 거론되던 학원운영자, 향토건설업체, 금융관련 부도사건 등의 거액부도사건에 대한 처리가 세기를 넘기는 오는 2000 년대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놓여 있기도 하다.
충청리뷰는 세기말을 앞두고 90년대의 대표적인 부도사건을 재조명하고 해외도피, 인신구속, 화의재기 등 부도업체의 부도 이후의 모습 등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94년도 ‘한전아줌마 사건’
지난 94년 1월 28일 청주지역의 큰손 박영자씨가 200억원대의 부도를 내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직 한전직원인 남편과 함께 청주 지역의 부동산과 사채시장를 장악해온 박영자씨 사건은 90년대 최대 부도사건으로 꼽기에 충분하다.

청주지역 성안길 일원에 고가의 부동산과 현금으로 사채놀이를 일삼던 박영자 씨는 부도 후 미국으로 도피했으며 현재까지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아 있다. 박영자 씨 사건은 충북지역 금융기관의 잇단 금융사고로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박영자 씨의 공식 부도액은 200억원에 불과했으나 사채시장 등 집계되지 않는 피해금액까지 포함하면 약 400억원대에 달한다는 게 당시 언론의 보도였다.

박씨는 당시 청주지역 몇몇 시중은행은 물론 충북투금과 흥업금고, 충북금고 등과 대출거래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해 흥업금고를 시작으로 청주지역의 유력 경제인으로 성장한 박태순 씨(현 흥법백화점 대표)의 '흥업금고 위규대출 사건’ 도 꼽히는 경제사건이다.

지역상공인들의 출자로 설립된 흥업금고를 운영하던중 약 132억원을 부적정하게 대출한 사건이 지난 94년 5 월 21일 발생한 것이다. 지난 70년 박태순 회장이 설립한 흥업금고는 지난 93년 약 100억원 가량에 충북은행이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듬해 터진 ‘위규대출 사건’ 으로 영업력이 크게 위축되게 된다.

이어 7월 4일에는 청주스포렉스 부도사건이 발생했다. 부도금액은 약 20억원으로 집계됐고 이후 스포렉스 정상화를 놓고 이해관계인들이 실랑이가 벌어지다 신규업체에 넘어갔다. 또 10월 26일에는 국제산업공사의 5억1000 만원 부도 사건이 발생했다. 부도 또는 금융사기 등 충북도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94년부터다. 80년도 고도의 성장가도를 달렸던 한국경제가 90년대 들어 국제환경의 변화와 자국산업 보호위주의 각종 경제 협상에 밀리면서 내부적으로 이처럼 사양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95년 충북투금 업무정지
94년에 시작된 ‘부도태풍’ 이 95년에도 계속되면서 95년 1월 11일 광림 기계가 6억원의 부도를 냈다. 특장차 생산업체인 광림기계는 당시 흑자경영에도 불구하고 부도를 낸 것으로 알려져 ‘기업운영의 새로운 병폐’ 가 드러나는 계기를 제공했다. 95년 2월14일에는 두산개발이 6억 9000여만원의 부도를 냈고 3월2일에는 모회사인 덕산의 부도에 따른 충북투자금융 업무정지 사건이 발생한다.

충북투금은 충북금고에 대한 부실대출 45억원을 비롯해 상당액의 부실대출에 시달리다 신용관리기금으로부터 업무정지 조치를 받은 것이다. 충북투금 사건은 충북금고의 대주주 였던 민병일 씨가 ‘대주주’ 의 지위를 이용, 수백억원를 대출받아 골프장투자 등 불법대출을 일삼아오다 신용관리기금에 적발되는 과정에서 충북투금으로 자리를 옮긴뒤 충북금고 불법대출 부분을 충당하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한 사건으로 요악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의 충북금고의 업무정지 사건 역시 충북지역의 대표적인 금융사고로 분석될 수 있다. 충북상호신용금고에 대해 영업정지를 결정한 당시 신용관리기금은 충북금고의 예금자가 1만3427명으로 이중 예금액 1000만원 이하는 9818명으로 약 73%가량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서민들이 1000만원 이하의 예금을 통해 재산을 관리해온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충북투금 영업정지 사건 역시 대주주인 민병일씨가 약 179억원의 예금을 유용한 것이 신용관리기금에 적발되면서 시작됐다.
이처럼 불법유용한 예금은 민병일씨가 해외도피하기 직전 긴급처분한 부동산목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당시 분석됐었다. 민씨가 출국직전 긴급처분한 부동산은 경기도 광주군 곤지암 그린힐 골프장 150억원을 비롯해 부산의 13만2000㎡의 부동산(100억원대) 등 이다.

또한 민병일 씨의 거액 불법대출과 관련, 민씨의 숙부인 민권식 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진천 상창금고를 매각해도 된다는 위임장을 민씨에게 써준 것으로 드러나 민병일씨와 민권식씨 간 채권채무관계도 불법대출액의 출처를 찾는데 단서가 되기도 했었다.

어째든 충북투금과 충북금고의 영업정지 사건은 충북지역에서 ‘금융기관도 무너질 수 있다’ 는 선례를 남긴 사건으로 풀이될 수 있다. 충북투금의 영업정지에 이어 95년 3월22일 동인석재가 4억7000만원의 부도를 냈으며 4월12일에는 대웅철강이 1억4000만원의 부도를 내는 등 연쇄도산 분위기가 확산됐다.

IMF와 90년대 하반기 연쇄부도
지난 94년을 시작으로 부도파문이 계속되온 충북경제계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접어든 97년 12월 이전에도 경기악화의 조짐을 대변하는 대형 부도사건들이 잇따랐다.
97년 3월15일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던 한현구씨의 한림종합건설이 약 200억원대의 부채를 남긴채 부도 처리됐으며 3월 21일에는 당시 건설협회 충북도회장을 맡고 있던 새한 건설 박인규 씨가 100억원대 부채를 남기고 좌초했다.

한현구 씨와 박인규 씨의 부도사건은 각종 경제단체장를 역임하던중 발생한 사건으로 지역 경제계의 큰 충격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부도에는 성역이 없다’ 라는 자조섞인 유행어가 떠돌기도 했다.
이처럼 연쇄도산이 이어지다 충북경제계는 진흥종합건설이라는 엄청난 복병을 맞이하게 된다. 종합건설사 등 3~4개의 건설회사와 충청매일신문, 월드코아 등 다량의 사업체를 운영하던 진흥종합건설 정진택 씨의 부도사건은 충격을 넘어 지역 주민들에 대한 ‘배신 행위’ 로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진흥종건의 총 부채액은 약 1300억원대로 충북지역 부도사건중 최다액을 나타냈고 피해자 역시 월드코아 분앙계약자와 아파트공사 하청업체 등 대부분 힘없는 서민층에 집중된 것이 특징이다.
지난 97년 5월 30일 진흥종건의 고액부도에 이어 연대보증의 폐혜에 따른 평화종합건설과 통일건설이 잇따라 무너졌고 이후에도 진흥종건 보증과 관련 다수의 건설업체가 잇따라 쓰러지는 비운을 맞게 된다.
97년 12월의 IMF파동이 충북지역에서는 이미 97년 상반기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IMF 관리체제 이후에도 98년 2월 26일 우창종한건설, 3월9일 삼정주택 건설, 3월21일 이형주택, 4월16일 우주건설, 4월25일 대창종합건설, 5월 20일 (주)미건, 6월8일 금정산업개발, 7월1일 (주)풍산, 7월 31일 (주)대성, 8월8일 보성건설, 9월1일 효성건설, 9월12일 삼친건설, 10월9일 경희종합건설 등 이름만 들어도 굵직굵직한 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는 비운을 맞았다. 이와함께 그동안 잘 버텨오던 (주) 태암이 99년 2월19일 부도를 냈고 세원건설 역시 2월20일 최종부도 처리 됐다.

90년대 충북의 경제사범중 해외도피자는 대략 3명으로 꼽을 수 있다. 나머지 대부분은 인신구속되는 비운을 맞았고 극히 일부는 화의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충북투금과 충북금고의 비운과 함께 미국으로 도피했던 민병일 씨는 얼마 전 청주지검에 자진출두에 구속수감퇸 상태며 진흥종건 정진택씨 역시 해외도피를 시도하다 연행돼 현재 수감중인 상태다.
또한 일부 건설업체 사장들의 경우 기아사태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한 '화의법’ 에 따라 화의절차를 밟고 있어 부도이후의 법적처리 문제 역시 천태만상을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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